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필름 영화는 영화 뒤에서 누군가 바삐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한다”

-대전아트시네마 장승미 프로그래머와의 대화





김성욱 대전아트시네마에서는 언제부터 일하게 됐나? 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장승미 2011년 8월부터 아르바이트로 일하다 2012년부터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대전아트시네마와 인연을 맺은 건 그전의 일이었지만 일한 걸로만 치면 5년 정도 되었다. 다른 지역의 예술영화전용관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극장에 직원이 한두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매표, 영사, 청소, 홍보 등등 회계를 제외한 극장의 거의 모든 일을 하고 있다.


특별히 영화 쪽의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영사기사 자격증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름 영사기사로서의 꿈을 품고 있었던 것인지.

-극장에서 일하다 보면 관객분들이 꼭 묻는 얘기가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냐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화 전공을 하지도, 어렸을 적부터 ‘씨네키드’로 자라지도 않았다. 오히려 극장에 가거나 영화를 보는 것은 명절 또는 특별한 날의 행사 같은 것이었다. 영화를 보는 것보다 보고 나서 부모님이 사주실 돈까스에 더 관심이 많았다(웃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 손님으로 온 한 여성분이 자신을 영사기사라고 소개를 했다. 그래서 <시네마 천국>에서 봤던 알프레도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우리나라에도 영사기사라는 직업이 있다니, 그리고 여자도 영사기사를 할 수 있다니’하고 무척 충격을 받았었다. 그 뒤 일을 찾다가 영사 스태프를 뽑는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결과가 좋게 나와 영사기사가 되었다. 그 후에 여러 극장을 거치다 대전아트시네마까지 왔다.


대전아트시네마는 최근 필름 영사를 많이 하지 않고 있는데, 필름 영사가 갖는 특별한 감회가 있다면? 지역 극장에서의 필름 상영이 어떤 것이라 생각하나.

-처음에 영사 스태프로 일할 때 함께 일하던 동료들이 다들 좋은 분들이셨다. 그때 내 나이가 21살 정도였는데, 나이가 어린 게 귀여워 보였는지 아니면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는 게 딱해서인지 몰라도 나를 굉장히 잘 대해 주셨다. 언니, 오빠들과 6개월 정도 영사일을 공부하면서 “여기는 사운드가 좋다더라”, “여기는 완벽한 시네마스코프 비율을 유지한다더라”하면서 서울의 이곳저곳 극장에 많이 데려가 주셨다. 그 기억들이 고맙고 신기하고 재미있게 남아있다. 아마 그분들도 영사일에 애착을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심지어 영사기와 대화하는 분도 있었다. 그러면서 더 배우고 싶고, 영사에 대한 애착도 많이 생겼다. 영사기사 자격증을 따서 오래도록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운 좋게 자격증을 잘 따서 본격적으로 기사 생활을 해보니 썩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웃음).

처음으로 기사 생활을 접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이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였다. 그 과도기가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 그때는 디지털에 익숙해지기 전이라 필름이 더 좋고 애착이 갔다. 특히 편집 과정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훔쳐보면서 갖는 감정들이 마음에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2~3시간짜리 릴들이 들어와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왜 바꿔야 하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하지만 디지털이 갖는 경제적 이득이 너무 강했다. 특히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생긴 가장 큰 문제는 영사기사의 거취 문제였다. 내가 일하던 극장은 영사기사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제일 먼저 사라진 분들이 오래된 실장님들이었으니 말이다. 그 과정에서 그렇게 애착을 갖던 일들에 대한 자존감이 많이 상했고,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직도 필름에 애착을 느끼는 것은 필름이 곧 사람의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름 영화를 볼 때면 누군가 영화 뒤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어느 곳에서나 어떤 방식으로든 볼 수 있는 요즘에는 그리 중요한 문제는 아닐 테지만 말이다.

이제 극장 일은 안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만두었는데, 또 일하려고 하면 영사실에서만 부르고 다른 곳에서는 부르지를 않았다. 아니면 불러도 영사실에서만 일했다는 이유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대전아트시네마와 인연이 닿아서, 그래도 필름은 많이 만지겠구나 싶어 덥석 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필름 상영이 많진 않더라(웃음). 처음 와서 배운 것이 다시 디지털 영사기 작동법이었다.

무서운 것이 예전에는 필름만 만지니 필름 작업이 왜 힘들다는 건지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는 필름이 들어오면 한숨부터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오래된 친구처럼 반가운 느낌도 분명히 있다. 내게는 어쨌든 영화 쪽에서 일을 하게끔 도와준 것이고, 한편으로는 사람들과 매우 강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 준 것이니 말이다. 지역에서는 아마 필름 상영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요즘의 예술 영화처럼 필름으로 영화를 본다는 게 어떤 메리트처럼 작용한다면 바뀌긴 할 테지만, 아직까지는 지금 본 것이 어떤 상영본인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데 관객들에게 ‘필름이다’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기획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한다.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지금 준비 중인 <극장전 part 1. 꽃의 왈츠>를 촬영하다가 편집씬을 마치고 스태프들에게 편집한 영화를 보여주니 무척 좋아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뭔가 다르다고 하더라. 사실 필름이 상당히 아름다운 빛깔을 보여준다. 디지털의 픽셀로 구현한 색이 아닌 필름에 입혀진 색들은 정교한 그림자로 보면 사물과 사람의 경계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색 자체의 빛깔이 다르다. 한편으로는 디지털로 변하면서 디지털이 주는 장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차이점들을 설명하며 진행하는 기획전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대전아트시네마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특별한 감회가 있다면?

