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크코트>의 신아가 감독과 오승욱 감독과의 대담

 

3월의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최근에 개봉해 파격적인 캐릭터와 힘있는 연출로 호평 받은 바 있는 신아가, 이상철 감독 공동연출의 <밍크코트>를 상영했다. 상영 후에는 공동연출자 중 한명인 신아가 감독과 오승욱 감독이 함께하여 주요 장면을 다시 보며 영화에 대한 더욱 풍성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어떤 계기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하나의 소재, 혹은 한 명의 인물에서 시작한 것인가.

신아가(영화감독): 제 이름에서 이미 짐작하셨을지 모르겠지만,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고 어렸을 때부터 기독교적인 것과 관련해서 고민들이 있었다. 7, 8년 전에 실제로 외할머니께서 영화 속 상황과 비슷하게 돌아가신 일이 있었다. 그 일을 모티브로 해서 써둔 중편 분량의 초고를 보고 영화아카데미 선배인 이상철 감독이 가족 간의 대립과 갈등을 중심으로 장편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다.

 

김성욱: 감독이 직접 영화의 몇 장면을 선택해서 연출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미리 제안했었다. 선택한 장면을 먼저 보고 이야기 나눴으면 한다.

신아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들을 골라봤다. 현순(황정민)과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인 상황인데, 흔히 명절 때 마다 겪는 가족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뿔뿔이 흩어져 살던 친척들이 모였을 때 마음 속에 무언가가 깔려있는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말을 웃으면서 하는 경우가 있다. 드러내놓고 감정들이 오고가는게 아니라,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말들로 상처를 주고 받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오승욱(영화감독): 나도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이 영화에서는 가족이 지옥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현순이 사과를 ‘아삭아삭’ 씹을 때 포커스 아웃 상태에서도 감정이 확 드러나는 연출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신아가 감독은 영화아카데미에서 학생과 선생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 때 신아가 감독의 시나리오를 보면 어질어질했다. 여자주인공은 하나님의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어머니는 약간 광신도 였고… 신과 인간의 관계라는 문제는 정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게 벌써 10년 전인데 그때부터 신아가 감독은 그 문제에 대해 계속 고민한 것이다. 근래에 이러한 문제를 이렇게 정면으로 돌파하는 영화가 많지 않은데, 이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김성욱: 배우들과의 리허설이나 준비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신아가: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전체 리딩도 하고, 배우들을 따로 만나면서 캐릭터와 대사의 톤을 맞춰갔다. 황정민씨와는 처음 리딩을 하고 서로 생각했던 톤이 너무 달라서 많이 놀란 다음 계속 차이를 줄여가는 작업을 했다.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에는 어떻게 연기해야할지 알 것 같다고 말했지만 막상 맞춰보면 처음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그때부터 배우들이 많이 헷갈려했다. 감독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배우들은 항상 두 가지 감정을 가지고 연기해야 했다. 화내는 장면을 연기해도 한편으로는 속으로 고소해하는 식으로. 거의 모든 씬의 모든 연기들이 이중적이어야 했다. 내가 입 밖으로 내뱉는 말이 진심이 아닐 때가 많고, 나는 진심이라고 생각해도 나의 무의식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 할머니를 제외하고는 다들 연극배우였다. 첫 번째 식사장면은 출연 배우들이 거의 모두 모여서 촬영하는 초반이었는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됐다. 첫 번째 식사장면을 찍을 때는 잘 된 것 같았는데, 두 번째 씬을 찍을 때는 고민을 했었다. 특히 며느리가 형님(현순)은 왜 그렇게 머리가 많이 빠졌냐며 공격할 때 현순이 뒷머리를 만지는 리액션 같은 건 고민을 많이 했었다.

오승욱: 감독으로서는 제일 힘든 부분 중 하나는 배우들이 너무 많은 것을 준비해온다는 것이다. 황정민씨 같은 경우도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해오는 스타일이다. 감독은 현장에서 그것을 통제하고 깎아내야 한다. 그래도 이것만은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는, 감독이 정해놓은 것이 있었을 것 같다.

신아가: 그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서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신경을 썼다. 황정민 씨가 이 영화 전에 <꽃님이>라는 단편영화에서 현순과 비슷한 인물을 연기한 적이 있다. 그래서 그 영화에서 했던 어떤 행동이나 시선 처리들을 못하게 하려 했다.

 

 

오승욱: 카메라와 인물 사이의 거리에 있어서는 어떤 원칙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신아가: 컷이 짧은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호흡이 긴 영화들을 잘 못 본다. 이 영화는 재미없고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호흡이 좀 빠른 영화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 사이의 갈등이 중심인 영화여서 호흡이 빠르고, 멀리서 카메라가 인물을 바라보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쓰지 말자는 원칙이 있었다. 풀 샷은 굉장히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물을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바라볼 때는 정말 그 인물이 외롭고, 고립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순간을 이 영화에서 자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현순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참 많은데, 그 인물이 가장 외롭고 고독한 순간에 카메라가 멀리 빠져 바라보자고 생각했다.

