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베르톨루치의 영화 가운데서도 가장 감각적인 영화인 동시에, 말론 브랜도라는 불세출의 배우가 가장 자유롭게 자신의 내면을 표출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거미의 계략>(1970)에서부터 베르톨루치와 함께 작업해온 촬영 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거의 회화에 가까운 실험적인 화면이 돋보인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말론 브랜도의 즉흥 연기와 스토라로가 그야말로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듯 창조해낸 무드로 가득한 파리의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경험을 가져다주는 영화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또한 태어나자마자 온갖 수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탈리아에서 외설죄로 감독과 제작자, 배우들이 법정에 섰을 뿐만 아니라 본국에서 약 15년 동안 상영 금지를 당했으며, 남성우월주의에 빠진 변태적인 포르노 영화라는 악평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외설 시비에도 불구하고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는 당시 베르톨루치 영화 중 최고의 수익을 올렸으며, 제작사인 유나이티드 아티스트와 주인공 말론 브랜도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었다. 브랜도는 실제로 이 영화에서 대부분의 대사를 완전히 뜯어고쳐 즉흥적으로 만들면서 알코올 중독인 부모로 인해 괴로워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반페미니즘 논쟁과 외설 시비에 시달렸던 이 영화는 그러나 저명한 영화평론가 폴린 카엘로부터 말론 브랜도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보여준 영화라는 찬사를 받았다.

아내의 자살로 인해 비탄에 젖은 중년 남자 폴은 우연히 한 임대아파트에서 젊은 아가씨 잔느를 만나 격렬한 정사를 나눈다. 잔느는 영화감독인 약혼자 톰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폴과의 관계에 깊이 빠져든다. 두 사람은 때때로 임대 아파트에서 만나 바깥세상을 잊고 둘 만의 세계에 몰입한다. 그러나 여관을 경영했던 아내가 한 집에 정부를 두고 있었으며, 그녀의 자살의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폴의 상처는 여간해서 치유되지 않는다. 잔느는 서로에 대해 이름조차도 알지 못하게 하는 폴의 태도에서 심한 소외감을 느끼고 충동적인 관계에 회의를 갖기 시작하지만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한다.

이 영화는 1970년대 성정치학에 몰두했던 베르톨루치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영화인 동시에, 한때 절친한 친구였던 장 뤽 고다르를 비롯한 누벨바그의 영향이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주인공 잔느의 약혼자이자 영화감독 톰 역을 맡은 장 피에르 레오는 트뤼포의 분신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극 중 역할이 영화감독이라는 점에서 누벨바그 감독들의 이미지를 쉽게 겹쳐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서로 다르지만 베르톨루치는 잔느와 폴의 관계를 종종 잔느와 톰과의 관계와 대비시킨다. 잔느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으려는 톰은 잔느에게 과거에 대한 사실적인 고백을 강요하며, 잔느의 현재 상태를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재구성하려 한다. 반면 폴은 잔느에게 어떤 얘기도 듣고 싶어 하지 않으며, 조작하기 쉬운 현실 대신 완전한 판타지를 택한다. 낯선 남녀의 만남과 도피, 그리고 비극적 결말이라는 점에서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1965)의 구조와 유사한 면을 보이는 이 영화는, 그러나 말론 브랜도가 보여주는 지극히 감성적인 연기와 영화의 전반을 감싸는 풍부하고 멜랑콜리한 영화음악으로 인해 전혀 다른 감정적 울림을 준다. (최은영_영화평론가)

시네토크
1월 30일 오후 3시30분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 : 민규동 (영화감독)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