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개관 10주년 기념 시네마테크 오픈 토크 지상중계

 

지난 5월 17일 저녁,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의 개관 10주년을 기념한 ‘시네마테크 오픈 토크’에 참여하기 위한 5인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다. “서울에 시네마테크를 허하라! - 내가 사랑한 영화들, 극장의 추억”이란 주제로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는 이날 행사 진행은 시네마테크의 오랜 친구인 변영주 감독과 이해영이 감독이 맡았고 초대손님으로 진행자의 절친인 김태용 감독을 비롯해 시인 심보선 씨, 그리고 뮤지션 정바비 씨가 함께 했다. 1부 프로그램으로 파리의 시네마테크를 최초로 설립한 앙리 랑글루아를 다룬 다큐, <시티즌 랑글루아>가 상영되었고, 본격 오픈 토크는 상영 후에 이어졌다. 평소 아트시네마의 경직되고 무거운 분위기를 넘어서 자유롭고 장난스러운 농담과 영화관에 대한 애정, 소소한 추억이 오가며 관객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의 일부를 여기에 옮긴다.

 

 

변영주(영화감독): 오늘 진행을 맡은 저와 메인 MC를 맡은, 최근 방송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해영 감독 외에 특별히 초대손님으로 2~30대의 젊은 여성들의 심장을 두드리는 뮤지션, 정바비님과 심보선 시인님, 그리고 김태용 감독님을 모시고 시네마테크 개관 10주년 기념 오픈 토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이해영(영화감독): 우선 1부 행사로 <시티즌 랑글루아>를 상영했는데 다큐 다 보시고 나서 어떠셨는지 소감부터 듣고 싶다.

정바비(가수, 작곡가): 영화에 고전 영화 장면이 시의 적절하게 삽입되면서 영화 만드는 분들에 대한 애정이 많이 묻어났다. 만약 내가 영화인이라면 이 메타적인 작품에 감동 받으면서 봤을 것 같다.

심보선(시인, 사회학자): 저도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오늘 랑글루아에 대한 영화를 보니까 총을 들고 프린트를 지키는 애정이 내 영화의 애정에 비할 바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용(영화감독):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영화가 사실 가치가 있어서 좋아 한다기 보단, 영화를 좋아하게 돼서 가치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만약 저 분이 영화가 아닌 시나 나무를 만났어도 소중히 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지키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열정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해영: 영화 속 ‘시간은 곧 공간이다’라는 내레이션이 인상적이었다. 반대로 서울에는 시간을 담고 있는 공간들이 철거가 진행되면서 많이 사라졌는데 지금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생각한다. 변영주 감독님은 많이 괴로하시면서 보시던데.

변영주: 괴로워하지 않고 재밌게 봤다. 영화를 공부하시는 분들이라면 영화 속 인물들이 어디선가 들은 인물들이지 않나. 영화를 열심히 보던 시기에 힘들게 보았던 작품들이 나오면서 두근거린 느낌도 나서 좋았다. 이 자리는 사실 서울아트시네마의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원했던 것보다 대단한 자리였다. 초대 손님들도 많고 저희가 축제처럼 관객 분들을 무대로 모시면 애정에 가득 차서 시네마테크 나가면서 관객회원으로 등록 하게 하고 싶었다. 한 마디로 부흥회 느낌(웃음), 어떻게든 사람들의 마음을 뜨겁게 데울 수 있었음 했는데, 영화로 데운 것 같다. 심보선 시인에게 영화를 어찌 사랑하게 되셨는지 묻고 싶다.

심보선: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영화관에 데려갔고, 어두운 곳에서 아버지가 저를 데려 가셨는데 눈앞에서 스크린이 환한 빛처럼 펼쳐졌다. 그게 <메리 포핀스>였다. 영화라는 매직을 어린 아이가 처음 경험한 것. 어두워서 무서워하다가 눈앞에서 환상적인 장면이 펼쳐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경이로워하며 봤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환상적 사건으로 영화적 첫 경험은 마술이었다. 부모님이 영화를 좋아하셔서 TV의 영화 프로그램 있으면 보여줬다.