-대전아트시네마의 10년 동안 반절을 함께 지냈다. 달리 말하자면 내 20대의 절반을 대전아트시네마와 함께 보낸 것이다. 이렇게까지 깊은 인연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10주년이다. 나도 이제 30대이다. 내가 처음 일했던 해에는 정말 손님이 없어서 만날 고양이랑 놀다 가니까 월급을 받아도 되나 했을 정도였다. 그나마 재작년까지는 관객이 좀 늘어서 북적북적하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즐거웠는데, 지금은 다시 관객이 줄었다. 게다가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도 끊겼다. 위기라는 생각과 다시 시작이라는 생각이 복잡하게 공존하는 한 해다. 그리고 그동안 강민구 대표가 여러 부분들을 감당하면서 극장을 여기까지 운영해 왔는데 정말 축하드리고 싶다. 조금 더 같이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조용한 극장을 함께 지켜주었던 고양이 린투에게도 고맙다.


지역 극장을 운영하는 일은 꽤 어려운 일이다. 프로그램의 편성, 관객들의 참여의 저조함, 시네마테크에 대한 몰이해, 정부지원의 중단 등, 어떤 점이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지?

-모든 부분에서 지역에 있다는 것만으로 늘 한계점이 존재한다. 지역 특성에 따라서 어려움의 정도야 조금씩 다르겠지만, 영화에 대해서 혹은 극장에 대해서 강력한 애착을 형성한 관객들이 적어도 50명 정도 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 같다. 내가 좀 외향적이고 활달한 성격이었다면 대전아트시네마 정기 모임 같은 걸 유지하면서 극장의 응원군을 더 많이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미안한 마음도 갖고 있다.

요즘 극장은 계속 나이를 먹어 가는데 이에 대한 관객의 이해심이 점점 줄고 있어 걱정하고 있다. 좀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관객들은 이제 오래된 것들에 대한 이해를 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가치 있다는 생각을 해도 실질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일은 극히 드물고, 온다 해도 이벤트의 성격으로 찾는 분들이 많다. 필름이 그렇게 사라졌듯이 현대의 편리성 앞에서 낡은 것들은 언제나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것이 더 이상 극장에 가는 것과 동일할 수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극장’이라는 이미지조차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이니 우리 극장은 그야말로 과거의 산물 같은 느낌일 것이다. 영화를 극장에서, 그것도 대전아트시네마에서 봐야 한다는 의지가 없다면  점점 관객들의 관심에서 밀려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전아트시네마를 찾는 관객들은 주로 어떤 층들인가? 관객들의 영화적 성향, 어떤 영화나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혹은 어떤 부분들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극장을 운영하면서 관객과의 경험에서 특별하게 기억하는 일이 있다면?

-우리 극장을 찾는 관객분들은 예전에는 고등학생에서 대학생, 그리고 30대 여성이 대다수였는데, 최근은 40대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히 중년 남성들도 많이 찾는 편이다. 이른바 ‘아트버스터’라고 일컫는 영화군들을 선호하는데, 일부러 그런 영화들을 상영하지 않을 때가 많다. 최근에는 그런 영화들이 멀티플렉스에도 편성이 되니 좀 더 개성 있는 영화나 놓치면 안 될, 그리고 상영 기회를 받지 못한 영화들을 더 편성하려 한다. 어차피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편성이 된 영화를 상영하면 관객이 적게 들기 때문에 큰 손실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관객들의 선택은 ‘좀 더 편한 극장’이거나 ‘좀 더 특별한 영화’ 둘 중 하나일 테니 말이다.

요즘에는 새로운 관객들, 그러니까 다른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예술 영화에 흥미를 느낀 관객이 우리 극장을 찾는다. 그러다 보니 영화의 어떤 부분들에 대한 해석을 원하시는 분들이 꽤 생겼다. 대부분은 스토리가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는 관객들인데, 생각보다 영상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구나 싶다. 그래서 이를 채워줄 부가적인 행사나 강의들을 더 많이 가지려 한다. 고전 영화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영화들에 매혹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영화들이나 마음이 쓰이는 몇몇 장면들을 가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때 읽는 책이 무엇이냐에 따라 조금씩 관심 분야가 달라진다. 최근에는 『이미지 시대의 역사 기억』(남수영)이라는 책을 읽고 영화가 역사나 개인의 역사를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해 꽤 관심이 많아졌다. 특히 사담으로 시작해서 거시적인 것으로 다가가는 영화들, 또는 사담으로 그치더라도 어떤 쟁점을 보이는 영화들을 흥미롭게 본다. 극장 일이 바쁘지만 틈틈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마음은 여전하고, 보다 전문적으로 영화에 대해서 공부해 보려 한다. 그래서 보다 좋은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상영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일단은 이번에 찍은 영화를 통해 극장이 자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려 한다. 정부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관객과 함께 극장을 유지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 제작을 통해 공동체를 만들고, 이를 지속해 나갈 수 있는 극장을 만들고 싶다. 내년에는 감독이나 영화의 소재, 또는 장르를 통해서 단일한 기획전을 만들기보다는 같은 주제 안에서 새로운 것들을 조금씩 발견할 수 있는 기획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테면 얼마 전에 루이스 부뉴엘의 작품을 보았는데 그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있어 촬영감독인 가브리엘 피구에로아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더라. 그런 지점들을 다양하게 배치해두고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시각을 넓혀줄 수 있는 것들을 풀어내고 싶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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