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만나다] <환호성>의 정재훈 감독

지난 11월 26일 진행된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장편 데뷔작 <호수길>로 주목받은 정재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환호성>을 함께 보고 상영 후에 정재훈 감독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 영화가 첫 선을 보였던 올해 CINDI영화제에서의 반응이 호평과 혹평의 극단을 오갔기에 더욱 흥미롭고 농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그 현장을 여기에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정재훈(영화감독): 어렸을 때부터 안 친구고, 지금은 연극학과를 다니고 있다. 배우로 쓰고 싶어서 오랜 시간 설득해서 출연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겨울에만 여름에만 찍으려고 했었고, 마침 그 친구도 방학 동안만 찍을 수 있어서 잘 맞았다.

김성욱: 친구를 먼저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영화에 대한 구상안에 친구를 위치 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정재훈: 이 영화를 처음 생각할 때는 사람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리고 사람이 일하는 장면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점, 그 사람이 젊고 잘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김성욱: 영화의 타이틀을 ‘노동하는 인간’이라고 잡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이나 당구장에서 일하는 장면들이 찍혀지는 방식은 알겠는데, 집 안 내부를 찍는 장면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리를 두고 바깥에서 무언가를 본다는 시선이 느껴지는데, 집안 내부에서는 다른 방식의 카메라가 그 사람과 같이 있다는 느낌이 있다. 촬영을 할 때 다른 컨셉으로 생각했던 것인가.
정재훈: 아예 나눠서 생각했던 건 아니었고, 서로 이상하게 섞여 있는 방식들을 생각했다. 산에서의 시점도 사실 인물의 시점과 완전히 나눠지지 않는다. 집 안으로 들어갈 때도 약간 떨어져있는 물체지만 들어왔다 나갔다 할 수 있는 정도로 생각하고 쇼트들을 구성했다. 노동할 때도 떨어져서 보기도 하고, 쌓아올리기도 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김성욱:
어떤 장면을 볼 때 이건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보고 있는가, 즉 누가 보는가라는 문제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위치에 대한 질문들이 존재할 수 있다. 공장에서의 장면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어떤 사람의 시점으로도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집 안에서 잠을 잘 때의 시선은 그 누군가의 시선이라고 하기 어렵고, 그 사람 주변에 카메라가 존재한다는 것을 납득하기가 어려운 부분들도 있다. 그래서 사람을 보여주는 장면 중 집 안 내부와 바깥에서의 장면이 굉장히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공장에서의 상당수는 사람에게만 집중되어 있는 반면 집 내부에서는 사물들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해 있다.
정재훈: 정수기는 소리가 사람들이 내는 소리와 비슷해서 위치시켰고, 국그릇은 따뜻하고 맛있어 보여서 찍었다. 이 영화의 힘이나 기운 같은 것으로 볼 수도 있는데, 스산하거나 뜨거운 느낌, 번쩍거리는 것 같은 것들을 진폭을 주면서 만들고 싶었다.

김성욱: 노동하는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소셜한 관계 안에 위치된다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을 둘러싼 소셜한 관계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도리어 통상적인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사람을 다룬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재훈: 아직 소셜한 건 찍고 싶지 않았고, 한 명만 줄곧 나오는 영화를 찍고 싶었다. 덩어리자체가 압도적이고, 그 힘이 계속 느껴질 정도로. 살덩어리처럼 사람을 다루고 싶었던 것도 있다.

김성욱:
자연을 보여주는 것과 남자를 보여주는 것 간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 풍경과 인물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 차이를 느끼는 편인가.
정재훈: 이 영화를 찍을 때는 크게 차이는 못 느꼈다. 분명히 극인데 완전히 날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게 재밌었던 것 같다. 이 영화에서 산 장면은 거의 인물의 시점과 그리 다르지 않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깊숙하게 들어가고 또 들어가고, 시간을 쌓아가는 게 목표였다. 그것이 뭘 찍는 것이건 간에.

김성욱: 촬영분량도 궁금하다. 전체 촬영 분량에서 누락된 게 많은 편인가.
정재훈: 테이프를 50개정도 찍었다. 그 중 무엇을 쓰고 무엇을 뺄 건인가는 그냥 감인 것 같다. 연출된 상황이나 선택된 상황은 다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편집에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일하는 장면을 많이 찍어서, 그 부분에서 많이 빠진 것 같다.