이해영: 처음 영화가 <메리 포핀스>라니 참 시적이다. 정바비씨는 어땠는지?

정바비: 저는 아트시네마에서 영화를 많이 봤는데, 가장 좋아하는 건 음악이었고 영화는 엔터테이먼트였다. 2004년 대학생 시기에 아트시네마의 에른스트 루비치 회고전을 교수님이 보라고 추천하셔서 보러왔다. 그레타 가르보가 처음으로 웃는 스파이 영화 <니노치카>였는데 극장에서 가장 많이 울었던 영화였다. 이를 계기로 영화에 대한 생각들과 감정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그래서 집에서 팜플렛을 찾아봤는데...(2004년 11월 에른스트 루비치전 팜플렛 꺼내며) 재밌는 말이 있었다. 트뤼포가 말하길 ‘예술가는 두 종류가 있는데 관객이나 독자 없이도 잘 할 수 있는 예술가가 있다면 반대로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보람을 느낄 수가 없는 감독이 있다. 루비치는 후자에 속하는 감독이다’고 했다. 저도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라 루비치가 와 닿았다.

 

 

이해영: 김태용 감독님은 영화와 첫 사랑에 빠진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김태용: 처음 본 영화는 <킹콩>으로, 초등학교 1학년 때 사촌형이 시내 나가서 여자 친구랑 영화 보는데 데리고 가게 된 거다. 그 때 기억에 영화는 너무 무서웠다. 지금 보면 그렇게 많이 무섭진 않지만 신기하고 마술적인 느낌이었다. 어리석게도 다큐와 극영화의 구분도 못했다. 근데 계속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은 안했고 시네필로 자라지 못했다. 대학교 때 극장의 경험이 영화를 하게 만든 건 아니고, 선배들이 영화를 찍는 현장에서 조연출로 일했다. 연출부 일을 돕는데 신비한 경험이었다. 카메라로 영화를 찍고, 현상을 하는 메카니즘에 빠져서 영화를 하고 싶어 의식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나는 비디오 세대로, 문화학교 서울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몇 번이고 복사한 저화질의 영상을 보면서 영화를 꿈꿨다.

이해영: 변감독님은 어떠신지? 맞먹고 막대하긴 하는데 저보다 엄청난 선배님이시다. 대화를 하다보면 영화 관련 서적에서 본 것 같은 역사적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겸상하면서 들을 기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렇게 들을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변영주: 방금 영화를 보면서 생각했다. 1992년 93년 사이에서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다큐멘터리가 뭔지 모르고 만들었다. 첫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어떤 누구보다 이 영화가 끔찍하다는 걸 알았다. 그 뒤 정말로 감독이 되고 싶어졌다고 결심했다. 문화학교 서울 이전에는 유학한 선배들이 지령을 받은 것처럼 비디오를 카피해서 소포로 보내서 복사본들을 계속 만들었다. 저는 <미치광의 피에로>가 흑백영화인줄 알았을 정도였다. 근데 일본의 다큐 영화제에서 초청해서 많은 다큐를 접했다. 그러면서 영화사적인 작품들 중 내가 본 게 없구나. 과연 나는 감독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혼식 비디오 찍고 알바를 해서 돈을 모아 파리로 갔다. 파리스코프를 사서 영화를 하루에 8편에서 9편 보러 다녔다. 아프리카 영화를 불어자막으로 볼 때는 마음대로 줄거리 상상을 하면서 봤다. 두 달 동안 미치도록 영화를 보고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젠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낮은 목소리>를 만들었다. 지금은 영화제목을 기억 못하지만, 그렇게 많은 소극장 시네마테크들에서 다양한 영화들 중 뭘 봐야할지 고민하고 아쉬워했다. 그 시간이 제가 아직까지도 영화를 만들고 있는 가장 큰 힘 중에 하나다. 만약에 그 시간이 없었다면 <낮은 목소리> 만들 때 나의 부모님들이 누구인지 모르고 만들었을 거다. 이 감독님은 감독이 되고 싶다고 결심했던 시기가 언제인지?