 

오승욱: 그 장면이 마지막 옥상 장면인가.

신아가: 맞다. 편집을 하면서도 카메라가 빠지면 자꾸 흐름이 깨진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오승욱: 현순을 보여줄 때 항상 이마에서 자르더라. 보기에 편한 쇼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이 갖는 불화들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신아가: 촬영 컨셉에 있어서 이 영화가 첫 번째 영화인만큼, 내가 해보고 싶은 대로 해보고 싶었다. 인물을 보여줄 때 일반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오승욱: 가장 궁금한 것은 마지막 장면이다. 그 이후, 그 다음 날이 되었을 때 가족들은 어떤 모습일까.

신아가: 시나리오에는 에필로그로 일 년 후의 모습이 있었다. 수진의 아기가 돌이 되어서 공원 같은 곳에 모여 한가로운 오후를 보낸다는 설정이 있었다. 현순은 더 이상 모자를 쓰지 않고, 현순이 전화를 받으면서 준호가 감옥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도 있었다. 영화의 전반적인 톤과 너무 상반되는 밝은 톤인 것 같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라스트 씬은 이런저런 버전이 많았다. 제일 하고 싶었던 것은 일 년 후에 수진의 아기의 돌이자, 할머니의 기일에 가족들이 다시 모이고, 거기에 누군가 찾아오는데 그가 현순의 남편이라는 상황이었다. 영화의 제목과 마무리에 대해서는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거짓말은 못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가 더 괜찮아 보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냥 솔직해지자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딱 저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 나의 솔직함이었다.

 

관객1: 전도사라는 인물이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뭐라고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녀는 가족이 아닌 외부의 인물이며 영화의 후반부에 클라이막스를 가져오는 말을 전달한다. 어떤 의도로 설정된 인물인가.

신아가: 인간과 신의 중간자라는 설정이었다. 인간이지만 신의 음성을 듣고 얘기해주는 사람, 그래서 듣는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역할로 설정했다. 실제로 그런 분을 만나 뵌 적도 있다. 그런 분이 하는 이야기를 내가 어디까지 믿어야하며, 그가 이야기하는 건 대체 무엇일까에 대해 궁금해 했었다.

 

관객2: 요즘 보기 드문 이야기와 보기 드문 톤의 영화를 만드셨다. 앞으로도 계속 이 영화에서와 같은 그런 고민들을 하실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영화에서 가족들의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을 보이는데,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지 궁금하다.

신아가: 이 영화의 주제를 함축하는 대사가 있다면, 마지막에 큰언니의 “이러려고 그랬어?”라는 대사다. 어떤 분들은 이 영화의 후반부에 너무 많은 우연이 있어 작위적인 게 아니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지금 현재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나는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흘러 이 시점을 되돌아 볼 때에는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이 영화에서도 왜 하필 그 때, 그런 일이 일어나는가라고 했을 때, 신앙인의 입장이라면 그 모든 게 신의 뜻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비신앙인이라면 운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신앙과 같은 소재적인 면이 아니라, 테마적인 면에서 앞으로도 이런 생각들을 반영하는 작업들을 할 것 같다. 가족들의 갈등이 영화에서 봉합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족 안에서 임산부가 죽어가는 상황이라면 그런 행동들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이들은 기본적으로 기독교 집안으로 평소에 말씀을 실천하려고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죄에 대한 강박과 같은 생각들이 지배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인물들이 영화의 후반부와 같은 상황이 되었을 때, 자신의 죄책감에 많이 눌릴 거라고 생각했다.

 

관객3: 영화의 후반부에 가족을 미워한다면 불신자 보다 더 큰 죄인이 된다는 성경구절이 나온다. 영화에서 가족을 어떤 의도로 보여주고 싶으셨는지 궁금하다.

신아가: 사랑이라는 말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족이란 정말 무엇일까. 왜 이 사람들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채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사랑을 주고받으며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 중요한 것은 가족 간의 갈등과 미움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과 풀지 못한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어떤 분이 가족들이 이 영화를 보았냐고 물었다. 영화를 만들기 전부터 솔직히 두려웠었는데, 지금은 가족들도 다 보셨고, 두려워하고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 상당히 사랑으로 받아주셨다. 그래서 이런 게 가족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문제가 있다면 이야기하고 갈등을 풀어가려고 노력해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정리: 장지혜(관객 에디터) 사진: 최미연(자원 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