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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리뷰] 숨길 수 없는 낙관성 - 애드리안 라인의 <플래시댄스> 상영작 리뷰 숨길 수 없는 낙관성 애드리안 라인의 '플래시댄스' 는 “제니퍼 빌즈의, 제니퍼 빌즈에 의한, 제니퍼 빌즈를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초 이 영화에 가장 어울릴 만한 새로운 얼굴로 발탁된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스타가 되어 이후 배우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를 다시 찾아보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80년대와 90년대 할리우드를 주름잡은 돈 심슨과 제리 브룩하이머 콤비의 첫 작품이기도 한 는 매우 단순하고 심지어 노골적인 영화다. 영화는 수시로 춤을 추는 제니퍼 빌즈의 육체를 훑으며 그녀의 풍성하고도 탄탄한 엉덩이와 허벅지를 클로즈업한다. 제니퍼 빌즈가 맡은 알렉스는 성당 신부에게 “요즘 부쩍 섹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라며 고해를 하는 순진한 .. 더보기
[리뷰] 헝가리 영화에 대한 오해를 넘어서 - 유운성 평론가의 선택 <신밧드> <러브> <또 다른 길> 상영작 리뷰 헝가리 영화에 대한 오해를 넘어서 유운성 평론가가 선택한 헝가리 영화들 헝가리 영화는 여전히 한국의 영화관객들에겐 낯선 영역으로 남아 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영화의 중추를 이룬다고 간주되는 지역들은 차치하고라도, 같은 동유럽 국가영화들과 비교해 봐도 체코나 폴란드 그리고 최근의 루마니아 영화 등에 비해 영화제나 시네마테크에서 소개되는 빈도도 훨씬 낮다. 물론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미국의 영화비평 담론들이 형성해 놓은 역사적 정전(canon)들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영화 저널리즘과 영화 프로그래머들의 한계를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도 한국에서 헝가리 영화는 1960년대 유럽 모더니즘.. 더보기
[리뷰] 죽을 만큼 사랑할 수는 없다 -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이사쿠의 아내> 상영작 리뷰 죽을 만큼 사랑할 수는 없다 -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이사쿠의 아내' 가 처음부터 세이사쿠의 아내였던 것은 아니다. 첫 장면, 언덕 위에서 전쟁 직전의 해군 기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오카네는 누구의 아내도 될 수 없을 것 같은 여자다. 그녀를 돈 주고 산 늙은 홀아비도, 그녀를 어쩔 수 없이 돈 받고 판 병든 아버지도, 그녀의 들끓는 충동을 묶어두기엔 역부족인 듯 보인다. 이 ‘여자’가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거세하고 누군가의 ‘아내’의 자리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 그 과정이, 마스무라 야스조와 팜므 파탈의 일인자 와카오 아야코 짝패를 필두로 한 이 멜로드라마의 중심축이다. 사랑영화가 이토록 무서울 수 있을까. 마스무라 야스조는 다이에이 스튜디오에서 미조구치 겐지와 이치가와 곤의 조감독을 거.. 더보기
[리뷰] 자신을 비우는 여행 - 숀 펜의 <인투 더 와일드> 상영작 리뷰 자신을 비우는 여행 숀 펜의 '인투 더 와일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07)는 (1991) (1995) (2001)에 이은 숀 펜의 네 번째 연출작이다. 특히 는 세 편의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을 더 들인 작품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퍼 맥켄들리스(Christopher McCandless)라는 실존'했었던' 인물을 다루기 위해 그의 가족에게서 영화화 허락을 받기까지 무려 10년이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도대체 크리스 맥켄들리스가 누구이기에? 명문대 출신의 크리스(에밀 허시)는 한마디로 전도유망한 청년이었다. 아버지가 나사(NASA) 출신의 돈 많은 사업가였고 크리스 자신은 성적도 우수해 대학 시절 동안 과외 활동으로 2천만 원 넘는 돈을 벌어 저금까지 해 둔 상태였다. 하지만 그.. 더보기
