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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2012 베니스 인 서울

[리뷰] 다니엘레 치프리의 <아들이었다>

이탈리아의 슬픈 현실을 풍자하는 비극

 

니콜라와 그 가족은 폐선박에서 고철을 주우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니콜라는 스무 살이 되도록 유약하기만 한 아들 탕그레디를 영 못마땅해 하고, 거친 이들과 어울려 다니며 ‘집안의 문제를 해결하는’ 조카 마시모와 늘 비교한다. 어느 날, 집 앞에서 친구들과 놀던 니콜라의 어린 딸 세레넬라가 마시모를 노리고 온 이들의 총에 맞아 죽고 만다. 니콜라의 가족은 비탄에 빠지지만 곧 ‘마피아 희생자에 관한 법’에 의해 거액의 보상금을 받게 되면서 이들의 생활은 달라진다. 물론 실제로 돈이 은행계좌에 들어오는 건 별개의 일. 통장 계좌 한 번 만들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삶을 살았던 데다, 서류와 법과 행정의 일이라는 건 언제나 지금 당장 쌀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너무 느리고 복잡하다. 그리고 이들의 삶에 거액의 돈이 들어오면서 보여주는 온갖 약하고 어리석은 모습 역시 이 영화의 목적이 리얼리즘보다는 ‘풍자’이자 ‘우화’임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영화는 초로의 남자가 은행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이야기를 끌어간다. 전형적인 코미디의 연기와 편집 리듬, 우스꽝스러운 음악, 심지어 뮤지컬 신까지 도입된 영화는 일종의 ‘소동극’으로서 진행되며, 이는 어둡고 비극적인 이야기를 더없이 경쾌하게 풀어나가는 동력이 된다. 물론 이러한 경쾌함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더해지는 비극의 페이소스를 짙게 해줌과 동시에 영화의 풍자적 성격을 한층 강화하는 요소이다. 이 풍자의 대상은 돈 앞에서 손쉽게 무너지고 타락하는 인간의 약함과 허세, 탐욕만이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 영화의 제목인 ‘아들이었다’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드러날 때, 이 가부장제 가족이 유지되는 폭력적인 방식과 이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정치의 어떤 면이 한국의 일반적인 어떤 모습들과 그리 다르지 않음을 - 아니 실은 놀랍도록 닮아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숙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