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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시네바캉스 서울

[리뷰]도시의 빛으로 그린 불안한 심리 - 마이클 만의 <콜래트럴>

[리뷰] 도시의 빛으로 그린 불안한 심리 - 마이클 만의 <콜래트럴>



<콜래트럴>의 주인공들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위태로움을 숨긴 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불안감이 영화의 스타일과 맞물릴 때 <콜래트럴>의 중요한 특징인 날카로운 긴장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콜래트럴>의 방점은 이야기보다는 인물 내면의 불안한 심리에 찍혀 있다. 이때 영화의 스타일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것은 밤의 도시를 가득 채운 차갑고 다양한 색이다. 즉 <콜래트럴>은 색의 영화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색감을 강조한 영화다.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 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더 인상적이다. 프리즘이 한 가지 빛에서 다양한 색깔을 분리해내듯 밤의 어둠 속에서 흰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이클 만은 필름 카메라와는 다른 광학적 특징을 가진 디지털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결과적으로 LA 밤거리의 작은 빛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으며, 미묘한 색의 차이까지 재현할 수 있었다. 즉 기계의 눈을 통해 또 다른 영화적 현실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영화에서 밤은 하나의 검은색이 아니며 가로등 조명 역시 하나의 노란색이 아니다. <콜래트럴>의 카메라는 이중 삼중으로 복잡하게 겹쳐진 그림자의 경계선을 또렷하게 구분해내며, 주인공의 안경알에 비친 푸른 반사광과 깨진 창문에 부서지는 붉은 빛의 파편까지 잡아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강조하는 것은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이다. 아니, 엄밀히 말해 시시각각 변하는 도시의 분열적인 빛이 관객으로 하여금 주인공의 심리를 불안하게 느끼도록 만든다. 두 주인공의 어떤 심리에 마이클 만의 촬영이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결국 관객은 스크린에 펼쳐진 창백하고 신경질적인 색을 지각하며 자신이 주인공의 감정을 함께 느끼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리고 이것이 <콜래트럴>의 힘이다. 등장인물의 불안한 심리를 내러티브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불안이란 심리 자체를 빛으로 형상화하는 것이다.




김보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