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23. 11:33ㆍ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리뷰] 새로운 시각기계가 야기하는 공포
-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인간>
메리 셸리가 19세기 초에 『프랑켄슈타인』을 쓴 이후로 SF나 공포 장르에서 과학자들은 종종 인간 이상의 능력을 얻기를 원했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에 ‘근대의 프로메테우스’라는 부제가 붙은 것처럼 이러한 과학자들은 기술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이다가 신의 영역에 도전한 죄로 처벌받는다. 러브크래프트의 단편을 각색한 <지옥 인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스튜어트 고든의 <지옥 인간>은 그의 데뷔작 <좀비오>처럼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이 과학자들은 초월적인 것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이 <좀비오>에서는 죽은 자를 살려내는 것이었다면 <지옥 인간>에서는 ‘제3의 눈’을 가지는 것이다.
에드워드 프레토리우스 박사는 기계를 통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생물체들을 볼 수 있게 된다. 그의 조수인 크로포드는 기계의 위험성을 눈치 채고 그를 말리지만, 에드워드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에드워드의 죽음 이후 크로포드는 정신이상자로 낙인찍힌다. 그는 자신이 정상임을 주장하기 위해 정신과 의사인 캐서린과 함께 에드워드의 사택으로 돌아와 기계를 보여준다. 캐서린은 기계를 작동하고 난 뒤에 이 기계가 가진 알 수 없는 힘에 매혹된다.
이 영화에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물론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기괴한 생물체들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특이한 점은 기계가 불러오는 생물체들뿐만 아니라 기계 자체도 등장인물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에게 괴물들을 물리적으로 처단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기계의 플러그를 차단하는 것이다. 이 기계는 일종의 시각 기계이다. 이 기계의 플러그를 올리는 것은 감추어진 무언가를 보려는 시도이다. 등장인물들은 종종 기계 자체에 이끌리는 동시에 기계를 혐오한다.
이 영화에는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비디오드롬>을 연상하게 하는 지점들이 있는데, 이 기계가 신체의 변형을 유도하는 시각 기계라는 점이 특히 그러하다. 에드워드의 조수인 크로포드의 송과선은 기계로부터 자극되어 머리 밖으로 튀어나와 ‘제3의 눈’이 된다. 이것은 크로포드로 하여금 보는 행위를 새롭게 하는 동시에 크로포드의 정신을 장악한다. 크로포드는 자신의 새로운 시각 때문에 괴물이 된다. 이러한 점이 시각 기계로부터 얻은 ‘새로운 육체(new flesh)’를 이야기하는 <비디오드롬>을 상기시킨다. <지옥 인간>은 <비디오드롬>만큼 비디오 시대의 공포감을 명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새로운 형태의 시각 기계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운 감정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는 흥미로운 공포 영화이다.
박민석 / 관객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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