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7. 12:33ㆍ회고전/러시아 모스필름 회고전
홍상우(경상대 러시아학과 교수): <고뇌>는 볼세비키 혁명 50주년 기념으로 만든 작품으로 60년대 완료가 되어야 했으나, 여러 차례 검열에 걸리게 됨으로써 뒤늦게 완성된 작품이다. 80년대에 완료되었는데, 자료마다 완성된 시기가 좀 다르게 표기되기도 한다.
러시아의 전쟁영화는 소재가 다양하고, 완성도나 사유의 깊이는 계속 진전되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직 다루지 않는 소재들이 있다. 자신들이 가해자였던 체코침공이나 폴란드침공에 대해서는 다룬 적이 없는 것 같다. 러시아 전쟁영화에서는 가상의 적들이 등장한다. 제정러시아 시대에는 일본인이, 2차 대전 시기에는 유대인과 독일인이 적으로 등장한다. 소비에트 정부가 들어서면 자본가나, 귀족계급, 로마노프 왕조를 안 좋게 묘사한다. 전후에는 전쟁에서 돌아온 죄수들을 스파이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러시아는 2차 대전을 ‘대조국전쟁’이라 부르면서 자신들이 영웅적으로 싸워서 승리했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고 2차 대전으로 부른 것은 최근의 일이다. 공식적으로는 전쟁이 끝났으나 아직도 이러저러한 내전은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다. 빨치산을 다룬 영화를 포함한 러시아의 다양한 전쟁영화는 역사에 대한 해석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역사가들이 공식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기존의 숨겨진 역사들을 전쟁영화를 통해 많이 다룬다. 역사적 해석에 있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준 셈이다. 최근에 잘 만들어진 전쟁영화들은 기록에 남아 있던 사실들을 모티브로 삼아서 만드는 경우들이 있다. <어떤 전쟁>과 <즈베즈다>는 러시아 감찰부대에 관한 영화들이다.
러시아 전쟁영화는 몇 가지 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우선, 1932년까지 러시아는 러일전쟁, 1차 대전, 내전, 그리고 혁명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겪었다. 이 시기는 소련영화의 황금시기였는데 전쟁영화가 가장 중요한 장르는 아니었고 주변부 역할에 머물렀다. 스탈린주의 시기에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도입되었는데, 대량숙청이 이루어지는 등 국가에 의한 테러가 빈번하던 시기다. 스탈린은 문화예술 작품에 관심이 높아서 자신이 직접 작품들을 살피기도 하고, 또 심한 검열을 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시기를 소비에트 영화 전체의 암흑기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 통치체제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기는 했지만, 전쟁시기라는 점이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전쟁 중에 만들어진 이러한 영화들의 중요한 진보는 영화가 여성화되고 탈계급적 성격이 보인다는 점이다. 파시스트에 대항하는 여성이나 대중인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이 많다.
한편, 서구영화에서의 전쟁영화의 공식은 행복하고 긍정적인 결말로 이루어지는 반면 러시아 영화는 죽음을 강조한다. 이는 전쟁에서 순교임무를 완수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해빙기 영화의 대표적인 세 작품에서도 주인공들은 전부 다 죽게 된다. 러시아 전쟁영화는 이야기가 굉장히 명쾌하고 메시지도 간파하기가 쉽다. 이는 소비에트 체제가 유지되는 한에서 영화가 수행해야 할 임무중의 하나가 선전선동에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리: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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