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카사노바>


페데리코 펠리니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 만들어낸 영화 <카사노바>(1976)는 카사노바 이야기에 관한 가장 독창적이고 이질적인 해석을 한 작품이다. <사티리콘>부터 시작된 펠리니 중후기의 화려한 미장센과 카니발적인 환영의 세계가 이 영화에서 정점을 맞이한다. 영화의 긴 러닝 타임 동안 밀도 깊게 펼쳐지는 강렬한 이미지들과 과잉의 에너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매혹과 혐오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오가게 한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로마의 치네치타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다. 각 나라의 도시들, 파티장을 표현하는 오색찬란한 화려한 공간부터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공간과 음침한 뒷골목까지, 수많은 공간들이 정교한 세트디자인으로 표현되었다. 다닐로 도나티가 만들어낸 다채로운 의상들은 더욱 놀랍다. 금은보화로 치장된 화려한 옷부터 컬트적이다 못해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한 의상들은 과잉적인 찬란한 색채들의 향연을 펼치며 아름다움과 추함의 미학을 공존시킨다. 그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의상디자인상을 수상했다. 한편 펠리니의 오랜 동반자인 니노 로타의 음악은 매우 복잡한 이 영화의 세계를 절묘하게 감싸고, 카사노바를 연기한 배우 도날드 서덜랜드는 아크로바틱한 운동성과 섬세한 감정을 동시에 표현하는 경이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카사노바는 베니스에서 감옥에 갇혔다가 운 좋게 탈옥하여 각 나라를 떠돈다. 각 나라의 유명한 도시들에 가서 수많은 파티에 참석하고, 그곳의 여자들을 만난다. 그가 참석하는 파티들에서는 카니발적인 축제들이 펼쳐진다. 추악한 욕망을 무차별적으로 표출하는 집단 광기의 난교 현장들은 유럽인들의 정신이 병들었음을 시사한다. 반면 카사노바에게 섹스는 욕망의 표출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제의나 의식 같다. 영화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섹스 장면들은 전혀 에로틱하지 않다. 단순히 옷을 벗지 않아서만이 아니다. 욕망이나 감정 없이 진자나 피스톤의 단순한 왕복운동처럼 벌어지는 섹스는 마치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보인다. 카사노바가 섹스를 할 때마다, 남근을 형상화한 새의 모형은 날갯짓을 하며 빙글빙글 돌고 괴상한 음악이 함께 흘러나온다. 카사노바는 차라리 하나의 섹스기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섹스를 통해 죽음에 한 발자국씩 가까이 다가서는 것으로 보인다. 질 들뢰즈의 지적대로 영화 후반부에 자동기계 인형 여인으로 귀결되는 ‘기계적인 경련과 죽음의 파편화’처럼 말이다. 카사노바의 노년은 비참하고 쓸쓸하다. 그가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보는 마지막 꿈의 이미지는 인형 여인과 춤을 추는 장면이다. (박영석)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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