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전(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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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전쟁영화의 서정성
지난 1일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게오르기 추흐라이 감독의 상영 후, '러시아 영화의 서정성'이란 주제로 경상대 러시아학과 홍상우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기존 전쟁영화와의 차별성을 보여준 를 중심으로 러시아 영화인들에게 새로운 표현 기회를 준 러시아 전쟁영화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었던 그 소중한 시간의 일부를 옮겨 본다. 홍상우(경상대 러시아학과 교수): 러시아는 20세기 들어서 1, 2차 대전 외에 연방체제의 구성 및 해체과정에서 여러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전쟁영화가 영화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특히, 러시아는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로 구성된 연방체제로 인해 끊임없는 내전에 시달려 왔다. 그래서 지금 현재까지 만들어지는 러시아 전쟁영화는 주제나 소재 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복잡하고 다..
2010.05.07 -
라리사 셰피트코와 엘렘 클리모프를 기리며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 특별 섹션 예술을 통해 교감했던 아름다운 부부, 라리사 셰피트코와 엘렘 클리모프 라리사 셰피트코와 엘렘 클리모프는 60년대 소비에트 영화계의 해빙기(1957~67년 사이를 말하며 소비에트 예술계에 자유가 꽃핀 시기)에 뉴웨이브를 주도하던 매우 주목받는 부부 영화인이었다. 우크라이나 출신의 거장 감독인 알렉산더 도브첸코에게서 강한 영향을 받은 라리사 셰피트코는 장편 데뷔작 (1966)로 단숨에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를 떠올리게 하는 형이상학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구축했고, 풍경과 인간의 얼굴을 담아내는데 있어 그 누구보다 특별했다. 그러나 4편의 장편영화만을 남긴 채, 그녀는 1979년에 비극적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남편 클리모프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
2010.04.24 -
해빙기 러시아 전쟁영화의 걸작이 찾아온다!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오는 27일부터 5월 9일까지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을 연다. 세계 2차 대전 종전 65주년을 맞아 여는 이번 행사에는 미하일 칼라토초프 감독의 (1957), 게오르기 추흐라이 감독의 (1960) 등 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러시아 영화계에 찾아온 일명 '해빙기'를 대표하는 전쟁 영화 10편을 상영한다. 해빙기 이후에 러시아에서 제작된 영화들은 당시 스탈린 시대의 가혹한 사회, 정치적인 상황을 벗어나 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러시아뿐 아니라, 유럽 전역의 문화 예술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특히 이번 상영작에는 특별 섹션으로 1960년대 후반에 뛰어난 미학과 독특한 시각으로 러시아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유명한 부부영화..
2010.04.21 -
마스무라의 영화, 현재도 돌파구가 될 수 있는가
[현장중계] 김성욱 프로그래머 '마스무라 야스조의 미학' 강연 마스무라 야스조 회고전이 한창인 21일 오후 상영 후,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의 특별강연이 있었다. 를 중심으로 마스무라 야스조가 일본영화사에서 갖는 의미와 그의 영화세계의 전반적인 미학에 대해 이야기한 자리였던 그 시간을 일부 옮긴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전반적인 마스무라 야스조의 이야기와 방금 보신 영화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드리겠다. 오시마 나기사는 마스무라의 영화가 나왔을 때, “이것은 돌파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지금 시점에서 마스무라의 영화를 보는 것은 전혀 몰랐던 작가와 배우를 만난다는 의미와 함께, 이것이 일본영화사에서 어떤 돌파구로 작용했으며 현 시점에도 돌파구로 작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
2010.03.24 -
가문의 내조만을 위해 살아가야 했던 여성들의 삶
[영화읽기] 마스무라 야스조의 (1967)에는 의학발전에 지대하게 공헌할 마취약을 개발하는 과정을 다룬 점 외에도, 어머니가 아들의 아내에 대해 질투한다는 점, 그리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와 결혼 제도에 대한 비판이라는 보다 마스무라적인 테마가 있다. 하나오카 집안의 흥망성쇠를 함께하는 며느리 카에의 삶의 여정을 따르는 이 영화에는 그녀의 삶의 분기점이 되는 만다라게 꽃밭의 장면이 세 번 나온다. 그 처음은 카에가 8살 때로 그녀는 장차 시어머니가 될 여인의 모습을 보고 한 눈에 반한다. 어린 소녀의 눈으로 바라본 우아한 여성성의 절정. 만다라게꽃보다 더 아름다우며, 어린 소녀에게 있어서 만다라게의 독성만큼이나 치명적이었던 매력. 그녀의 삶은 그 이상향을 향한 여정이 된다. 그리하여 그녀는 남편의 얼굴도..
2010.03.18 -
가부장제 속 억압받는 여자의 일생
[영화읽기] 마스무라 야스조의 는 단순하게 말해 가부장제에서 억압받는 여성의 삶을 다룬 영화다. 아들(하나오카 세이슈)과 며느리(카에), 그리고 시어머니(오츠기)의 관계를 통해 그러한 삶을 보여준다. 마스무라 야스조는 시네마스코프를 최대한 활용한 독특한 화면구성을 통해 세 사람의 관계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보이지 않는 내적 심리를 묘사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매개가 되는 만다라게꽃은 여성의 삶의 고통을 암묵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영화는 모범적인 여성상을 보여 주는 오츠기에 대해 카에가 품었던 존경심이 애증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나오카 세이슈가 외과수술에 필요한 마취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그녀들이 마취제의 실험대상이 되려고 경쟁하는 모습은 가부장제에서 아들과 시어머니, 그리고..
2010.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