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만병통치약이다.’ 내게 누군가 영화의 정의를 내리라면 이렇게 얘기할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에 상당히 영화를 즐겨봤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가서도 여가시간에 비디오 대여점에서 매일 두 세편의 영화를 빌려서 봤었다. 하지만 영화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적은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만나게 된 친구로 인해 어느 순간 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고 거의 매일 영화관을 들락거리기에 이르렀다. 적어도 내겐 영화 보는 일이 제일 우선이 된 것이다. 영화는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크게 와 닿았고, 지금은 볼 수 없는 영화들에 대한 목마름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렇게 서울아트시네마에 조금씩 가까워졌다.

서울아트시네마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8살 때의 일이다. 고전영화와 예술영화를 주구장창 틀어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 빨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낙원상가에 그런 극장이 있다니!’ ‘책에서 보던 고전을 프린트로 볼 수 있다니!’ 상상만으로 행복했다. 얼마 후, 영화관에 처음으로 가던 날. 극장을 가기 위해 여러 국밥 집을 지나쳤다. 그리고 옥상에 도착하자, 허리우드 극장과 그 옆의 서울아트시네마가 나를 반겼다. 있는 위치마저 ‘참 영화적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자주 가던 멀티플렉스와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자 온 것 같았다. 요즘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좌석은 많으나 소수의 관객들이 있을 뿐. 그때는 몰래 자신의 소중한 영화 서재에 와서 조용히 영화를 음미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이곳,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관객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그 결과가 이렇게 이어져서 기쁘게 지내고 있다. 내가 사랑하는 곳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여러 사람들과 영화를 보고 느끼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모르겠다.


영화는 대중과 가장 가까이 접해있고,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과 같은 감독이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평단과 관객을 동시에 만족시키고 사회를 은유 하는데 이르기 때문이다. 그런 영화를 프린트로 볼 수 있는 시네마테크는 그 어떤 학교보다 좋은 가르침을 주는 곳이다. 내가 가고 싶은 때에 찾아가도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그런 곳이다. 영화라는 약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면 시네마테크는 좋은 약만 지어 관객들에게 고루고루 나누어 주고 있다. 이 곳이 더 좋은 집에서 오래도록 관객들과 함께했으면 좋겠다. (정태형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관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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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대표 최정운
www.cinematheque.seoul.kr)는 오는 18일부터 2월 27일까지 한 달 반 기간 동안 시네마테크를 후원하는 영화인들과 함께 벌써 6주년을 맞이하는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개최한다. 2006년에 시네마테크의 설립취지에 공감하고 활동을 지지하는 영화인들이 참여해 처음 열린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영화인들이 직접 참여해 영화를 선택하고, 관객들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독특한 형식으로 매년 1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대표적인 영화축제이다.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
‘2011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2012년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전용관 개관 10주년을 앞두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간절한 마음을 모아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 - Jouissance Cinema – '를 컨셉으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영화에서 어떤 즐거움을 발견하는지, 영화로 교류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관객들과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하며, 이와 관련한 다채로운 행사들을 마련한다. 이번 영화제의 전체 섹션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개최된 이래 지속적으로 관개들에게 선보인 프로그램인 ‘친구들의 선택’과 ‘관객들의 선택’, 그리고 ‘시네마테크의 선택’을 메인 섹션으로 선보인다.


친구들의 새로운 선택

먼저 제6회를 맞이한 2011년의 친구들로는 이준익, 이명세,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최동훈, 오승욱, 김태용, 민규동, 이해영, 정가형제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과 정성일, 김영진 영화평론가 등의 영화인들이 참여해 그들이 선택한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토크 행사를 가질 예정이며, 새로운 친구로 황덕호 재즈평론가와 손관호 파고뮤직 대표 등 영화를 좋아하는 음악인들도 친구들로 참여, 다양하고 새로운 영화읽기, 즐거운 영화문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관객들이 뽑은 최고의 코미디 배우, 버스터 키튼
관객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영화를 상영하는 ‘관객들의 선택’ 섹션 역시 놓칠 수 없는 영화제의 묘미다. 특히 올해는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란 컨셉에 맞춰 관객들의 선택으로 만나고 싶은 코미디 배우를 선정해 그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상영한다. 대표적인 코미디배우 15인 중에서 관객들이 지난 11월 20일부터 12월 2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 카페 및 상영관 로비 게시판을 통해 온/오프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몸 개그의 선구자인 버스터 키튼이 1위로 선정되어 기존에 시네마테크에서 자주 만나볼 수 없었던 키튼의 단편 영화들을 모아 상영할 계획이다.


카르트 블랑슈: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와 한국영화의 고전

한편 시네마테크 활동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네마테크 관련 특별행사를 마련한다. 먼저 해외 시네마테크와의 교류 확대를 위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선택한 프랑스 작품을 상영하는 ‘카르트 블랑슈’ 섹션으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관계자를 초청해 파리 시네마테크의 상황과 시네마테크의 미래에 관한 좌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다른 ‘카르트 블랑슈’ 섹션으로 한국영상자료원이 새롭게 복원한 한국영화의 고전들을 소개하는 ‘한국영상자료원 컬렉션’도 연다. 이 섹션에서는 새롭게 복원한 6-70년대의 한국영화 4편을 상영한다.


