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루키노 비스콘티 특별전(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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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벨리시마
이탈리아에서 ‘어머니’라는 존재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어머니’의 범주를 넘어선다. 이탈리아의 남성들은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집안의 시설이 고장 났을 때 어머니의 이름을 팔면 한달 후에 온다던 수리공이 그날 바로 찾아와 고쳐준다는 일화도 어머니의 영향력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비스콘티의 초기작 는 거칠고 강한 전후의 이탈리아 어머니를 그리고 있다. 안냐 마냐니는 에서 자신의 딸을 소모시키는 억척 같은 어머니상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관객들의 마음 이곳 저곳을 찌르는 호소력은 유치해 보일 수도 있는 과장된 연기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이탈리아 영화의 인장으로써 특색 있게 빛난다. 특히 마냐니는 어릴 적 부모에게 버림 받고 극단에서 클럽을 전전하던 ..
2011.03.14 -
[리뷰] 로코와 그의 형제들
루키노 비스콘티의 초기 대표작 은 도시 공간 속에서 가족의 해체를 다룬 영화다. 극빈한 가난때문에 낯선 곳으로 이주한 가족사를 다룬 영화는 삼각관계가 불러일으킨 형제간의 균열과 가족의 구제에 대한 형제들의 견해 차로 인해 와해된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 해체를 가속화시키는 원인들 또한 도시 공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특히 영화의 도시 공간은 가족이라는 심리적, 사회적 연대를 허무는 과정에서 개인의 인격마저 붕괴시킨다. 이 점은 강한 멜로드라마적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비스콘티의 필모그래피에서 네오리얼리즘의 정점으로 불리는 이유다. 영화는 밀라노로 상경한 파룬디 가족이 결혼 피로연으로 분주한 맏아들 내외에게서 버림받고 기차 역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으로 시작한다. 니노 로타의 처연한 오프닝 음악은 ..
2011.03.14 -
[리뷰] 순수한 사람들
연극과 오페라 연출가이기도 했던 비스콘티는 거의 평생 동안 멜로드라마에 탐닉했다. 유작인 에서 그는 19세기 이탈리아 상류 사회에서 벌어지는 불륜과 정조의 문제를 다루며 다시 한 번 멜로드라마로 돌아온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공간은 사교계의 살롱과 귀족들의 저택인 실내 공간들로, 소품들의 화려함과 다채로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주인공들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의 의상 또한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장면이 바뀔 때, 동일한 공간이나 의상이 다시 등장하는 일이 거의 없으며, 사물들은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정점에 달한 영화미술, 숏 하나하나가 회화 작품과도 같은 프레이밍으로 이뤄진 미장센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극 전체의 분위기와 상황, 인물들의 감정을 매우 ..
2011.03.14 -
[리뷰] 루드비히
만년의 대작 는 19세기 바이에른의 왕이었던 루드비히 2세의 기이했던 삶의 궤적을 장엄하게 담아낸다. 영화는 루드비히 2세(헬무트 베르거)의 즉위식으로 시작한다.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부와 왕이라는 지위가 주는 거대한 권력은 그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올 뿐이다. 이제 곧 그를 둘러싼 권력자들의 정치적 압력이, 제복의 높은 깃이 목을 감싸는 것처럼 그를 옭죄어 올 것이다. 자신을 옭죄는 왕좌로부터 벗어나 그가 택한 것은 예술에 대한 탐닉이다. 그는 왕위에 즉위하자마자 시종들에게 바그너를 찾아오라는 지시를 내리고 바그너를 성으로 초대해 거의 우상처럼 떠받든다. 바그너는 루드비히의 거울이미지와도 같은 자유로운 인물이다. 그의 방탕한 생활은 왕실의 재정을 탕진시킨다. 재상들의 압력에 굴복한 루드비히는 결국 ..
2011.03.14 -
[리뷰] 저주받은 자들
젊은 시절 네오리얼리즘의 기수로 불리던 루키노 비스콘티는 50년대 무렵 멜로드라마에 심취하는데, 이런 경향은 말년에 이르러 탐미주의로 치닫는다. 이러한 비스콘티의 탐미주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독일 3부작의 서두를 여는 작품이 바로 이다. 특유의 멜로드라마 연출과 연극적 특징, 동성애적 성향과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 한 편의 대작에 농도 짙게 뒤엉켜있다. 나치가 차츰 그 세를 불려나가던 1933년 독일. 루르 지방의 세도가 요하임 폰 에센벡이 운영하는 철강회사는 나치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회사를 넘겨받은 SA의 일원 콘스탄틴, 진보적이고 반나치적인 아들 허버트와 권력욕에 사로잡힌 사촌 아셴바흐(헬무트 그리엠), 에센벡 철강을 관리하고 있는 프레드릭(더크 보가드)과 그의 연인 소피(잉그리드 툴..
2011.03.14 -
[리뷰] 베니스에서의 죽음
은 비스콘티의 탐미주의적 성향이 극에 달한 후기 걸작이다. 중년의 작곡가가 갓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에게 반한다는 이야기는 순수한 절대미에의 매혹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미적 요소들이 과잉된 바로크적인 작품은 아니다. 오히려 엄격한 고전주의적 면모가 보인다. 영화의 아름다움이 절제된 움직임과 형식 안에서 돋보이기 때문이다. 전작 의 무도회에서 보여준 화려한 색의 향연과 달리 색채도 절제되어있다. 영화 속 베니스는 온통 잿빛이며 도입부터 시종일관 습하고 어두운 죽음의 기운을 품고 있다. 의상도 거의 흰색이나 검정색이다. 이 도시에서 원색은 광대들에게나 어울리는 조롱거리이다. 마치 드라이플라워 같은 인물들은 우아하지만 생기가 없다. 덕분에 이 죽음을 배경 삼아 더욱 빛나는 건 황금빛 소년의 아름다움과 젊음이다..
201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