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치미노의 경우, 영화의 본질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외적인 이유로 인해 작품에 대한 평가가 박하게 매겨진 것이 <천국의 문> 만이 아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경험이 있는 뉴욕의 다혈질 형사와 악명 높은 차이나타운 갱단의 전쟁을 다룬 <이어 오브 드래곤>은 치미노의 불운을 입증하는 또 다른 예시가 되기에 충분하다. 로버트 달리의 원작소설에 기초해 제작된 이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했을 때 영화계를 달군 이슈는 성차별적 폭력에 대한 태연한 재현과 동양인에 대한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태도였다. 베트남전에서의 상한 기억으로 동양 사람들에 대한 적의를 품게 된 주인공 스탠리 화이트(미키 루크)는 그 자체로 왜곡된 시각을 내면화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인종적 편견과 영화의 태도는 구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미노의 진의(眞意)는 이해받지 못했고, 영화는 또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치미노의 완벽주의에 더하여 올리버 스톤의 실체험으로부터 나온 각본, 알렉스 톰슨의 촬영, 데이빗 맨스필드의 아름다운 음악이 더해져 프로덕션의 완성도는 수준급이다. 무엇보다 차이나타운 거리에서 베트남에 대한 기억과 싸우는 한 인물의 강박을 미국 사회의 병리현상으로 치환하는 연출은 아주 파워풀하다. 스탠리는 현재 완악한 범죄자들과 싸우고 있지만 자신의 육체에 침전되어 있는 폭력의 지배로부터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자괴와 절망에 무너져 간다. 영웅은 승리할 것이나 장르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없는 거대한 피로와 무력감이 끝내 불모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괴작이다.
글/장병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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