김성욱: 영화에는 자연과 인간이 있고, 논휴먼한 것도 있다. 굉장히 기계적인 사운드나 실험적인 영상처럼 표현되어 있는, 자연도 인간도 아닌 제3의 영역이 존재한다. 영화를 구성할 때 어떤 점을 염두에 두었나.
정재훈: 대부분 소리를 많이 따른 것 같다. 보이는 그대로의 기운이나 거기서 들려오는 소리를 선택을 한 것이다. 영화를 찍기 시작하기 전부터 대사는 배재했고, 이 영화 속의 소리들이 대사인 것 같다. 전체적인 구상을 할 때, 잘 때 나는 꼬르륵 소리, 신나서 자기도 모르게 내는 소리, 사람의 몸뚱어리, 공간적으로는 산의 어떤 곳, 밝은 단어를 고르고 싶어서 생각한 ‘환호성’이라는 제목, 거기에 번쩍거리는 것이 계속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꼬리를 무는 과정을 거쳤다.

관객1: 감독님이 영화를 통해 어떤 것을 보여주고 싶으셨는지 궁금하다. 장면 중에서는 밥솥이나 현금인출기 소리처럼 사람의 목소리가 녹음된 기계음에서 유일하게 자막이 나왔던 것과 낮과 밤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필립 그랑드리외의 <솜브르>라는 영화가 많이 생각이 났다.
정재훈: 그냥 같이 느끼면 되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 속의 시간을 같이 체감하는 건데, 이 영화 속의 시간이 기운을 내려고 애쓰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800미터를 뛰면 많이 힘이 드는데, 왠지 기를 쓰고 더 뛰게 되는 무엇이 있다. <환호성>은 너무 힘이 드는데 악을 쓰면서 더 기운을 내려고 하는 그런 영화다. 진폭이 커서 시종일관 번쩍거리는 영화인데, 그게 이 영화의 전부이자 중심인 것 같다. <솜브르>라는 못 봤지만, 그 분의 영화는 영화를 만들고나서 <새로운 삶>을 재밌게 봤다. 영화는 가리지 않고 다 보는 편이지만, 만들 때는 일종의 기본 같은 것을 스스로 만들고 싶은 것이 있다.

관객2: 영화 보면서 ‘환호성’이라는 제목이 역설적이라고 느꼈다. 영화는 기쁨이나 행복과는 거리가 멀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명력과 같은 것을 ‘환호성’이라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가 최선의 상태에서의 조합이었는지, 만드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타협한 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재훈: 그런 것은 없고, 모두 애초의 선택된 결과물들의 조합이었다.

김성욱:
어떻게 해서 영화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정재훈: 2004년부터 작업을 했는데, <호수길>이 개인적으로는 ‘0’같은 영화이고, <환호성>은 ‘1’정도 될 것 같은데 이런 과정을 계속해 나가면서 저의 기준, 기본형을 찾고 싶은 면이 있다. 촬영을 직접 하지 않는 방식의 작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김성욱: 영화 후반부에 빈집 같은 공간이 보인다. 주변의 자연풍경도 같이 보이면서 내부에 들어가기도 한다. 집을 제외하고 다른 공간 안의 내부를 보여주는 것은 그 장면이 유일할 것 같은데, 그 공간은 풍경을 찍다가 발견한 건가.
정재훈: 양평까지 가서 찾은 공간이다. 버려진 공간이었고, 약간 생뚱 맞는 공간인 점이 좋았다. 영화에서 계속 들어가다가 그런 공간을 발견하고 안착하는 느낌, 그리고 그 안에 어떤 선물 혹은 보물 같은 것이 있다는 느낌을 생각했다.

김성욱: 본인이 직접 촬영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극영화에 비해 사전 작업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단계의 작업들은 어떻게 준비하나.
정재훈: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몸에 새기는 작업 같은 것이다. 메모를 많이 하고 배우와 공유하지는 않았다.

김성욱: 현실적으로 한국영화 혹은 독립영화의 영역 안에서 보더라도 이런 종류의 영화는 굉장히 마이너한 위치를 갖게 되는 면이 있다. 영화제가 있긴 하지만 소개되는 기회 안에서도 애매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된다. 관객과 만나는 과정 안에서 영화 작업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다.
정재훈: 특별히 ‘독립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그냥 영화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모르는 거라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되지 않나 싶다.

김성욱: 최근에 페드로 코스타의 영화를 다시 보면서 들었던 부분적인 느낌들이 이 영화와도 닮아 있는 것 같다. 주어진 설계가 없고, 그래서 훨씬 더 급진적이거나 유기적인 면들도 포함되어져 있다. 누군가는 이런 종류의 영화를 ‘제로의 영화’라고 표현하면서, 영도점으로 이미지를 끌어가는 영화로 얘기한다. <환호성>을 보면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따뜻함, 용기를 다시 내는 것, 끝 지점까지 가서 다시 올라오는 것에 대한 느낌들을 받았다. 앞으로의 작업이나 이후의 계획이 궁금하다.
정재훈: 지금 쓰고 있는 것은 예쁜 연인이 등장하는 영화다. 등장 인물은 많은데 연인이 중심이고 다정한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정리 장지혜(관객 에디터) |사진 주원탁(자원 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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