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시네바캉스 서울/Review
2011. 7. 27.
장 피에르 멜빌의 '암흑가의 세 사람'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멜빌이 여전히 레지스탕스 시절의 가명을 유지했던 것은 그가 또 다른 레지스탕스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고다르가 찬사를 보냈던 열렬한 시네필이었지만 영화는 멜빌의 손에 쥐어지지 않았다. 즈네 거리에 자신의 스튜디오를 만들어 저항의 근거지를 삼았던 멜빌은 완고하고 독립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브레송, 타티와 더불어 그의 영화 속 인물들(레지스탕스, 경찰, 도박사, 갱스터들)이 과묵한 것은 그들 대부분이 레지스탕스로부터 차용한 행동의 코드를 규율로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은밀함, 완강함, 도덕적 견고함, 희생적인 충성은 그들의 미덕이지만 전후의 프랑스 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기도 했다. 멜빌의 인물들은 살아 있지만 절멸된 과거의 흔적을 상속받은 시대착오적인 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