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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인터뷰

시네클럽 통해 어쩌다 영화를 만들고픈지 알고파!!

영화동아리 ‘울림’의 이민우, ‘하늘빛’의 이재호 군을 만나다

친구들 영화제를 풍성하게 만드는 건 상영목록 만이 아니다. 수많은 시네토크와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관객과 감독, 평론가, 배우들이 한데 모여 영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영화 못지않게 흥미롭고 각별하다. 특별히 이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기간 중에는 극장에서뿐 아니라, 영화를 꿈꾸는 청년들과 영화공동체가 감독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클럽”이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일찌감치 마감되어 많은 감독지망생들이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서둘러 신청해서 행운을 얻은 “시네클럽”의 참여자들 중 영화동아리연합에서 활동하는 두 학생을 만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울림’의 이민우, 서울 시립대 ‘하늘빛’의 이재호가 그들이다.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은 아니지만 영화에 대한 열정을 지닌 청년들.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이들과 나눈 영화, 그리고 시네마테크 이야기를 전한다.

왼쪽 이재호 군, 오른쪽 이민우 군


교류 통해 경계 넓혀 나갈 것

영석(웹데일리): 영화동아리연합은 어떻게 구성되었나.
민우(외대 울림): 외대의 ‘울림’, 경희대의 ‘그림자놀이’, 시립대의 ‘하늘빛’, 이렇게 세 학교의 영화동아리가 연합해서 활동하고 있다. 비영화과 학생들이 만든 동아리인데, 그런 만큼 영화를 전공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에서 영화를 다루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은 학교의 동아리 활동 자체가 쇠퇴하는 분위기이기도해서 개별 동아리들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 학교 동아리들이 연합을 해서 그런 분위기에 변화를 주자는 생각이 모여졌고, 작년부터 세 학교가 연합해서 한 달에 한 번씩 세미나를 하고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 맨 처음 시립대에서 세미나를 시작해서 <핸드폰>의 김한민 감독을 초청했었고, 시립대에서 윤성호 감독, 외대에서는 김성욱 프로그래머님을 초청했었다. 프로그래머님과는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이번 시네클럽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영석: 정기적인 세미나 외에도 같이 모여 영화를 보거나 다른 활동을 하기도 하나.
재호(시립대 하늘빛): 올해부터는 연합동아리에서 영화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연출, 시나리오 등을 분담할 예정이다.
민우: 학교에서의 지원 같은 것은 전혀 없다.
재호: 無 예산이다(웃음).

영석: 요즘 영화과 학생들이라고 해도 고전영화를 잘 안 보는 편인데, 동아리의 분위기는 어떤가.
민우: 전에는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다 같이 <시민케인>을 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어렵다. 각자 스펙 올리느라 많이 바쁘고 하다 보니 다 같이 모여 고전영화를 보거나 하는 것들이 잘 안 된다.
재호: 동아리 내에서 제작이냐, 감상이냐 사이에서 많이 고민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굳이 동아리가 아니어도 서울아트시네마에만 와도 좋은 영화들을 충분히 볼 수 있기 때문에, 동아리 내에서 감상은 전제로 하고, 제작에 좀 더 힘을 쏟으려한다.
민우: 저희도 비슷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것 같다.
재호: 요즘 동아리 활동이 쇠퇴하고 있는데 좋은 활력소를 찾고자한다. 김한민 감독이 미장센심사위원을 하면서 “요즘은 비영화과학생들의 새롭고 재기 넘치는 영화들이 드물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뭔가 좀 다른 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우: 관습적이지 않으면서 사고치는 영화. 필름에서 디지털로 바뀌면서 작업자체가 많이 간소화되어서, 우리가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짧고 거칠지만 신선한 영화 만들고파!

영석: 올해, 혹은 내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웃음). 영화와 관련해서 글쓰기나 연출이랄지, 개인적으로 욕심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언가.
민우: 영화연출을 꿈꾸고 있다. 원래 영화과를 가고 싶었는데, 집안 반대로 그러진 못했었다.
재호: 연출보다는 촬영이나 편집 쪽으로 관심 있었다. 그런데 단편영화작업을 실제로 해보면서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영상에 관심이 있지만 집단작업은 좀 힘든 것 같고, 좀 더 개인적인 작업에 관심이 간다. 지금 동아리에서 하려는 것도, 좀 더 간소하게, 無 예산으로 짧고 거칠지만, 신선한 걸 만들어보고 싶다.

