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14. 16:25ㆍ특별전/2012 베니스 인 서울
묵직한 직구 한 방
더하고 뺄 것도 없이 있는 그대로 말해서 <팔코네 기숙학교>는 계몽 영화다. 이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지 고민하게 만들지 않는다. 옳고 나쁜 것은 이미 정해져있으며 중요한 건 옳은 일을 용감하게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것이 이 영화의 주제이며 감독은 애써 꾸미거나 숨기지 않고 직설적으로 주제를 강조한다. 직구 승부인 것이다.
여기 ‘팔코네 기숙학교’로 전학 온 어린 안토니오가 있다. 많은 것이 낯설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하는 안토니오에게 어느 날 작은 유혹이 다가온다. 반 대항 축구 경기에서 거금의 돈으로 승부를 조작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안토니오가 아무리 어리다지만 이것이 나쁜 행동이란 것을 모를 리가 없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자신이 저지를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혹에 흔들리고, 이 사실을 눈치 챈 선생님은 묵직한 교훈을 던져준다.
이 간단한 이야기는 너무 직설적이라 유치하게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지오반니 팔코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그는 이탈리아의 고질적 사회 문제인 마피아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해 싸우다 테러로 사망한 판사의 이름으로, 안토니오가 입학한 이 학교가 바로 팔코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은 학교이다.
팔코네 재단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만든 이 30분짜리 단편 영화는 이탈리아의 지금 현실을 생각하게 만든다. 초등학생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후반에 등장하는 당시의 실제 영상 클립과 맞물려 더 강한 울림을 이끌어낸다. 영화는 청년이 된 안토니오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그는 과연 어릴 때 배운 팔코네의 정신을 되새기며 옳은 삶을 살아 왔을까. 그리고 지금의 이탈리아는 여전히 팔코네를 기억하고 있을까.
글/ 김보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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