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소쿠로프 특별전]


“소쿠로프에게 다큐멘터리는 자신의 세계관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 <프랑코포니아> 상영 후 세르게이 일첸코, 이지연 대담


이지연(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교수) 오늘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세르게이 일첸코 교수와 <프랑코포니아>를 비롯해 소쿠로프 감독의 창작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세르게이 일첸코(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교수) 소쿠로프 감독의 작품과 러시아 문화에 관심을 가진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쁘다. <프랑코포니아>는 러시아에서도 여러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소쿠로프 감독은 조화되기 어려운 요소들, 이를테면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조화롭게 연결시키며 역사와 예술, 그리고 정치를 아우르는 작품을 만든다.


관객1 1944년 6월, 연합군이 노르망디에 상륙하자 히틀러는 파리를 빼앗길 것 같아 파리 시내 전부를 불태우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러자 메테르니히 백작이 예술품을 다른 곳으로 빼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영화 말미에는 메테르니히 백작이 1942년에 파리 주둔 사령관에서 해임됐다고 나온다. 이 정보가 역사적으로 맞는 것인지 알고 싶다.


세르게이 일첸코 바로 그것이 소쿠로프 감독의 기법 중 하나다. 지적한 대로 백작이 1942년에 해임된 건 역사적 사실이 아니다. 소쿠로프는 예술성을 가미하기 위해서 역사를 바꿨다. 그런 점에서 <프랑코포니아>는 통상적인 의미의 다큐멘터리로 볼 수 없다.


이지연 이번 특별전 제목을 원래는 ‘소쿠로프의 다큐멘터리’로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프랑코포니아>는 다큐멘터리 장르에 포함시키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제목을 ‘예술에 대한 기록’으로 바꿨다.


관객2 <프랑코포니아>의 첫 장면에는 톨스토이와 체호프 같은 러시아 대문호의 사진이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는 인터내셔널가가 나오기도 한다. <프랑코포니아>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영화인데 이런 설정을 취한 이유가 궁금하다.



세르게이 일첸코 소쿠로프는 예술이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프랑코포니아>는 러시아 문화의 맥락 안에서 프랑스의 문화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 세계 문화 속의 러시아 문화와 러시아 문화 속의 세계 문화를 함께 보여준다. 그런 맥락에서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주인공인 <러시아 방주>는 <프랑코포니아>와 짝을 이루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영화를 통해 소쿠로프는 러시아 문화는 세계 문화이고 세계 문화는 러시아 문화다, 라는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한다.


관객3 마지막 장면에서 화면이 붉게 전환된 뒤 인터내셔널가가 나온다. 이 연출이 당시 러시아의 상황에 대한 묘사와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다.

세르게이 일첸코 마지막의 붉은색 화면은 소련 역시 2차대전의 피해자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본다. 소쿠로프 감독은 문화가 일체성을 지닌다고 보는 예술가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있었던 약탈과 반달리즘은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서도 일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관객4 소쿠로프 감독의 영화 중에는 박물관을 탐구하는 작품이 많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소쿠로프 감독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세르게이 일첸코 소쿠로프 감독에게 박물관은 단순히 예술 작품이 보관된 곳이 아니다. 역사와 예술이 만나는, 살아 있는 장소다. 소쿠로프 감독은 이 교차점에서 무언가를 찾아내려 한다. 그래서 <러시아 방주>, <프랑코포니아>, 그리고 엘레지 시리즈까지 모두 박물관이 주인공이다.

이지연 ‘엘레지’는 죽은 사람을 추모하며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을 시를 통해 가둬놓는 장르다. 다시 말해 엘레지에는 죽음과 영원이라는 모순된 두 가지 의미가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박물관이라는 장소 역시 그렇다. 박물관에 살아서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시 말해 박물관은 죽음을 보존하는 곳이다. 그런가 하면 1900년대 초반의 러시아 종교철학자들 중에는 박물관이 문자 그대로 어느 순간 부활할 거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박물관은 영생의 장소였다. 소쿠로프 감독의 가장 중요한 두 테마, 바로 엘레지와 박물관이 이렇게 하나의 의미로 결합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세르게이 일첸코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생의 엘레지>와 <모스크바 엘레지>를 상영한다. <생의 엘레지>는 비쉬넵스카야와 로스트로포비치에 대한 다큐멘터리고, <모스크바 엘레지>는 타르코프스키 감독에 관한 영화다. 이뿐 아니라 소쿠로프 감독은 예술가를 기리는 ‘엘레지 연작’을 여러 편 연출했다.