이해영: 일단 영화에 사랑에 빠지게 된 건, 80년대 초등학교 때 MTV를 보면 전 세계 영상언어가 만국 공통어일 때,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가 <E.T>다. 어려운 영화는 아니지만 어려웠다. 다시 극장에서 필름으로 보다가 영사사고가 일어나서 중간에 끊겼었다. 영화가 마법 같다고 다들 얘기했지만 영화의 물리적인 면을 깨달았다. 청소년기에는 홍콩영화 전성기라 동시상영관에서 <천녀유혼>, <첩혈쌍웅>, <영웅본색> 을 수십 번 봤다. 그러면서 영화랑 친해졌다. 80년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좋아했는데, 지금보다 그 시기의 영화들 이 창작할 때도 많은 자극을 준다. 그러면서 특별히 영화기 멀리 있거나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영화를 해볼까 마음먹을 때도 큰 결단이 필요하진 않았다. 김 감독님과 반대로 요즘 저는 영화가 무섭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극장에 관한 추억이라면, 동시상영관 의 풍경은 엄청났다. 콘서트 장에 온 것처럼 영화에 열광하면서 봤다. 아이돌 콘서트에 온 것 같은 뜨거운 분위기가 영화가 누군가를 열광시킬 수 있구나하는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제는 극장에 관한 인상적인 기억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 정바비씨부터 말씀해 주신다면.

 

 

정바비: 아트시네마가 박물관이거나 성스러운 공간이지만, 평소에 영화하시는 분들이 젠체하는 느낌을 받는다. 데이비드 린의 <밀회>를 보는데, 한 아저씨의 징글벨 멜로디의 벨소리가 울렸다. 세 번 넘게 흘러나오는데도 아무도 저지를 안 해서 결국 그 아저씨에게로 가 핸드폰을 꺼내서 벨소리를 껐다. 그 아저씨는 약간 취한채로 깨어 있어서 공포스러웠다.

심보선: 저는 영화를 혼자 많이 보러 다녔는데, 극장에서 담배를 피면서 군복을 입고 보니 누가 뭐라 하지 않았다. 저한테는 군대에 있을 때나 혹은 대학교 다닐 때도 유일한 문화생활이었다. 사실은 그 때는 영화 보러 혼자 가는 건 이상하게 봤다. 요새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런 공간은 혼자 편하게 보고 쏙 빠져나올 수 있는 공간이다. 멀티플렉스는 이벤트나 데이트 공간으로 혼자 가려면 용기를 내야한다.

이해영: 멀티플렉스는 고기 집에 가서 혼자 삼겹살 먹는 느낌이고, 여기는 기사식당 같다.

변영주: 전 멀티플렉스도 혼자 자주 간다.

김태용: 저도 극장 혼자 많이 간다. 혼자 가서 영화 보는 것 좋아하는 편이고. 좀 다른 이야긴지만 <가족의 탄생>을 개봉하고 그 영화를 곧 내릴 것 같아서 극장에 혼자 가서 봤다. 너무 촌스럽게 마지막 크레딧 올라가면서 눈물이 났다. 사람들 이름 올라가면서 이 영화가 내린다는 생각에 뭉클했다. 불 켜지고 혼자 울고 있는데 뒤에서 당시 씨네 21 기자 분이 나를 알아보더라. ‘감독님 뭐하세요, 우세요? 자기 영화 보고 우세요?’ 묻는데 변명할 수 없고 부끄러워서 도망갔다. (웃음)

변영주: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개봉한 날 낮에 <화차>를 봤다. 제 앞에 계시는 아저씨가 전화를 받으셔서 영화가 아닌 그 분을 보게 되었다. 가서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영화 중간 이후를 그 분 때문에 보질 못했고, 끝나고 보니 극장에서 일하시는 분이신데 ‘감독님이 첫날 영화 보러 왔네?’라고 해서 황당했다.

