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전/프랑수아 트뤼포 전작 회고전(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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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녹색 방'
트뤼포식 레퀴엠 프랑수아 트뤼포의 후기 대표작 이 만들어지기 한해 전인 1977년, 그에게 아버지와 같았던 앙리 랑글루아와 로베르토 로셀리니가 사망했다. 충격에 빠진 트뤼포는 죽은 이들과 계속 함께 하는 삶을 꿈꿨다. 그것이 그를 한때 심취했던 헨리 제임스의 세계로 이끌었을 것이다. 원작 의 각색을 그의 가까운 친구이자 동료였던 장 그뤼오에게 맡기며 그는 배경을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대의 프랑스로 옮기기로 했다. 그리고 일본 문학에서 사자 숭배와 관련된 참고 문헌을 찾고 성직자들에게 종교적 장면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인간의 죽음,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트뤼포는 이 영화에서 그 답을 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화의 출발지는 무덤이다. 극장에 불이 꺼지면 제1차..
2012.06.15 -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아델 H 이야기'
미친 사랑 이야기 90년대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외국 여배우를 꼽을 때 이자벨 아자니를 빼놓을 수 없다. 에서 , 를 거쳐 까지 이자벨 아자니의 주연작은 대부분 국내에서 개봉했다. 샤론 스톤과 함께 당시 ‘불혹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했다는 점으로도 명망이 높았는데, 특히 이자벨 아자니는 지금의 유행어 중 하나인 ‘미친 미모’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유형의 여배우였다. 미치도록 예쁘지만 제 광기에 정신을 갉아 먹힌, 정말로 미쳐버린 캐릭터들을 스펙터클한 연기로 선보이는 게 이자벨 아자니의 장기였다. 그녀의 이러한 이력의 시작점으로 꼽을 수 있는 영화가 바로, 그녀가 스무 살적 주연을 맡았던 다. 그리하여 혹자는 의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를 두고 “이자벨 아자니의 예술적 아버지”라 ..
2012.06.15 -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아메리카의 밤'
인간미 가득한 영화 속의 영화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말할 때면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작품이 바로 이다. 의 저자 아네트 인스도프에 따르면 트뤼포는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에서 얻었다고 전한다. 히치콕이 ‘촬영장의 현실과 영화 속 현실을 중첩하면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들 수 있다’는 요지의 말을 두고 트뤼포가 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은 니스의 라 빅토린느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영화 촬영 현장의 안팎을 다룬다. 극 중 영화는 아들과 며느리, 시아버지의 삼각관계를 소재로 한 '파멜라를 찾아서'인데 그렇다고 이 메이킹 다큐멘터리라는 뜻은 아니다. 몇몇 실제 인물이 등장하지만 트뤼포가 직접 극 중 감독 페랑을 연기하는 등, '파멜라를 찾아서'는 영화 속 촬영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허구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대..
2012.06.15 -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미시시피의 인어'
트뤼포의 낭만적인 범죄물 평론가 시절부터 헐리우드 장르 영화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던 프랑수아 트뤼포는 감독으로 데뷔한 후에도 몇 편의 장르 영화, 정확하게는 범죄물을 만들었다. 고전기 헐리우드 필름누아르에 대한 재해석을 보인 (1960)나 트뤼포가 히치콕에게 받은 영향이 잘 드러난 (1968), 그의 마지막 영화인 (1983) 등은 트뤼포가 범죄영화에 갖고 있는 관심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1969) 역시 범죄물의 필수요소를 고루 갖춘 트뤼포의 장르 영화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금발의 여인, 도망자를 쫓는 추적자, 비밀스러운 침입과 우발적인 살인, 꼬리를 물고 등장하는 어두운 과거. 여기에 (조셉 루이스, 1950)의 오마주 장면까지 나오니 이 정도면 이 영화를 범죄물로 분류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2012.06.15 -
[리뷰] 프랑수아 트뤼포의 '화씨 451'
트뤼포가 만든 SF, 그리고 사회비판 은 Sci-Fi 문학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했다. 제목이기도 한 '화씨 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를 의미한다. 그래서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크레딧은 여느 작품처럼 관객이 읽을 수 있도록 자막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성우의 내레이션으로 소개된다. 은 사람들이 비판정신을 갖지 못하도록 책이 금지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몬태그(오스카 워너)는 사람들이 숨겨놓은 책을 찾아 태우는 방화수 fireman 다. 열심히 임무를 수행하던 중 세상에 대한 온갖 호기심으로 가득한 이웃 여인 클라리세(줄리 크리스티)를 만나면서 꼭두각시 같은 삶에 의문을 갖게 된다. 자신의 삶이 텅 비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의 조언에 따라 책을 읽기 시..
2012.06.15 -
[에디토리얼] 트뤼포, 영화를 훔친 사나이
프랑수아 트뤼포의 영화는 한 명의 영화작가가 얼마나 사랑을 가지고 그의 전 생애 동안 영화를 만들었는가를 보여준다. 사랑에 굶주린 트뤼포는 영화를 사랑했고, 영화로 만난 여배우들을 사랑했고, 사랑을 추구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에서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앙투안 드와넬은 거리를 쏘다니다 몰래 우유를 훔쳐 마시는데, 벽에는 찰리 채플린의 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굶주림을 그린 위대한 희극왕에 대한 경배의 표현이다. 동시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사회에서 소외되어 불량소년으로 떠도는 인물의 삶이 채플린이 창조한 부랑자 찰리의 삶과 만나는 순간이다. 트뤼포는 이런 식으로 상실의 삶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는 기획으로 영화를 만든 감독이었다. 트뤼포에게 영화는 수줍어하는 소년이 예쁜 소녀에게 고백하는 사랑의 감정 같은 것이..
201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