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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프랑수아 트뤼포 전작 회고전

[리뷰] 어느 여성 범죄자와의 인터뷰 - 프랑수아 트뤼포의 <나처럼 예쁜 여자>

 

 

 

<나처럼 예쁜 여자Une Belle Fille Comme Moi>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1972년 작품으로 헨리 파렐의 『나처럼 멋진 아이Such a Gorgeous Kid Like Me』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젊은 사회학자 스타니슬라스 프레빈이 여성 범죄자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카미유 블리스(베르나데트 라퐁)를 인터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카미유 블리스는 한 남자를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프레빈은 그녀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녹음기에 담고 그녀의 행동을 사회학자로서 분석하려고 한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녀가 지금까지 저질러 온 범죄에 관한 것이다. 첫 번째 범죄는 어릴적 아버지를 죽게 만든 일이다. 그녀는 그 사건을 운명과의 내기로 설명한다. 술에 취한 아버지가 사다리를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간 틈을 타 그녀는 사다리를 치우고 아버지는 낙상으로 사망한다. 이 일에 대해 그녀는 만약 아버지가 사다리를 보았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며 능청스럽게 어린 시절의 사건을 말한다. 이 일로 그녀는 비행 청소년 센터에 수용되고 이후 그곳에서 도망친 뒤, 우연히 그 앞을 자동차로 지나가는 클로비스를 만나게 된다. 이후 등장하게 될 모든 사건들 역시 우연이라는 요소에 좌우된다. 클로비스와 결혼한 뒤 시어머니의 돈을 훔쳐 남편과 달아난 후에 일하게 되는 카바레 역시 우연히 자동차가 고장 났기 때문에 발견되었다. 그리고 쥐와 해충을 박멸하는 아르튀르를 만나게 된 계기 역시 단순히 우연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이처럼 카미유의 삶은 즉흥적이고 단순한 우연을 통해서 진행된다. 그녀가 하는 것은 단지 맞닥뜨린 우연에 대한 반응과 선택이며 범죄조차 본능적인 움직임처럼 보인다.

 

카미유는 그녀가 저지른 범죄들에 대해 거리낌 없이 밝히지만 현재 그녀를 감옥에 있게 한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무죄를 주장한다. 사회학자 프레빈에게 카미유는 처음에는 논문을 쓰기 위한 대상이었다. 그러나 몇 차례에 걸친 인터뷰에서 카미유가 보여 준 천진함과 매력에 끌리면서 사회학자 프레빈은 그녀의 말을 믿고, 그녀의 무죄를 입증해 줄 증거를 찾아 다닌다. 감독인 트뤼포를 연상시키는, 영화에 미쳤다는 한 어린 소년이 찍은 영화 필름에 의해 결국 카미유는 석방 되고 유명한 가수가 된다. 하지만 그녀의 범죄 행각은 끝나지 않는다. 석방된 카미유는 프레빈을 집으로 불러 들이고 그들은 그녀의 남편 클로비스와 마주친다.

 

프레빈은 그녀에게 그녀의 남자들 중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을 던진다. 그녀는 태연하게 그들 모두를 사랑했노라고 대답한다. 마치 누구 한 사람만을 사랑해야 한다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듯이. 선악을 판단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는 역설적이게도 범죄와 사랑 모두에 적용된다. 그리고 그것은 곧 승패가 달린 운명과의 내기이며 우연히 찾아 오는 기회의 연장선이다. 프레빈은 그 기회들 중 하나다. 클로비스를 죽인 혐의로 감옥에 갇힌 프레빈은 그녀가 저지른 또 다른 범죄를 뒤늦게 깨닫는다. 하지만 영화의 시작, 서점 직원이 사회학자 프레빈의 책을 찾는 여학생에게 그 책이 출간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으로 볼 때, 결말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우리가 지켜 볼 것은 그녀가 그를 계속 감옥에 있게 한 방법이며, 그 과정에서 다시 한번 카미유 블리스라는 인물에 감탄하게 될 것이다.(손소담: 관객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