[리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레오 맥커리의 <내일을 위한 길> 상영작 리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레오 맥커리의 '내일을 위한 길' 은 지난해 상영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영화중의 하나다. ‘백편의 시네마 오디세이’에서 상영할 예정이었지만 영화를 수급하기 어려웠던 탓이다. 사실, 올해 시네마테크의 선택작에는 다른 추천작도 있었다. 마르코 벨로키오의 데뷔작 이 그것이다. 시대의 폐색적인 공기에 붙잡힌 젊은이의 반항을 그린 작품이다. 이 자식들에게 내몰린 노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임을 감안하면 벨로키오의 영화와는 반대의 지점에 놓여 있다 하겠다. 하지만 나로서는 이 두 편의 영화가 공통의 지점에 위치한다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청춘과 노년의 불화. 감독 레오 맥커리의 충실한 설명에 따르자면(영화의 오프닝에 작가의 변을 대신하는 설명자막이 나온다) 이 영화는 나이든 .. 더보기
[리뷰] 전형적 장르문법과 작가적 야심의 기묘한 충돌 - 알란 파커의 <페임> 상영작 리뷰 전형적 장르 문법과 작가적 야심의 기묘한 충돌 - 알란 파커의 '페임' 시장통과 다름없는 예술고의 오디션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한다.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자신과 어머니의 관계를 얘기하다 선생의 눈치를 보는 몽고메리의 자기소개에서 시작한 화면은 곧 무용과와 연기과, 음악과에 응시한 아이들의 실기시험 장면들을 빠른 속도로 훑는다. 그리고 지원서조차 제대로 내지 않은 아이가 오로지 실력으로 높은 점수를 얻어 합격하는가 하면 이른바 ‘문 닫고 합격’을 하는 아이도 있고, 친구는 붙었는데 자신은 떨어지자 온갖 저주의 말을 내뱉으며 눈물과 함께 퇴장하기도 한다. 도대체 왜 이 학교에 지원한 것인지 잘 모르겠는, 춤도 악기도 잘 다룰 줄 모르면서 무용과와 음악과를 차례로 순방했다가 결과적으로 연극과에서 .. 더보기
[리뷰] 새로운 윤리를 예고하는 육체적 열망 - 마스무라 야스조의 <세이사쿠의 아내> 리뷰 새로운 윤리를 예고하는 육체적 열망 - 마스무라 야스조의 마스무라 야스조는 살아있는 동안 ‘작가’라는 직함을 얻지 못했다. 동시대 작가이던 오시마 나기사, 스승이던 이치가와 곤마저 스튜디오를 떠나던 때에 마스무라 야스조는 영화사 다이에이가 1971년에 도산하기 직전까지 스튜디오 제도 안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뀌어 그의 영화들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가 죽은 지 15년이 지난 시점부터이다. 생전에 작가로서 인정받지 못했지만, 마스무라 야스조는 평생 동안 비교적 일관된 주제들을 다루어 왔다. 스크린 속에서 구현되는 육체, 그 육체를 감싸고도는 (지나친) 욕망, 공동체의 속박적인 윤리를 뚫고 나가려는 개인들의 공모 등이 이에 해당한다. 1965년 작 에서도 특유의 주제의식.. 더보기
[리뷰] 법의 굴레와 책임으로부터의 해방감 - 숀 펜의 <인투 더 와일드> 리뷰 법의 굴레와 책임으로부터의 해방감 - 숀 펜의 는 배우 숀 펜이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숀 펜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그는 이미 1991년부터 차곡차곡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으로 (2007)는 그의 네번 째 감독작이다. 숀 펜은 이 영화에서 연출만이 아니라 각본과 제작까지 맡았다. 영화는 세상을 등지고 알라스카로 향했던 실존인물 크리스토퍼 존슨 맥캔들리스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크리스(에밀 허쉬)는 대학 졸업 후 가족 모두와 연락을 끊고 여행을 시작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에게 부여되었던 모든 것들을 버리고,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만 이루어진 삶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그러기 위해서 그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이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알렉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