이지연 소쿠로프 감독의 작품들 중에서 극영화인데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거나 다큐멘터리인데 감독의 적극적이고 주관적인 개입이 들어간 작품을 볼 수 있다. 소쿠로프 감독에게 다큐멘터리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하고 싶다.


세르게이 일첸코 소쿠로프 감독에게 다큐멘터리는 자신의 세계관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기초다. 우리가 보는 장면은 배경이 되고, 이 배경을 토대로 어떤 인물, 어떤 현상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그래서 소쿠로프 감독의 모든 다큐멘터리에는 자신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다. 그 목소리를 통해서 감독은 관객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이지연 소쿠로프 감독의 <어머니와 아들>은 극영화인데 계속해서 사진을 정지화면으로 집어넣는다. 다큐멘터리는 정말 도큐멘트, 그러니까 문서나 기록물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말하는데, 소쿠로프 감독은 극영화에서 이런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에 반하는 장치가 방금 얘기한 목소리다. 도큐멘트가 갖고 있는 객관성에 감독의 주관적인 목소리가 결합해서 소쿠로프 감독 고유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세르게이 일첸코 첨언하자면, 다큐멘터리는 도큐멘트, 즉 어떤 역사적인 기록을 재료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감독의 시각이 들어간다. 관객들은 감독의 시각을 거쳐서 역사적인 사건을 보게 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소쿠로프 감독을 비롯한 러시아 영화예술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를 바란다. 다큐멘터리는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역사를 직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진실을 직시할 수 있다면 좀 더 정의롭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지연 내년에는 ‘러시아 영화의 유산’을 주제로 소쿠로프 감독을 포함한 여러 러시아 감독들의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다. 러시아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일시 12월 9일(일) <프랑코포니아> 상영 후

정리 송재상 프로그램팀

사진 여혜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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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것: (주)인디스토리의 경우]


“창작자도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시스템을 기대한다”

- <최악의 하루> 상영 후 김종관 감독과의 대화




김보년(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이번 <최악의 하루> 상영은 (주)인디스토리 20주년을 기념해 진행하는 것이다. 1998년에 처음 문을 연 (주)인디스토리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배급에 초점을 맞췄지만 제작도 열심히 해서 지금까지 23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그중 단편까지 포함하면 (주)인디스토리와 가장 많이 작업한 감독이 김종관 감독이 아닐까 한다. 어떻게 (주)인디스토리와 함께 작업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김종관(감독) 지금까지 장편영화 작업을 세 편 정도 했다. <조금만 더 가까이>(2010), <최악의 하루>(2015), <더 테이블>(2016)을 만들었는데 이 중 <조금만 더 가까이>와 <최악의 하루>를 (주)인디스토리와 함께 만들었다. 그리고 단편 옴니버스까지 포함하면 <눈부신 하루>(2005)도 (주)인디스토리와 함께 만들었다. <눈부신 하루>는 30분 길이의 단편으로 참여를 했는데 일주일 안에 찍는 ‘빡센’ 일정이었다. 예산도 적어서 1,000만 원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예산으로 찍었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 조금씩 오르기는 했다(웃음). <조금만 더 가까이>는 1억 규모였고, <최악의 하루>는 3억 정도의 규모였다.

기본적으로 상업영화를 찍을 때는 감독이 제작사에 연출자로 ‘고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들 때는 감독이 기획의 영역에서도 많은 역할을 요구받곤 한다. <최악의 하루>를 찍을 때는 투자 과정에 문제가 생겨 사비를 쓰기도 했었다. 연출자가 투자를 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김보년 여러 제작사가 있는데 (주)인디스토리와 함께 하기로 결정한 이유도 궁금하다.

