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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네바캉스 서울

[리뷰] 메이지협객전

메이지협객전 明治侠客伝・三代目襲名 / Blood of Revenge

 

 

1965│90min│일본│Color

연출│가토 다이

원작│가미야 고헤

각본│무라오 아키라, 스즈키 노리부미

촬영│와시오 모토야

음악│기쿠치 순스케

편집│가와이 가쓰미

출연│쓰루타 고지, 쓰가와 마사히코, 후지 준코


 

기야타쓰 조직의 두목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객의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영화는 이 첫 사건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마을의 축제가 한창 벌어지는 거리. 문신이 새겨진 건장한 몸의 사내들이 가마를 메고 힘을 쓰는 중에 그 무리들을 등지고 한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보인다. 때는 1907년의 오사카. 이어 기타야쓰의 얼굴이 마찬가지로 클로즈업으로 등장한다. 이어지는 화면들도 짧은 컷의 연속이다. 발의 클로즈업. 칼의 클로즈업. 그리고 심한 고통에 일그러진 기타야쓰의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보인다. 살인이 이제 막 발생한 것이다. 서두의 십여 분간 진행되는 이런 식의 살인극은 과장된 연기를 배제한 지극히 브레송적인 몽타주 컷들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소매치기>의 첫 장면을 살인극으로 구현했다고나 할까. 이미 첫 장면만으로도 <메이지협객전>은 충분히 관심을 끌 만한 영화다. 이어 보스가 살해되면서 다혈질의 아들 하루오는 복수를 결심하는데, 보다 차분하고 과묵한 보스의 오른팔 아사지로는 정의로운 방식으로 조직을 지키려 한다. 그러나 보스의 죽음 이후 아사지로가 후계자로 임명되면서 갈등은 커져만 간다. 전작 <의리의 인력거꾼>과 마찬가지로 가토 다이는 야쿠자 장르 안에서 남자와 여자의 비련을 보다 섬세하게 표현한다. 게이샤를 연기한 후지 준코가 아사히로와 다리 위에서 마음을 나누는 장면은 <붉은 모란 - 돌아온 오류>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리에서 벌어지는 서정적인 순간의 전조이다. 로우앵글의 카메라가 다리 위를 걸어가는 후지 준코를 보여준다. 갑자기 그녀가 걸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되돌아오는데 그때 아사지로가 반대편에서 등장한다. 아사지로는 그녀에게 아버지의 장례식을 잘 치렀냐고 묻는다. 아사지로는 얼마 전 우연히 알게 된 그녀가 부모의 임종에도 불구하고 집에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그녀를 도왔던 것이다. 그녀는 “왜 나 같은 여자에게 친절하게 하냐”며 반문한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품에서 꺼낸 복숭아 두 개를 꺼내 고향에서 들고온 선물이라며 그에게 내민다. 그들의 뒤로는 저녁노을이 이제 막 지고 있다. 아름다운 이별의 순간이다. 조직의 3대를 계승한 아사지로가 치르는 격전은 이 순간 다음에 벌어진다. 그는 경찰에 끌려가고 여인은 흐느낀다. 우리는 이 마지막 순간이 어떻게 변경되는지를 얼마 후 후지 준코가 연기한 ‘붉은 모란 시리즈’에서 확인하게 될 것이다. 거기에서 이제 둘은 함께라면 죽어도 좋다는 동행의 의식으로 적들과 싸움을 벌인다.



 

                                                                                                 김성욱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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