영석: 시네클럽에서 각자 이번 참여를 통해서 얻고 싶은 게 있다면 어떤 건가. 특별히 그 감독의 강의를 선택하게 된 계기랄까.
민우: 오승욱 감독과 류승완 감독의 강의를 듣는다. 오승욱 감독은 영화 연출 보다는 시나리오를 많이 쓰셨는데, 시나리오도 그렇고 영화에 관한 글도 잘 쓰신다. 특히 옛날 한국영화들을 찾아내서 쓰는 글들이 좋다. 정말 영화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류승완 감독은 제목이 ‘나는 어쩌다 영화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가’인데, 나도 어떻게 하면 어쩌다 영화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웃음).
재호: 류승완 감독은 패기가 정말 멋지시다. 영화도 매력적이지만, 영화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이나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되어서 지원하게 되었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 자세 같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책에서 볼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본인의 노하우를 듣게 될 텐데 그런 점들이 기대된다.

영석: 각자 좋아하는 감독이나 영화, 그리고 만들고픈 영화가 있다면.
민우: 좋아하는 감독은 우디 알렌이다. 만드는 사람 개인이 투영되고, 자신의 주변 이야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 가는 게 매력적이다. 나도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다.
재호: 제2의 홍상수영화?
민우: 사실 마초적인 영화도 좋아한다.
재호: 우디 알렌도 좋아하고... 수다스런 영화를 좋아한다. 윤성호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데, 수다스럽고, 가벼워서 나풀거리는 듯하면서도, 진심이 담겨있는 그런 영화. 오늘 아침에 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도 참 좋더라. 취향이 난잡해서 딱히 꼬집어서 좋아하는 영화를 말하기가 어렵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공간, 시네마테크

영석: 시네마테크에는 언제부터 다녔나?
민우: 2005년, 서울아트시네마가 낙원상가로 이사 오면서부터 다녔다. 우연히 실험영화제 때 극장에 왔다가 그 후론 거의 매일 드나들기 시작했다. 학교사람들이 ‘민우 어딨냐’고 찾으면 다들 극장에 있을 거라고 말할 정도로. 하루에 두세 편씩 보았다. 군대에 있을 때 전용관문제를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또 공모제문제 얘기가 나오면서, 그런 소중한 공간을 뺏기는 느낌이었다.

영석: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생기게 되면 동아리들이 활동하기에도 좋을 것 같다.
민우: 이곳은 우리 같은 학생들이 영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재호: 사실 유일하다는 것 자체도 속상한 일인데, 그것마저 뺏으려한다는 게 어이없다. 사실 명분이라고 내세우는 것들이 말도 되지 않는 것들이고, 화가 난다.

영석: 사실 시네마테크의 혜택을 누리를 수 있는 사람들은 영화과 학생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비영화과 학생들일 수 있을 텐데. 피부로 다가오는 게 클 것 같다.
민우: 시네마테크가 아니라면 영화의 수요층이 굉장히 좁혀지게 되고, 만드는 입장에서도 결구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 잘 되길

영석: 외국의 시네마테크는 상영관뿐만이 아니라, 박물관, 도서관, DVD를 볼 수 있는 공간, 카페가 함께 있다. 시네마테크가 영화관계자나 전공학생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일반사람들을 위한 교육적인 기능도 하는 곳인데, 공간 자체가 없으면 그런 것들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
민우: 군대에 있을 때 한 선임병이 있었다. 영화라면 멀티플렉스에서 하는 개봉영화만 보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TV에서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을 봤다고 했다. 평소 같았으면 잘 모르는 영화니까, 바로 채널을 돌렸을 법한데, 끝까지 다 봤다고 했다. 주인공이 여자를 데리고 식당을 들어가는 장면이 있는데, 롱테이크로 찍혀진 장면이다. 그 사람은 롱테이크라는 말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 장면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는 스콜세지의 영화들을 전부 챙겨보았다고 했다. 영화에는 그렇게 우연히 풍덩 빠지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시네마테크라야 말로 그런 식의 영화와의 만남이 가능한 공간인 것 같다.

영석:
본인들에게도 그런 계기가 있었는지.
민우: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의아해하는데 <다이하드>가 그랬다. 캐릭터가 흥미롭다.재호: 어렸을 때, 성룡영화 좋아했다. <프로젝트A>나 <용형호제>같은. <미지와의 조우>같은 스필버그 사단의 영화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는 타란티노나 왕가위 영화들을 봤다.
민우: 내가 ‘연출을 하고 싶다,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을 보고 나서다.

영석: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재호: 다들 취향이 다를 뿐이지 영화를 많이 좋아하지 않나. 시네필 중에서 너무 무거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반 관객들 중에서 너무 가벼워서 날라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그 둘을 좀 섞어놨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동아리가 그런 기능을 했으면 좋겠다.
민우: 우리가 많이 고민해서 우리 스스로 변화를 모색할 수 있으면 좋겠고, 시네마테크 전용관 문제도 잘 됐으면 좋겠다.
재호: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진행: 박영석, 정리: 장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