김종관 단편을 포함해 (주)인디스토리와 작업을 많이 했다. 너무 많은 작업을 함께 하다 보니 좀 고단한 것도 있다(웃음). 서로 너무 많이 알고 있어서 좋은 모습만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일을 할 때 냉정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주)인디스토리는 기본적으로 개성이 강한 작품들을 만든다. 그런데 그 개성이 상업적으로 보았을 때는 ‘마이너’한 경우가 많다. 그만큼 (주)인디스토리는 다른 곳에서는 제작하지 않는 작품들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투자사와 제작사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주)인디스토리도 돈을 벌고 싶겠지만(웃음) 여전히 ‘좋은 영화’에 대한 마음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순수함이 있다.

<최악의 하루>도 상업적으로는 한계가 있는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하는데 제작 과정에서 연출자의 의견을 잘 존중해 주었다. 흔치 않은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관용도라고 해야 할까, 그런 특징이 지금 (주)인디스토리의 색깔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의견 차이도 있지만 흔히 말하는 심한 관여나 내용에 대한 간섭 같은 건 없었다. ‘이런 장면이 더 들어가야 상업적이지’ 같은 말을 하는 회사가 아니다.

김보년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제작사와 가장 많이 논의한 건 어떤 지점이었나.

김종관 일종의 모니터링을 받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창작에 있어 나의 자유를 보장해 주었다. 오히려 많은 논의를 한 건 배급 과정에서였다. 제작사는 영화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줄지 전략을 짜는 일도 맡는다.

김보년 <최악의 하루> 배급은 CGV아트하우스와 함께했다.



김종관 언제 개봉할지, 어떻게 홍보를 할지, 배급을 어떻게 할지 등을 (주)인디스토리, CGV아트하우스와 함께 논의했다. 결과적으로 포스터와 예고편도 좋게 나왔고 많은 좋은 결과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CGV아트하우스의 색깔도 많이 들어왔다. 지금 생각하면 재밌는 과정들이었던 것 같다. 먼저 내가 시나리오를 쓴 뒤 (주)인디스토리에 같이 하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크랭크인 사흘 전에 예산이 비어버렸다. 그래도 영화는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마치 도박에 빠진 사람의 심정으로(웃음), 내 돈을 투자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렇게 촬영을 마친 뒤 만든 ‘가편본’을 CGV아트하우스에 보여준 다음 새롭게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여러 과정을 거쳐 현재의 <최악의 하루>가 만들어졌다.

독립영화 개봉은 많은 사람들이 몸으로 직접 뛰는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매일 관계자와 만나고 감독과 배우도 극장에 가서 직접 관객들과 만난다. 이런 과정에 참여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최악의 하루> 극장 관객이 8만 명 정도 되는데, 누군가에게는 적어 보이겠지만 나는 적은 숫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만 고민했었는데 이번에 이걸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김보년 개인적으로 ‘오늘 빵 터진다’라는 카피가 붙은 포스터가 재미있었다.

김종관 홍보 포스터를 만들 때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다. 먼저 영화의 전체적인 톤앤매너를 (주)인디스토리, CGV아트하우스의 마케팅 팀과 잡는다.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포스터를 만든다. 포스터를 만드는 과정도 영화 만드는 과정과 비슷했다. 여러 사진작가와 디자이너, 크리에이터들이 합류해서 만들었다. 그리고 전체 홍보 작업에는 잘 알려져 있는 무브먼트라는 회사와도 함께했다. 서로 생각들이 많은 사람들이다 보니 의견차도 있었지만 정말 재미있게 했다. 정작 포스터 촬영할 때 나는 외국에 있었던 기억도 있다(웃음).

관객 1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연기 디렉팅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김종관 지금까지 영화를 16년 정도 했고 스무 편이 넘는 단편을 찍었는데, 연출자로서 연기자들과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정말 즐긴다. 운 좋게 좋은 연기자들을 만나서 잘 표현이 됐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 때마다 배우들과 ‘으쌰으쌰’해서 연기적으로 좋은 순간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연기에 관해 항상 갖고 있는 개인적 생각인데, 연출자의 잘못된 판단으로 좋은 연기자가 안 좋은 연기를 하는 것으로 보이게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연기를 못하는 배우가 연기를 잘하게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배우들은 각자 잘할 수 있는 연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연출자는 배우와 캐릭터 사이의 중매를 잘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배우와 캐릭터의 간극을 어떻게 잘 메울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이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캐스팅이다. 배우의 인지도나 인기를 떠나서 이 배우가 이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캐스팅이 잘 되면 연출자가 할 부분은 사실상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다음으로는 배우와 대화를 최대한 많이 하면서 배우가  캐릭터를 잘 이해하게 유도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그러고 나면 연출자가 할 일이 많지 않다. 배우가 보여준 많은 좋은 모습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 정도다.

