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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네바캉스 서울

[리뷰] 신 의리 없는 전쟁 - 음모

신 의리 없는 전쟁 - 음모 新・仁義なき戦い 謀殺 / Another Battle: Conspiracy

 

 

2003│110min│일본│Color

연출│하시모토 하지메

원작│이이보시 고이치

각본│나루시마 이즈루, 아즈마 마사요시

촬영│야마모토 히데오

음악│도쿄 스카 파라다이스 오케스트라, sembello

편집│요네다 다

출연│다카하시 가쓰노리, 와타나베 겐, 미나미노 요코



      오다파의 후지마키와 야하기는 어릴 적부터 형제의 연을 맺은 끈끈한 사이이다. 오다파를 습격해온 데라다파의 두목을 제거하면서 후지마키는 차기 후계자로 거론될 정도로 일약 성장한다. 한편 비상한 전략가이자 뛰어난 사업 수완으로 조직 내 재무를 관리하던 야하기 역시 막후 실권자로 인정받는다. 오다파의 상위 조직(본가)인 사하시 조직에서 오다에게 은퇴를 권고하자, 후지마키는 부하들을 규합해 차기 후계자로 지명받고자 한다. 그러나 본가에서는 ‘낡은’ 후지마키보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인텔리 인재인 야하기를 후계자로 염두에 둔다. 오다는 이 상황을 이용해 둘 사이를 이간질시켜 둘 다 제거하고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한때 야쿠자는 스스로 ‘의리’와 ‘인정’을 좇는다 믿었고, 절대로 “일반인의 뒷통수를 쳐서는 안 된다”는 신조를 가졌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영화의 초반, “힘과 폭력보다도 정치와 돈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자 남자들의 사는 모습 바뀌었다”는 내레이션이 나오지만, 바뀐 건 남자들의 사는 모습만이 아니다. 각목과 야구방망이를 들고 상대조직의 아지트에 쳐들어갔던 과거와 달리, 이제 야쿠자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일반인이 희생되든 말든 거리낌없이 총을 난사해댄다. 돈과 권력을 위한 음모가 줄을 이으며 서로가 서로의 가슴에 총을 겨눈다. 이런 시대에 “야쿠자라면 의리와 인정”이라 강조하고, “아무리 돈의 시대라도 야쿠자의 본질은 폭력”이라 주장하며, 소위 ‘야쿠자의 가오와 자존심’을 중시하는 후지마키는 ‘과거’의 인물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후지마키는 부하들에게 차기 후계자이자 ‘형님’으로 대접받는다.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결국 야하기다. 변화한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야쿠자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그는 오다파와 사하시 조직, 그리고 후지마키와 대립하는 조직들의 사이를 오가며 음모에 음모로 대항한다. “차기 후계자는 반드시 후지마키 형님”이라는 그의 말이 과연 얼마만큼 진심일지 의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영화의 후반부, 우리는 이 ‘새로운 시대의 야쿠자’가 심지어 후지마키보다도 더욱 ‘과거 야쿠자의 도’를 충실하게 실천하는 인물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뒤늦게 그의 충정을 안 후지마키가 후회로 무릎을 꿇을 때, 우리는 후지마키가 그토록 되뇌이던 야쿠자의 도를 그 자신부터 믿지 않았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야하기가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도 후지마키에 대한 충절을 지킬 때, 그가 그토록 추구하던 야쿠자의 도가 얼마나 실체 불명의 허망한 존재인지 강조된다. 오프닝씬부터 감각적인 화면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의리없는 전쟁>이라는 걸출한 시리즈의 열두 번째 영화로, <탐정은 바에 있다> 시리즈와 일본 TV판 <화차>를 만든 하시모토 하지메 감독의 인상적인 데뷔작이다.

 

 

김숙현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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