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동시대 영화 특별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3월5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는 3월5일부터 24일까지 20일 동안 작품성과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대중에게 소외받은 영화들을 모아 특별전을 개최한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부재를 단 이번 행사를 위해 각국의 수작 15편이 뭉쳤다. 유운성•이용철 영화평론가가 참여하는 비평가 좌담 행사(3월17일)를 비롯해 김성욱 프로그램 디렉터가 직접 진행하는 시네토크(3월9일)와 상영 전 영화 소개(3월16일) 등의 특별행사가 마련되어 있다.(www.cinematheque.seoul.kr 참조)


프로그램 중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4월 개봉예정작 <홀리 모터스>다. 지난해 칸영화제에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이 작품은 새벽부터 한밤까지 한 남자의 하루를 뒤쫓아, 그가 연기하는 아홉 가지의 삶을 보여주며 진행되는 일종의 ‘영화에 대한 영화’다. <폴라X> 이후 레오스 카락스가 만든 13년 만의 복귀작. 드니 라방과는 21년 만에 다시 장편에서 조우했다. 루이스 브뉘엘의 <트리스타나>를 비롯해 장 콕도의 <오르페>, 조르주 프랑주의 <얼굴없는 눈> 그리고 감독 자신이 만든 <퐁네프의 연인> 등 다양한 영화들이 변주되어 오마주된다. 길고 거추장스러운 하얀색 리무진을 탄 <홀리 모터스>가 파리 시내 곳곳을 훑는 것에 달리 벨라 타르의 <런던에서 온 사나이>는 오직 한 도시에만 머무른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약 4년간 코르시카섬에서 촬영되었다는 이 영화는 ‘느린 플랑세캉스’와 ‘강한 콘트라스트의 흑백영상’이 주조를 이룬다. 1934년 조르주 심농이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은 1943년 앙리 드쿠앙의 영화 이후 세 번째로 각색됐다. 벨라 타르 특유의 시네마적 기법, 주인공의 심리에 맞춘 두 가지 종류의 라이트모티브 음악에 귀기울여 감상하길 권한다. 한편, 어느 평론가에 의해 ‘분류 불가능하고 이상야릇한 농촌코미디’라 명명된 알랭 기로디의 <도주왕>을 통해서는 프랑스 남서지방의 거친 풍경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마르코 벨로키오의 <내 어머니의 미소>도 인상적이다. 조형적 아름다움을 특징으로 내세운 이 이탈리아영화는 ‘몽매주의와 타협, 무기력’을 키워드로 현대의 이탈리아 사회와 종교, 부르주아의 범주 등에 딴지를 걸고, 비난을 가한다. 2002년 칸영화제에서 기독교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이에 비해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J. 에드가>는 미국사회에 대한 관찰이 돋보인다. 감독은 주인공 역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통해, 감독 스스로의 미국에 대한 애증을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세 번째 디지털 장편 <트윅스트>는 또 다른 미국의 문화적 유산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코폴라는 에드거 앨런 포와 자신을 직접 연계시키거나, 또 다른 거장 너새니얼 호손을 빌리는 식으로 극을 진행해가는데, <대부> 등 이전작에서 느끼지 못한 독특한 멜랑콜리의 감성이 영화를 일종의 벌레스크 소동극으로 완성시킨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트윅스트>가 지닌 바로크적 개방성은 의외의 수작과 조우했다는 만족감을 선사해줄 것이다. 아벨 페라라의 <4:44 지구 최후의 날> 역시 놓치기 아깝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이튿날 새벽 4시44분에 일어날 지구의 종말이 예견되고, 뉴욕 로어 이스트사이드에 사는 시스코와 스카이 커플은 이를 함께 준비해간다. 같은 소재를 다룬 영화들과 구별되는 차분하고 엄숙한 논조가 특색인 작품. 상영 내내 주인공의 아파트에는 오라클을 예언하는 텔레비전 뉴스가 방영되고 있다. 감독은 디지털 화면 속 앨 고어나 달라이 라마 등 실존 인물의 입을 빌려 독특한 형식으로 세상의 종말을 고하고, 폼페이의 석화된 연인을 상기시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 ‘얼굴이 맞닿은 남녀의 클로즈업’을 통해 사랑의 생흔이야말로 지상 최상의 가치임을 다시금 강조한다.


글/이지현 영화평론가


* 이 글은 영화주간지 씨네21에 게재된 글을 옮긴 것입니다.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