김보년 감독님이 생각하는 (주)인디스토리는 어떤 회사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앞으로 (주)인디스토리에 어떤 걸 기대하고 있는지도 듣고 싶다.

김종관 (주)인디스토리는 제작뿐 아니라 배급도 해주었다. 내가 회사에 수익적으로 많은 도움이 안 된 것 같아 좀 그렇기는 하다(웃음). (주)인디스토리는 창작적인 부분에 있어 서로 ‘나이스’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또한 저예산 영화 제작의 노하우를 많이 갖추고 있기도 하다. 사실 독립영화 작업을 할 때는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너무 많다. 자기 돈으로 만드는 사람도 있고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외로울 때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회사다. 기반이 더 튼튼해져서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창작자들과 앞으로도 계속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주)인디스토리가 20주년을 맞았고, 나도 16년 정도 저예산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시간 동안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새로운 사람이 많이 등장한 건 너무 좋은 일이지만 20년 전에 영화를 하던 사람이 지금도 영화를 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적다. 창작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여러 창작자들에게 시선과 기회를 주는 시스템을 바란다. (주)인디스토리는 그런 면에 있어 분명 많은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 단편의 배급 의뢰를 했던 2003년부터 (주)인디스토리와 함께 일했다. 앞으로도 좋은 파트너, 친구로 남고 싶다.


일시 11월 25일(일) <최악의 하루> 상영 후

정리 김보년 프로그래머

사진 여혜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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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것: (주)인디스토리의 경우]


“독립영화가 좀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

- <걷기왕> 상영 후 백승화 감독, 곽용수 대표, 김화범 제작이사 시네토크




김화범((주)인디스토리 제작이사) 오늘 서울에 첫눈이 내렸다. 눈길을 헤치고 와주신 관객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 자리에서는 (주)인디스토리 제작 영화 기획전 상영작 중 <걷기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주)인디스토리에서 20년간 제작한 영화가 23편이다. 먼저 곽용수 대표의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곽용수((주)인디스토리 대표) 우선 (주)인디스토리 20주년을 기념해서 기획전을 열어준 서울아트시네마에 감사드린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영화제를 하지는 못했지만 서울아트시네마뿐 아니라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도 20주년 기념 영화제를 했고, 12월에는 부산 영화의전당에서도 기획전이 예정되어 있다. 이렇게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김화범 심은경 배우를 캐스팅한 과정에 대해서 듣고 싶다.

곽용수 CGV아트하우스에서 투자를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심은경 배우를 추천받았다. 설마 출연할까 싶었는데 승낙을 얻었다. 우리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반가워했다(웃음).

백승화(감독) 심은경 배우가 출연한 <궁합>과 촬영 일정을 조정하느라 준비 시간이 좀 더 생겨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사실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심은경 배우를 이미지 캐스팅했었다. <써니>나 <수상한 그녀>에서 보여줬던, 캐릭터가 돋보이는 모습을 원했다. 실제로 심은경 배우가 캐스팅됐을 때는 물론 기뻤지만 당황하기도 했었다(웃음). 나중에 왜 <걷기왕>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는지 물어봤었다. 빠르게 주연으로 성공한 배우다 보니 다음 영화들에 대한 부담감이 컸었는데, ‘쉬어간다’는 <걷기왕>의 주제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이런 점들이 운 좋게 잘 맞아서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


김화범 <걷기왕>에는 음악들이 많이 쓰였다. 감독님이 직접 작사도 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음악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백승화 음악적으로 재밌는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었다. <타이타닉>의 음악 “My Heart Will Go On”을 리코더로 부는 장면이라든가, 영화 후반부에 삽입된 인디밴드의 노래들, 심은경 배우가 노래를 부르는 엔딩 장면이 그렇다. 리코더를 엄청 못 부는 외국인이 “My Heart Will Go On”을 연주하는 유명한 유튜브 영상이 있다. 편집할 때 그 생각이 나서 소리를 입혀봤는데 정말 좋더라. 약간 슬프기도 하면서 웃기기도 하고, 뭔가 어설픈 느낌이 잘 어울렸다. 저작권료 때문에 고민했지만 다른 음악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음악감독님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그 음악을 쓸 수 있었다.

