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서울아트시네마 개관 9주년 기념 영화제(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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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바벳 슈로더의 '공포의 변호사 Terror's Advocate'
한 공동체가 악(惡)이라 규정하는 것의 속성과 범위를 살펴보면 거꾸로 그 공동체의 이상이 무엇인가를 파악할 수 있다. 즉 어떤 공동체든 그 존재를 위해 반드시 배타적인 악의 명명을 필요로 하는 법이다. 좀 우스꽝스러운 예를 들자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일부 수구세력들이 그 존재를 위해 ‘친북좌파’라는 악의 명명을 필요로 하듯 말이다. 그런데 ‘친북좌파’란 잘못된 명명, 즉 실체 없는 악에 대한 명명이기 때문에 결국 이러한 명명을 수행하고 있는 공동체의 이상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굳이 그러한 공동체의 이상에 대해 논하자면 ‘친북좌파’라는 명명을 목청껏 수행하는 것 정도가 되겠다.) 2007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공개돼 작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벳 슈로더의 다큐멘터리 는 극..
2011.05.15 -
[리뷰] 스티브 맥퀸의 '헝거 Hunger'
스티븐 맥퀸의 데뷔작 (2008)는 1981년 메이즈 교도소에서 단식(hunger) 투쟁을 벌이다 66일 만에 사망한 IRA(아일랜드 공화군) 소속 보비 샌즈(마이클 패스벤더)의 실제 옥중 투쟁을 소재로 한다. 스티브 맥퀸의 표현을 빌면, “11살 때 보비 샌즈의 단식 투쟁을 TV로 접한 이후 내게는 지금까지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으며 연출자로 데뷔할 기회를 얻게 됐을 때 고민 없이 선택하게 된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는 북아일랜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신교도(성공회)와 구교도(가톨릭), 즉 영국과 북아일랜드 간의 역사적 대립에서 연유한다. 17세기 이후로 줄기차게 아일랜드를 넘봤던 영국에 저항해 아일랜드는 독립하는데 성공하지만 신교도들이 월등한 북아일랜드는 영국 잔류를 주장했다. 과격단체 ..
2011.05.15 -
아무것도 바꾸지 마라
브루노 뒤몽의 (2009)의 한 장면에서 이 세계에서 폭력이 자연스런 것이라 말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그럼 순수한 사람들은 어떡하지’라고 묻습니다. 그는 정색을 하며 ‘사람들이 그들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순수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 너 또한 세계에 가해진 굴종에 책임이 있는 거야’라 말합니다. 고다르의 (1962)에서 나나가 자신의 손을 들어 '내가 손을 드는 것은 내 책임이야'라며 세상의 모든 책임을 말했던 것처럼, 이 순간 남자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에 우리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손으로(혹은 잘못된 선택으로) 그런 전쟁과 폭력을 자행하는 이들에게 힘을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뒤몽이 보여주는 우리의 삶의 조건이자 모럴의 조건입니다. 삶에서 본질적..
2011.05.15 -
개봉해야 마땅한 동시대 최고 화제작들
서울아트시네마 개관9주년 기념영화제, 5월 10일부터 2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가 개관 9주년을 맞아 5월10일(화)부터 22일(일)까지 기념영화제를 연다. 수입되고 개봉되어야 마땅함에도 상업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을 거라는 핑계로 국내 수입업자들에게 외면받은, 동시대 가장 뛰어난 최신 화제작들이 즐비하다. 바벳 슈로더의 , 스티브 매퀸의 , 파올로 소렌티노의 , 코스타 가브라스의 , 브루노 뒤몽의 , 페드로 코스타의 , 스파이크 존즈의 , 마뇰 드 올리베이라의 다. 특별 상영도 있다. 지난 4월9일 세상을 떠난 미국 감독 시드니 루멧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그의 데뷔 초기작인 와 그가 유작으로 남긴 를 상영한다. 한국에는 와 같은 스릴러 감독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바벳 슈로더는 때로는 자만과 도취로 가득 찬..
2011.05.11 -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9주년 기념 영화제 개최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대표 최정운 www.cinematheque.seoul.kr)는 2002년에 첫 문을 연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의 개관 9주년을 맞이하여 개관기념일인 5월 10일부터 22일까지 열흘간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9주년 기념 영화제’를 개최한다. 그 동안 시네마테크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는 시대와 유행에 상관없이 영화 팬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고전영화와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적절한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한 현대영화를 꾸준히 소개해 오며 시네필들의 장소로 자리 잡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작영화가 쏟아지고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영화를 다운 받을 수 있는 시대이지만 영화사의 고전과 현대의 예술영화를 극장에서 감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온전한 영화 보기의 즐거움이 ..
2011.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