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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시네바캉스 서울

[리뷰]아메리칸 고다르 - 브라이언 드 팔마의 <하이 맘!>

[리뷰] 아메리칸 고다르 - 브라이언 드 팔마의 <하이 맘!>


드 팔마를 히치콕의 적자로 이해하는 이들은 아마도 그의 60년대 초기작들을 보면 의아해 할 것이다. <그리팅스>, <하이 맘!>, 그리고 <디오니소스 69>와 같은 작품들은 히치콕보다는 거의 고다르의 <주말>이나 <남성, 여성> 같은 작품들의 영향 아래 있는 일종의 언더그라운드 영화이기 때문이다. 60년대에 고다르의 세례를 조금이라도 받지 않은 작가란 없을 테지만, 할리우드에서 이런 과격한 시도를 대놓고 한 작가는 찾기 쉽지 않다. 60년대 후반, 고다르의 영화가 베트남, 반전, 미제국주의, 맑스, 계급투쟁, 마오주의 등의 용어들을 떠올리게 했다면, 이 모든 것은 마찬가지로 드 팔마의 영화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JFK의 암살과 베트남 전쟁을 거친 드 팔마는 아메리칸 고다르를 꿈꿨던 것이다.  <하이 맘!>은 이 모든 것의 예증이다.  



<하이 맘!>의 서두는 핸드헬드 카메라로 한 남자의 일인칭 시점을 따라 움직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주관적인 카메라의 활용은 관객들이 주인공과 동일화되도록 만드는데, 마침 이 남자는 건너편 아파트의 거주자들을 몰래 8미리 카메라로 촬영하는 영화를 제작 중에 있다. 남자 주인공은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다. 영화 대부분의 내용은 주인공의 특권화된 관음증적 시선을 따라가지만, 그럼에도 시점과 형식은 인물을 넘어 여러 가지로 분산된다. 가령, 그가 카메라 숍을 방문하는 순간은 16미리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여인 라라의 시점으로 중계되며, 영화의 중간 중간에는 흑인운동을 알리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의 화면이 삽입되어 있다. 



드 팔마는 고다르가 <남성, 여성>과 같은 작품에서 했던 것처럼 시네마 베리테의 관습을 빌려와 다큐멘터리적 진실이 영화의 테크닉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자기반영적으로 보여준다. 크게 보자면 이 영화는 세 가지 구성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가 백인 중산계급의 아파트에서 일상을 보여주는 ‘주부 다이어리’이다. 고다르가 중산층의 일상을 르포르타주처럼 파악한 <그녀에 대해 알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이 연상된다. 두 번째는 시네마 베리테 스타일의 다큐멘터리로, 백인 중산계급에 대한 흑인들의 비전을 보여준다. 셋째는, 이 전체를 조망하는 주인공의 시선이 담긴 ‘관음증적 영화’이다. 예술영화, 포르노그래피, 아방가르드 간의 경계를 가로지르면서 60년대 미국 사회를 중산계급의 외설성과 흑인의 바깥의 시선으로 포착한 급진적이면서도 진지하게 유머러스한 영화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