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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네바캉스 서울

[리뷰] 일본협객전

일본협객전 日本侠客伝 / Japanese Yakuza

 

 

1964│98min│일본│Color

연출│마키노 마사히로

각본│가사하라 가즈오, 무라오 아키라, 노가미 다쓰오

촬영│미키 시게토

음악│사이토 이치로

편집│가와이 가쓰미

출연│다카쿠라 겐, 마쓰카타 히로키, 쓰가와 마사히코, 나가토 히로유키, 후지 준코


 

2차 대전 시기 후카가와 거리는 전통적으로 기바마사파의 구역이었다. 그러나 5년 전부터 이 거리에 진출한 오키야마파는 ‘자유경쟁’을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세력을 키우기 시작한다. 특히 경찰, 군대와 손을 잡고 70%나 가격을 낮춘 채 계약을 따내는 방법에 기바마사파는 그저 속수무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바마사파의 두목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남은 조직원들은 아무 힘을 쓰지 못한다. 그때 두목이 아끼던 조직원인 초키치가 전쟁에서 돌아오고, 그는 조직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부두목의 자리에 앉아 조직을 다시 정비한다. 그는 부끄러움 없이 기존의 고객들에게 일자리를 부탁하고, 오키야마파가 다시 수수료를 올릴 때도 기존 수수료를 그대로 유지하며, 아무도 맡기 꺼려 하는 힘든 일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다시 희망을 찾는다. 하지만 조직원 중 한 명인 세지가 야쿠자로부터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단독으로 오키야마파를 습격하고, 이를 계기로 두 조직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진다. 심지어 오키야마파기바마사파의 본거지에 방화를 저지르자 초키치는 결국 중대 결정을 내린다. 스스로를 희생해 후카가와 거리에 야쿠자의 존재 자체를 없애 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양 조직의 조직원들은 치열한 싸움 끝에 하나둘씩 쓰러지고, 초키치는 마지막으로 오키야마파의 두목을 죽인 후 그 자리에서 경찰에 체포당한다. 사건이 모두 끝나자 후카가와 거리는 다시 평화를 찾고, 영화는 활기를 띈 거리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마키노 마사히로가 <일본협객전>에서 그리는 야쿠자는 폭력을 수단으로 사업가와 일꾼들 사이에서 수수료를 받아내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이는 ‘규율’을 지킨다는 기바마사파도 마찬가지라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서민들에 기생하는 존재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이를 전제로 한 채 감독은 야쿠자의 존재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야쿠자가 없는 후카가와 거리를 상상하게 한다. 이때 감독이 취하는 전략은 정의를 지키는 야쿠자에 대한 이상적인 이미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야쿠자를 비판하는 것이다. 즉 주인공이 정의를 추구하고 바른 길을 걸으려 하면 할수록 야쿠자로 남을 수 없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는 당시 유행하던 ‘정통 임협물’에 대한 감독의 비판적 코멘트로 읽을 수 있는 동시에 <의리없는 전쟁>으로 대표되는 야비한 야쿠자들이 등장하는 새로운 임협물의 등장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김보년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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