에릭 로메르, 신예 마테오 가로네의 영화와 만나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거장들의 특별전도 만날 수 있다. 2010년 타계한 프랑스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를 추모하는 ‘오마주, 에릭 로메르’전을 열어, 에릭 로메르의 작품들 중에서 대표작과 국내에 덜 소개된 작품들을 포함해 6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특히 ‘오마주, 에릭 로메르’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가 가장 사랑한 감독으로 시네마테크의 선택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탈리아 문화원의 협력으로 이탈리아 신예 감독 마테오 가로네의 작품 중 <고모라>를 포함한 3편을 필름 라이브러리로 구매해 첫 선을 보이고 그의 미 공개작을 포함한 ‘마테오 가로네 특별전’ 영화 7편을 소개한다.


마스터 클래스, 교육 행사, 한국영화 10년의 회고
이외에도 제6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해외 게스트를 초청해 심도 깊은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마스터클래스도 열리며,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을 대상으로 이명세, 김태용, 이해영, 정가형제, 김종관, 윤성호 등 활발하게 작업을 진행중인 감독들과 만나 영화 연출론을 듣는 ‘시네클럽’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그리고 영화제 기간 동안 진행되는 ‘작가를 만나다’도 특별한 시간으로 꾸며진다. 2011년을 여는 연초에 진행되는 영화제인 만큼 개봉 10주년을 맞는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장현수 감독의 <라이방>을 2011년 1, 2월 작가를 만나다 시간에 상영하고, 감독과의 대화를 마련한다. 10년 전인 2001년,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흥행대작들에 밀려 아쉽게도 조기 종영된 영화들을 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펼쳤던 이른바 ‘와라나고 운동’의 중심에 섰던 두 편의 영화를 통해 지난 10년의 한국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영화의 즐거움을 테마로 한 제6회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더욱 많은 친구들이 다양하고 의미 있는 영화들을 가지고 실제 자신들의 기억 속에 있는 시네마테크에 대한 단상, 그리고 영화에 얽힌 다양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관객들에게 들려줄 것으로 보여 예년과는 또 다른 재미와 큰 만족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선자 서울아트시네마 기획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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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가장 특별한 선택중의 하나는 관객들이 직접 선택한 영화를 상영하는 '관객들의 선택' 섹션이다. 지난 해 관객들이 서울아트시네마의 카페와 사이트, 극장에서 직접 투표로 선택한 영화는 두 편으로, 그 중 하나는 1920년대 채플린과 더불어 미국 무성영화의 진정한 작가로 추앙받는 버스터 키튼이다. 버스터 키튼의 영화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처음으로 회고전이 진행된 이래로 꾸준히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있는 레퍼토리 중의 하나다. 채플린이 마임에 근거한 천상의 코미디를 보여주었다면, 버스커 키튼은 아크로바틱한 거의 기예에 가까운 코미디를 보여주었다.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자 상상을 초월하는 액션이 벌어지는 작품이 바로 <항해자>이다. (편집자)   






롤로는 사랑하는 베시와 결혼하여 호놀룰루로 신혼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녀가 청혼을 거절하자, 홧김에 혼자 배를 타고 떠나기로 한다. 부두 번호판을 잘못 본 그는 엉뚱한 배에 오르는데, 하필 그 배는 베시 아버지 소유의 ‘항해자’호이다. 한편 스파이들의 음모로 배의 밧줄이 풀리게 된 것을 모르는 베시는 아버지를 찾으러 배에 올라왔다가, 롤로와 함께 망망대해를 표류하게 된다.

두 사람은 거대한 배 안에서 어떻게든 지내보려고 하지만 잠자리는 불편한 데다 유령까지 출몰하는 것 같고, 배가 고파도 달걀 하나 제대로 못 삶는다. 몇 주 후 그럭저럭 선상생활에 적응되었을 무렵, 육지를 발견하고 기뻐하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엄청난 수의 식인종들의 습격이다. 식인종들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결국 배를 포기하고 바다로 뛰어든 그들에게 뜻밖의 구원자가 나타난다.

<항해자>는 <보트>, <사랑의 보금자리>에 이어 선상생활의 모험을 그린 버스터 키튼의 걸작이다. 바다 위를 표류하는 거대한 증기선에서 단 두 사람이 살아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데, 특히 두 주인공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과 아가씨라는 점에서 상황의 희극성이 더해진다. 잠수복을 입고 해저로 내려가 배를 수리하는 수중 장면은 아마도 무성영화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장면 중 하나일 텐데, 키튼이 바닷가재와 청새치와 차례로 싸우고 문어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나중에 성룡이 오마주를 바치기도 했다.

<허수아비>에서의 장치들을 떠올리게 하는 주방의 편의도구들과 폭죽을 이용한 임시 폭탄, 바닷물로 부풀어 오른 잠수복을 구명보트로 사용하는 등 소도구를 둘러싼 키튼의 기발한 발상은 여전히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소형대포로 식인종을 격퇴하려던 키튼이 밧줄에 발이 걸려 오히려 위기에 빠지는 장면은 <제너럴>에서의 대포장면을 축소해놓은 듯하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완전히 낯선 환경에 빠져든 인물이 그 환경에 적응하고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면서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키튼의 영화적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 중 한 편이다.(김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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