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가장 특별한 선택중의 하나는 관객들이 직접 선택한 영화를 상영하는 '관객들의 선택' 섹션이다. 지난 해 관객들이 서울아트시네마의 카페와 사이트, 극장에서 직접 투표로 선택한 영화는 두 편으로, 그 중 하나는 1920년대 채플린과 더불어 미국 무성영화의 진정한 작가로 추앙받는 버스터 키튼이다. 버스터 키튼의 영화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처음으로 회고전이 진행된 이래로 꾸준히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있는 레퍼토리 중의 하나다. 채플린이 마임에 근거한 천상의 코미디를 보여주었다면, 버스커 키튼은 아크로바틱한 거의 기예에 가까운 코미디를 보여주었다.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자 상상을 초월하는 액션이 벌어지는 작품이 바로 <항해자>이다. (편집자)   






롤로는 사랑하는 베시와 결혼하여 호놀룰루로 신혼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녀가 청혼을 거절하자, 홧김에 혼자 배를 타고 떠나기로 한다. 부두 번호판을 잘못 본 그는 엉뚱한 배에 오르는데, 하필 그 배는 베시 아버지 소유의 ‘항해자’호이다. 한편 스파이들의 음모로 배의 밧줄이 풀리게 된 것을 모르는 베시는 아버지를 찾으러 배에 올라왔다가, 롤로와 함께 망망대해를 표류하게 된다.

두 사람은 거대한 배 안에서 어떻게든 지내보려고 하지만 잠자리는 불편한 데다 유령까지 출몰하는 것 같고, 배가 고파도 달걀 하나 제대로 못 삶는다. 몇 주 후 그럭저럭 선상생활에 적응되었을 무렵, 육지를 발견하고 기뻐하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엄청난 수의 식인종들의 습격이다. 식인종들과의 치열한 싸움 끝에 결국 배를 포기하고 바다로 뛰어든 그들에게 뜻밖의 구원자가 나타난다.

<항해자>는 <보트>, <사랑의 보금자리>에 이어 선상생활의 모험을 그린 버스터 키튼의 걸작이다. 바다 위를 표류하는 거대한 증기선에서 단 두 사람이 살아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웃음을 유발하는데, 특히 두 주인공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과 아가씨라는 점에서 상황의 희극성이 더해진다. 잠수복을 입고 해저로 내려가 배를 수리하는 수중 장면은 아마도 무성영화 역사상 가장 기념비적인 장면 중 하나일 텐데, 키튼이 바닷가재와 청새치와 차례로 싸우고 문어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나중에 성룡이 오마주를 바치기도 했다.

<허수아비>에서의 장치들을 떠올리게 하는 주방의 편의도구들과 폭죽을 이용한 임시 폭탄, 바닷물로 부풀어 오른 잠수복을 구명보트로 사용하는 등 소도구를 둘러싼 키튼의 기발한 발상은 여전히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소형대포로 식인종을 격퇴하려던 키튼이 밧줄에 발이 걸려 오히려 위기에 빠지는 장면은 <제너럴>에서의 대포장면을 축소해놓은 듯하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완전히 낯선 환경에 빠져든 인물이 그 환경에 적응하고 그것을 역으로 이용하면서 곤경에서 빠져나오는 키튼의 영화적 특성이 가장 잘 나타난 작품 중 한 편이다.(김은아)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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