김태용: 99년에 <여고괴담 2>로 데뷔했을 때 멀티플렉스가 없어서 제작진이 극장에서 영화를 제대로 상영하는지 돌아가면서 체크했다. 영등포에 명화극장 밑에 명화 나이트가 있는데, 극장가서 보니까 거의 대사도 안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틀어 놓았다. 영사기사에게 말씀드렸는데 소리를 크게 틀어놓으면 나이트에서 불평이 온다고 얘기했다.

이해영: 지금은 그런 일들이 많다. 요즘은 멀티플렉스라 상영관들 환경이 통제가 잘된다. <천하장사 마돈나>를 볼 때 사운드가 너무 안 들려 영사실에 올라갔다. 소리가 너무 작다고 얘기했는데 결국 싸운 적 있다. 무대 인사를 하러 부산에 갔는데, 덕환이랑 기다리다가 몰래 들어가 반응을 봤다. 한 중년 남자 분께서 덕환이 립스틱 바르는 장면에서 아저씨가 갑자기 ‘뭐꼬 변태아이가!’라며 화를 내서 조용히 나왔다.

 

변영주: 시간이 많지 않으니 이제 관객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야 될 것 같다. 나는 영화와 이렇게 사랑에 빠졌다 얘기하고 싶으신 분은 손들고 이야기를 해주시기 바란다.

관객1: 저는 48시간 국제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행사가 있어서 보게 되었다. 전 세계 107개 도시에서 열리는 영화제인데, 48시간 동안 시나리오 작성해서 영화를 만드는 게임이다. 올해 서울에서도 준비하고 있고, 10월 19일에 시작하여 누구나 출전할 수 있다. 시작하기 15분 전에 주인공 이름, 직업, 들어 가야하는 대사와 소품을 주고 촬영 직전에 장르를 추첨해서 맞춰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다.

이해영: 영화가 순발력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데. 순발력이 왜 가장 중요한 기준인지?

관객1: 순발력을 측정한다기보다는 잠시 쉬고 있는 감독님들에게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행사다.

변영주: 지금까지 영화에 대한 사랑과 극장의 추억 대해 얘기해보았으니 다음은 관객의 입장으로서 개선되어야할 점과 시도하면 좋을 것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도 듣고 싶다.

정바비: 개인적인 로망으로, 같이 영화를 봤던 여성분과 또 다른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만남, 애프터에 대한 판타지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하는 장치나 테크닉이 필요한 것 같다. 영화관에서 우연히 만난 분과 잘 된 경우 있지 않는지?

관객2: 관객 분이 인터뷰를 할 때 아트시네마에서 연인을 만났고 다시 여기서 헤어지셨다고, 그래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이 아트시네마 밖에 없다고 말씀을 했었다.

이해영: 몇몇 대도시들의 시네마테크 전용관에 가면 라운지가 잘되어있어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다. 건전하게 영화에 대해서 토크가 가능하고 네트워크가 관객들끼리 생길 수 있는 환경인데, 아트시네마 로비에 있다 보면 앞의 공간이 잘 활용이 안 되는 것 같다.

변영주: 정바비씨의 로망이 시네마테크에게 필요한 것 같다. 슬쩍 맞은편에 앉아서 영화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같이 밥을 먹으러 가는, 그런 애프터가 가능한 공간이 시네마테크에 꼭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심보선: 얘기를 듣다보니까 정바비씨에게 얘기하고 싶은 장면이 있다. 극장 앞에서 친구랑 커피 숍에 앉아있는데 밖에 비가 오고, 할머니가 곱게 단장을 하시고 우산을 쓰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극장 앞을 계속 서성이기 시작하는데 마치 스텝을 밟고 있는 느낌이었다. 영화가 시작했는데도 친구랑 같이 그 할머니를 걱정했었다.