관객1 제작에 있어 ‘독립영화’와 ‘일반 상업영화’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영화를 제작할 때 예상하는 관객 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어느 정도의 수익을 기대하는지 궁금하다.

곽용수 지금까지 (주)인디스토리에서 제작한 영화 중 <눈부신 하루>라는 옴니버스 영화와 <최악의 하루>만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만약 손익분기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했다면 영화를 만들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독립영화 제작 방식은 큰 투자를 받거나 손익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여러 단체의 제작지원을 받거나 개인 사비를 털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손익분기점을 맞춘다는 개념 자체가 독립영화 쪽에서는 적용이 어려운 것 같다. 심은경 배우가 <걷기왕>을 한다고 했을 때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흥행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독립영화가 좀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이다.

관객2 <걷기왕>은 고등학생인 만복이가 주인공인 영화다. 영화를 만들면서 고등학생 또는 20대 초반인 세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그 세대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지는 않았는지 질문하고 싶다.



백승화 처음 어떤 고등학생의 이야기를 떠올렸을 때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경험하고 고민했던 것들이 지금 학생들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고등학생은 아니지만 20대 초중반인 주변 사람들에게 무슨 고민을 하고 사는지 많이 물어봤다. 내가 학생일 때만 해도 열심히 노력해서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게 어떤 이데올로기 같은 것이었다. 거기에 대해 별로 의심을 안 해봤는데, 요즘 세대들은 그 한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이 점이 가장 다르다고 느꼈다.

<걷기왕>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도 그렇게 채워졌다. 예를 들면 만복이가 완주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렇다. 보통의 스포츠 영화 주인공에게 기대하는 건 일등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넘어졌으면 기어서라도 완주를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만복이가 스스로 그만두기를 선택하는 모습이 그 시기의 학생들한테 오히려 뭔가 가닿는 게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게 좀 더 필요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관객3 파스텔톤 화면이 굉장히 화사했다. 그러다 보니 훈련하고 경기를 하는 장면에서도 선수들이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원했던 느낌의 장면이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완성된 영화에 아쉬운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백승화 <걷기왕>은 ‘보통의’ 영화들과는 다른 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체적인 톤이라든가 이야기 구조, 음악 등에서 약간은 키치한 느낌과 B급 유머가 있었으면 했다. 그렇게 고민했던 것들 중 색도 있었다. 색깔이 눈에 잘 들어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지금의 컨셉을 가지고 촬영과 색보정을 했다.

아쉬운 점도 없진 않다. <걷기왕>을 만들면서 내가 원하는 어떤 영화를 만드는 게 단순히 재밌는 아이디어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느꼈다. 예산이나 촬영기간도 넉넉하지 못했고, 특히 화면의 경우는 미술이 뒷받침되어야 내가 하고 싶은 걸 더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화범 (주)인디스토리의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곽용수 개인적으로 장르 영화를 해보고 싶다. 올해 공동 제작으로 호러 영화를 하나 찍었다. 이런 쪽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거다. 현실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면, 제작 환경이 변해가고 있다.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감독도 현장에서 많이 힘들겠지만 제작자도 부담이 늘고 있다. 이런 열악한 현장에서 어떻게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 어떻게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웹드라마의 형식과 플랫폼을 결합했던 <오목소녀>(백승화) 같은 방식도 있고, 또 다른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투자를 받아야 하겠지만 TV 시리즈물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과 탐색을 계속하게 될 것 같다. 주말에 눈도 왔는데 이렇게 영화를 보러 와주신 관객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영화를 만들 거다. 인디스토리에서 만드는 작품들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기대한다.

백승화 오늘 영화를 보러 와주신 관객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GV를 많이 했는데 회사 대표님과 같이 GV를 하는 건 처음이었다(웃음). 개인적으로 (주)인디스토리와 굉장한 연이 있는 것 같다. 내가 한 작업의 대부분을 (주)인디스토리와 함께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되는 대로 같이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분들이 (주)인디스토리의 작업들을 응원하고 있다. 앞으로 30주년, 40주년 행사를 가질 수 있는 의미 있는 행보를 기대한다.

