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클럽] 이명세 감독에게 듣는 영화의 현장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영화 상영 외에도 다채로운 행사들이 많다. 그 중 가장 관심도가 높은 행사는 영화 연출을 꿈꾸는 이들이 현역 감독과 만나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클럽' 행사다. 지난 21일에는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이명세 감독이 "감독에게 영화 현장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허물없이 관객들을 대하는 이명세 감독 덕에 두 시간 동안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매우 진지한 이야기들이 오갔던 그 현장을 전한다.


이명세(영화감독):
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하는 장소이자 너무 싫어하는 장소가 바로 영화 현장이다. 자기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의 절반만 나와도 성공이다. 예컨대 어떤 장소를 섭외해서 촬영한다고 치자. 현장 장소를 빌려주신 분들은 스텝들이 들이닥치면 깜짝 놀라고,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야외촬영에는 일정한 계절, 광량의 최적조건이 있는데, 이게 안 맞는 경우가 너무 많다. 연기자들의 경우도 현장에 대해 훈련이 덜된 편이다. 현장에서는 기술자들과의 싸움이라는 것도 장난이 아니다. 이에 대한 온갖 전략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야말로 가장 살아있는 것 같다. 물론 연출자 개인으로서는 촬영과 내가 구현하려는 이미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싶겠지만,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쌓아가는 것에서 확실히 더 좋은 게 나올 수도 있다. 그것이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어떤 것에 가까이 갔을 때, 그 희열은 영화를 찍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현장이라는 것은 감동과 증오, 희열과 좌절이 넘치는 곳이다.

관객1: 신인감독이 상업영화로 데뷔할 때, 양보해야 할 것과 양보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려 달라.
이명세: 현장경험이 적은 신인감독이 현장에 가면 촬영감독이나 스텝들이 좀 무시하고 못 믿는 경우들이 있다. 그래서 감정적으로 아주 잘 대해야 한다. 많은 대화가 필요하며, 목표라고 생각한 것이 있으면 꼭 그것을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영화 예술이라는 것은 사람들과 어떻게 잘 지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인성교육이 감독들에게 참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논어를 읽고 스스로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화내지 말자, 일희일비하지 말자, 스스로 다짐하고.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잠을 잘 자려는 이유도 체력이 떨어지면 짜증이 나니까 그러는 거다. 연기자들은 진심으로 대하는 것과 거짓으로 대하는 것을 안다.


관객2: 현장에서 가장 통제와 예측이 안 되는 게 배우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배우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로 보는가?
이명세: 연기자들에게 연습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배우에게 움직임을 줄 경우, 왜 움직여야 하는지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시선을 지정해 주기도 한다. 이런 것은 수십 번 연습해야 찍을 수 있다. 연기자의 움직임의 동선의 목표를 확실하게 주면 좋다. 연기자는 정말 중요하다. 그런데 혼자서 빛날 수는 없고 조화가 잘 되어야 한다.

관객3: 작년에 작은 예산 지원을 받아서 독립장편영화를 만들면서 느꼈던 게, 내가 영화에서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깨닫는 과정이었다. 어떤 조건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었던 반면, 중요하다고 배워온 어떤 것들은 나에겐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이명세: 한국 최고의 촬영감독이라 생각하는 정광석 촬영감독이 넘어가는 것도 있어야지 모든 숏에 간섭하면 어떡하느냐고 말한 적이 있다. 인서트를 이렇게 거창하게 찍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그런데 인서트도 영화의 숏이다. 매 숏에 최선을 다 하려고 한다. 어떤 것이 중요하다 안 중요하다는 것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매 순간 모든 숏이 다 중요하다. 작은 바늘구멍이지만 그것을 방치했다가는 둑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네덜란드 소년의 원칙'이다. 후반 작업도 모든 작업에 내가 다 참여해서 한다.


관객4: 인간관계랑 작품의 완성,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가?
이명세: 인간이 되면 예술이 된다. 인간이 된다는 것이 바로 미장센이다.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를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화두를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돈? 명예? 사람들에게 악랄하게라도 해서 끌어내려는 것이 그 작품이 과연 뭔가? 그 생각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 어떤 것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지금도 계속 질문하는 것들이다. 영화 현장들이 그런 질문들이 총체적으로 벌어지는, 어떤 하나의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속에서 살아있는. 사람을 이해하려 하고 영화를 이해하려 하는 분들이 나중에라도 무언가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정리: 박영석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관객 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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