정바비: 가사가 될 만 한 이야기인 것 같다. 사실 심보선 시인님의 팬이다. 시낭송회에 예전에 간 적이 있었는데, 시 낭송회는 지금 분위기보다 더 많이 무겁다. 좀 힘들었던 경험으로 바로 앞에 앉아있던 남자분이 시낭송회에서 빵을 꺼내 먹었다. 그 옆에 있던 일행분이 움직여서 말리는 줄 알았더니 음료수를 꺼내서 주었다. 순간 너무 웃겨서 손톱으로 누르고, 혀 깨물고 죽은 사람 생각하고 그랬는데...이 자리에서 말씀 드리고 싶었다.

 

이해영: 심 시인님은 극장에 바라는 게 없으신지?

심보선: 비슷한데, 학교 다닐 때 씨네꼼이라는 영화동아리를 만들었었다. 같이 한 황동엽이라는 친구가 그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감독의 길로 들어섰고 <도가니>를 만들었다. 그때 씨네꼼의 목표는 영화를 보고 같이 얘기하고 공부하자였다. 영화를 통해서 우정을 만드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 홈커밍 데이라고 해서 갔는데 영화를 보고 함께 나누는 공동체적 문화가 깨졌다. 사실 공간적으로 바깥에 테이블을 놓고 배치한다고 해서 될까 의문이다. 요새만큼 토크가 많은 시대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토론자들은 무대 위에, 관객들은 아래에, 객석은 꽉차있지만 교류가 없는 게 전반적인 경향이다. 그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 다른 장르들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고민을 이 공간이 좀 해줬으면 좋겠다.

변영주: 공간이 만들어지는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야기 나누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셨는데, 두 분이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해영: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많이 들으셨을 거다. 정책 문제와 영화인들 참여가 문제지만, 사실 교류가 가능한 가상의 공간에 대한 갈증을 공유하는 것을 잊지 않을 거다. 이제 자리를 마감해야 할 것 같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한다.

김태용: 아까 말처럼 시네마테크 분위기가 무거운데 이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다른 극장에서는 혼자 영화보고 나오지만 여기 시네마테크에서는 관객들을 한번 보게 되는 습관을 보게 된다. 그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끼리의 동질감을 느낀다. 10주년을 축하하고 이후 10주년을 기획하는 자리인데 왜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가에 대해 많은걸 느끼게 해서 좋았다. 현재 시나리오를 쓰고 있지만 언제일지 기약은 없다.

정바비: 언니네 이발관 1, 2집에서부터 줄리아 하트, 바비빌, 가을방학까지 활동하고 있는데, 더 많은 교류를 했으면 좋겠다. 아까 그 사연을 보내주시면 참고하겠다.

심보선: 우울한 상황은 두 가지, 시를 못 쓴지 너무 오래됐거나 혹은 영화를 못 본지 오래되었을 때다. 비록 모든 관객이 아는 친구는 아니지만 좋은 영화에 대해서 같이 감동하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공간이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세분 감독님한테 좋은 영화 계속 만들어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영화 없으면 저는 죽는다.

 

김태용: 영화 만들고 영화를 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몸담은 곳이 생각보다 좋은 곳이라는 걸 극장에서 느낀다. 그 점에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극장에서 많이 뵈었으면 좋겠다.

이해영: 저도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 식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변영주: 마무리를 하자면, 서울아트시네마가 시네마테크로서 좌석수가 작아져도 상관없으니 보다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오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부에서 시네마테크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오늘을 시작으로 아트시네마가 10주년을 넘어서서 어떻게 성장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5월 30일부터 인디포럼 영화제가 시작된다. 문득 랑글루아가 해임되어진 뒤 상황들이 흡사 6년 전 정부가 새로 만들어지고 문화부 장관이 바뀌면서 발생한 일들이 떠올랐다. 인디포럼은 소송비도 모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데, 관객 분들이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2012년도 독립영화가 어떤지 열심히 봐주는 거다. 롯데시네마 피카디리에서 하니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아무튼 어느 순간 관객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어떤 정책이 와도 신경 안 쓸 수 있고, 올바른 문화들이 만들어질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리: 윤서연(관객 에디터) | 사진: 최미연(자원 활동가)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