김화범 대표님이 얘기한 것처럼 영화 현장에서의 노동 조건들이 많이 바뀌고 있다. 독립영화 현장이라 하더라도 저임금 노동과 관련한 현실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제대로 고민할 시점이 온 것 같다. 그리고 또 스태프와 배우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합리적인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오늘 함께해 주신 관객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영화들을 만들어갈 텐데 그때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일시 11월 24일(토) <걷기왕> 상영 후

정리 송재상 프로그램팀

사진 목충헌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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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짧고 굵은 아시아단편영화제]


“영화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 ‘가족의 아시아’ 섹션 상영 후 우샤오펑, 홍의정 시네토크



신정아(모더레이터) <우리 형>의 우샤오펑 감독은 국립타이페이예술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고, 지금은 영화감독 겸 포토그래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식지>의 홍의정 감독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과 런던 필름스쿨 영화과를 졸업하고 많은 단편과 장편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우리 형>의 엔딩 크레딧 마지막에 가족에 대한 감사의 말이 있다. 먼저 우샤오펑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든 배경에 대해 듣고 싶다.


우샤오펑(감독) <우리 형>은 나의 아버지와 장애를 가진 큰아버지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젊을 때부터 아버지가 큰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는데, 이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를 만들었다.


신정아(모더레이터) <서식지>는 통일한국을 미리 만나보는 영화다. 새로운 가족의 구성이 이루어지는데 감독님은 통일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의 배경을 처음에 어떻게 설정했는지 듣고 싶다.


홍의정 통일에 대해서 늘 부정적으로 생각한 건 아니다. 다만 통일의 밝은 부분이 있다면 언제나 그렇듯 그림자에 가려진 힘든 상황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관객1 <서식지>에서는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구성한다. 각자의 견해차 때문에 다투기도 하고, 또 언제 싸웠냐는 듯 서로 협조하며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치 다른 종의 눈으로 인간의 서식지를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떤 이유로 ‘서식지’라는 제목을 붙였는지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홍의정 이 영화에 나온 세 명의 캐릭터가 모두 내 모습이다. 해외에서 생활할 때 한국에 있을 때는 알지 못했던 나의 편견을 알게 되기도 했고, <서식지> 속 중국인의 역할을 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을 때 의견이 다르더라도 가까이서 서로 돕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만들었다. 우리 세대는 더는 한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지 못한다. 어딘가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가족도 만들고 친구도 만들고 동료도 만들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서식지란 제목을 붙였다.




관객2 <우리 형>에서 남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장애인 형이 다른 여성과 결혼을 하려 하는데, 감독님은 이 결정을 지지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우샤오펑 큰아버지의 병원에 갔을 때 큰아버지를 돌봐주는 어떤 여성분과 주고받은 생일 축하 카드를 본 적이 있다. 그 카드를 보고 큰아버지도 어쩌면 누군가를 만나서 감정을 나누고 결혼을 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아버지는 실제로 결혼을 하진 않았다. 나는 물론 그 결정을 지지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화에서는 희망적인 결말을 만들어 보았다. 영화는 일종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홍의정 지적 장애인 캐릭터를 묘사할 때 어떤 윤리적 기준을 가지고 작업을 했는지 궁금하다.


우샤오펑 장애를 과장해서 보여주기보다는 작은 장면들로 설명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컵에 물을 찰랑찰랑하게 담는 장면을 통해서 그들의 감정을 보여주려 했다. 굉장히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동시에 그들이 비장애인보다 자신의 애정을 표현하는 데 훨씬 더 용감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3 <서식지>에서 카메라가 대부분 집 안에 머무르기 때문에 통일된 상태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소품에 많은 신경을 썼을 것 같다.


홍의정 가까운 미래로 설정했기 때문에 미래적 느낌의 소품이 필요하진 않았다.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것과 오래된 것들을 섞어서 쓰고 싶었는데, 예산 문제 때문에 현재의 물건들을 더 많이 쓸 수밖에 없었다.


