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100편의 시네마오디세이2-친밀한 삶(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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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인물을 향한 무한한 애정,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클로즈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작가이다. 와 같은 영화에서 그는 자신이 만든 영화 속 세계에 대해 어떤 의심도 갖지 않는다. 영화 속의 세계는 조화로우며 카메라는 특유의 롱 숏-롱테이크로 안정적인 미장센을 만들어내며, 그 안의 인물들은 자신만의 소우주를 만들어낸다. 한 편 을 만드는 키아로스타미가 있다. 이때 그는 영화의 형식을 끝까지 밀어붙여 영화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자칫하면 그저 개념만이 가득한 영화로 빠질 위험도 있지만 그는 어떤 순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다. 차에 달린 카메라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미장센으로 차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를 열 개의 컷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최고작 중 하나인 은 기묘한 방식으로 이 둘 사이에 자리..
2012.04.03 -
[Review] 민속박물관으로서의 영화,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수람 요새의 전설>
은 파라자노프의 필모그래피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는 작품이다. 형식 실험이 정점에 달한 (1968) 이후, 파라자노프가 다시 영화를 만들기까지는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 세월동안 파라자노프는 억울한 누명을 덮어쓰고 소비에트 당국에 의해 투옥되는 고초를 겪었다. 1978년 수용소에서 풀려난 파라자노프는 1984년부터 제작에 착수했다. 영화를 향한 파라자노프의 의지는 1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을 뛰어넘는 과 의 형식적 유사성에서 짐작할 수 있다. 에서 파라자노프는 아르메니아 지방 시인의 내면을 영화로 옮기면서 사각형의 프레임을 흰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듯 을 만들었다. 이러한 회화적, 또는 연극적인 연출은 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평면적으로 구성된 미장센,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사물들, 관..
2012.04.03 -
[Review] 금지된 아름다움,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잊혀진 조상들의 그림자>
세르게이 파라자노프는 우크라이나의 카르파티아 지방의 민담을 각색하여 를 만들었다. 영화의 두 주인공, 이반과 마리치카는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이다. 하지만 둘의 집안은 서로를 원수처럼 여긴다. 이반이 마을을 잠시 떠난 와중에 마리치카는 강물에 빠져 익사하고, 이반은 슬퍼하다가 다른 여인과 결혼한다. 그러나 얼마 못가 이반의 결혼생활은 아내의 부정으로 파탄이 나고, 그는 결국 죽어버린다.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는 이 단순함이 쉬이 들어오지 않는 영화다. 스토리의 인과관계는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삽입된 자막들이나 영화 속 주변인들이 입으로 전하는 이야기(민담)를 들음으로써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의존하지 않고 영상만 본다면 이야기의 미로에 빠지기 쉽다. 에서 내러티브 대신에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카..
2012.04.03 -
[Review] 몬테 헬만, 우리가 잊어버린 그 이름
샘 페킨파는 1972년에 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후진 영화에 열광하던 평론가들이 좋은 영화를 놓칠 때면 화가 난다.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에 환호하고 몬테 헬만의 을 무시한 게 그런 경우다”라고 말했다. 마치 헬만이 견뎌야 할 부당한 평가를 예언한 듯하다. 헬만은 1932년에 태어나 스탠포드 대학교와 UCLA에서 연극과 영화를 배웠다.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는 사이에 간간이 TV영화의 편집을 맡으며 1950년대를 보낸 그는 로저 코먼의 도움으로 감독의 길에 들어섰다. 갱스터, 괴수영화, SF가 뒤섞인 로 데뷔한 헬만은 그러나, 코먼을 거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나 마틴 스콜세지처럼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주무대로 오르지 못했다. 주요 영화제들이 미국의 새로운 작가를 모시느라 법석을 떨던 1970년대에도 그의 영화는..
2012.04.03 -
[Review] 조셉 로지, 국외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다
조셉 로지의 파란만장한 개인사와 미국 위스콘신 출신이지만 이탈리아와 영국과 프랑스를 전전하며 연출활동을 했던 국외자적 영화세계에 대해 이 짧은 지면에 모두 소개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시네마 오디세이 part2: 친밀한 삶'에서 그의 영국 시절 마스터피스로 손꼽히는 (1963)과 (1967)가 상영되는 만큼 이 두 편의 작품을 중심으로 조셉 로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1960년대의 영국영화계는 '찻잔 속의 폭풍'이라 할 만큼 새로운 영화적 시도가 봇물처럼 터져 나온 시기로 기억된다. 누벨바그나 아메리칸 뉴 시네마처럼 세계영화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정도는 아니지만 매카시 광풍이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켰던 당시의 할리우드와 달리 소재에 대한 제약이 없었고, 영어사용권이었기에 제대로 된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기..
2012.04.03 -
[Essay] 영화의 사원
몬테 헬만은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저주받은 작가였다. 프리웨이를 질주하는 자동차와 방황하는 젊은이를 그린 (1971)은 (1969)의 계보를 잇는 70년대 로드무비의 숨겨진 걸작이지만, 흥행부진 때문에 몬테 헬만은 할리우드 영화사로부터 방출되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다. 은 젊은이들이 자유롭게 무엇이든 실패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보여주지만 역설적으로 작가는 그럴 권리를 누릴 수 없었다. 그가 ‘지옥에 떨어진 남자 Hell-Man’라 불리는 것은 뼈아픈 일이다. 영화의 역사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작가주의를 주창한 ‘카메라-만년필론’으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아스트뤽은 비평에서 시작해 영화감독이 된 첫 번째 비평가로 누벨바그(특히 고다르)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시기 드물게 이스트먼 컬러로 촬영한 (1..
2012.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