신정아 이 영화들을 보며 현실은 고단하지만 영화는 희망을 품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두 감독님의 작품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일시 11월 17일(토) ‘가족의 아시아’ 섹션 상영 후

정리 송재상 프로그램팀

사진 목충헌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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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짧고 굵은 아시아단편영화제]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폭력의 아시아’ 섹션 상영 후 마천위, 박우건 시네토크


신정아(모더레이터) 오늘 상영한 영화 중 <살인 미소>의 마천위 감독, <미나>의 박우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마천위 감독은 북경영화학원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다수의 광고 영상을 제작했다. 박우건 감독은 한양대 대학원에서 단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독립 프로덕션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섹션은 “폭력의 아시아”이다. 폭력을 키워드로 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고 싶다.

마천위(감독) 폭력은 감정적, 정서적 문제라고 생각한다. 폭력 자체보다는 폭력을 당하고 핍박받는 캐릭터의 성격, 아이들을 지켜내려 희생하는 어머니의 집념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박우건(감독)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부터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는 상황을 상상했고, 그 상황 자체가 굉장히 폭력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 미나가 선택하는 어떤 방향성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다.

관객1 마천위 감독께 질문드리고 싶다. 단편영화치고는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이동의 스케일이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재인데, 영화로 만들게 된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마천위 직접 꾼 꿈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미국에서 공부를 할 때였는데 처음에는 장편영화로 제작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단편으로 만들면서 시간이나 공간의 스케일이 오히려 확장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 영화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선택에 관한 것이었다. 자신이 아끼는 무언가가 위협을 받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다.

관객2 미나가 찾아간 집을 보면서 부조리한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실질적인 처벌을 받지 않은 가해자는 매우 부유하게 사는데 미나는 어린 나이에 부모 없이 혼자 밥을 먹는다. 이러한 대비가 어떤 사회적인 부조리를 함의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어떤 면에서는 가해자의 집으로 돌아가는 미나의 마지막 선택이 좀 더 돋보이게 만드는 장치로 보이기도 한다.



박우건 가해자와 피해자의 대비되는 상황이 사건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가해자는 잘 살고 피해자는 못 사는 현실을 보여주려던 건 아니었다. 가해자가 잘 먹고 잘 살고 있으면 주인공이 더 큰 딜레마에 처할 거라고 생각했다. 사회구조적 부조리까지 의도하진 않았다.

관객3 <미나>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다. 먼저 피해자와 가해자가 만나는 상황을 어떻게 처음 떠올렸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는 여주인공 심달기 배우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 배우를 어떻게 찾았는지, 그리고 연기 연출을 한 방법에 대해서 질문하고 싶다.

박건우 처음에 준비하던 작품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구성하던 중에 ‘미나’라는 소녀를 발견하게 됐고, 그 다음부터는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풀렸다. 그래서인지 인물들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구체적인 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달기 배우는 뮤직비디오 작업을 할 때 만났다. 그때 이미지가 미나와 잘 맞아떨어져서 자연스럽게 캐스팅했다. 연기 디렉팅을 치밀하게 하진 않았다. 최대한 디테일하게 상황 설명을 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연기를 하도록 부탁했다.

관객4 <살인 미소>에서는 아이의 귀여운 미소와 살인이 강렬한 대비를 보인다. 이 대비가 무엇을 은유하는지, 그래서 궁극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그리고 <미나>의 결말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되돌아가는데, 이 장면의 의미가 용서인지 궁금하다.

마천위 ‘나쁜 것과 좋은 것’이라는 대립되는 개념 자체를 해체하고 싶었다. 그래서 비록 단편으로 마무리 지었지만 만약 이 영화를 장편으로 만들면 이 아이가 큰 이후의 이야기도 다루고 싶다.

박우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내가 피해자였을 때는 가해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그런 엔딩으로 흘러간 것 같다. 미나에게 중요한 건 용서보다는 어떤 끝맺음 자체라고 본다. 끝맺음 없이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미나는 그 전과 같이 힘든 삶을 살고 더는 성장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신정아 “짧고 굵은 아시아영화제”의 핵심은 젊은 감독들이 자신들의 고민을 풀어내고 그것을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함께해 주신 감독님들과 관객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일시 11월 16일(금) ‘폭력의 아시아’ 섹션 상영 후

정리 송재상 프로그램팀

사진 목충헌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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