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 총동문회가 주최하는 포럼이 열렸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어떻게 할 것인가’를 토픽으로 열린 이날 포럼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편장완 교수가 사회를 맡고, 명지대학교 영화과 황규덕 교수, 건국대학교 영화과 송낙원 교수, 계원조형예술대학교 이용배 교수 등이 발제자로 나섰으며, 영화계 원로 하명중 감독과 영화평론가 정성일,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원래 일정은 2시간여 동안 1부 발제, 2부 토론 시간으로 나눠 진행키로 했으나 발제에 앞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이 현 영화아카데미 문제에 대한 영진위의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며 먼저 발언을 시작했다. 조희문 위원장은 “공공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영화인력 양성을 담당하고 있는 아카데미의 역할과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검토하는 일이 필요하다”면서, “현 문제에 대해서 영진위는 아직 아카데미를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거나 사업을 발표한 적이 없고 공석으로 되어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이 곧 선임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치적인 시각에서 과거의 사례를 갖고 예단하지 말 것을 주문했는데, 조희문 위원장의 발언이 마무리될 무렵, 이용배 교수는 지난해 11월 11일 주무장관 업무보고서를 인용해서 조희문 위원장이 기능 축소와 재교육 중심으로 가겠다고 보고했던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날 포럼은 발제에 앞선 토론장 분위기로 흘러갔다. 조희문 위원장은 2012년 영진위의 부산 이전을 앞두고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영화아카데미의 잔류 조건으로 영화인 재교육 중심으로의 기능 개편을 요구했다며 업무보고를 그렇게 했더라도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조 위원장의 발언으로 불거진 토론 과정에서는 내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영화아카데미가 교육의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었고 조희문 위원장은 현재 상황에서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며 (영화아카데미에 대하여) 학교라는 표현은 안 썼으면 좋겠다고 말해 토론자들과 청중들의 반발을 샀다. 객석에 있던 권칠인 감독도 조희문 위원장에게 영화아카데미의 현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으며, 조희문 위원장은 사회, 발제, 참석자 등이 영화아카데미 중심이라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만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냐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희문 위원장이 자리를 뜬 후 먼저 황규덕 교수가 ‘공공 영화창작 교육의 한 모델로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역사와 성과’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로 송낙원 교수가 ‘영화창작교육 발전을 위한 공공부문의 고유 역할’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송낙원 교수는 홍콩과 일본 등의 영화 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요인으로 국가 차원의 인재 양성 등한시를 들면서 영화아카데미를 지원하는 것이 중복 투자라는 논리를 비판했다. 송낙원 교수는 또한 영화아카데미의 개편과 축소 주장은 현 정권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음을 밝혔다. 이어서 발제한 이용배 교수도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영진위로부터의 독립과 국립영화학교로의 발전을 주장했다.

 

10분간의 휴식 시간에 이어서 진행된 2부의 토론에서 최문순 의원은 먼저 정권이 한국영화아카데미 운영에 간섭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성일 평론가는 영화아카데미가 스스로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 위해서 국가 기관 내에서 오픈 유니버시티 혹은 실험 대학처럼 공공부문으로 옮겨가야 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정성일 평론가는 또한 한국영화아카데미와 영상원의 공존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명중 감독은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 문제를 갖고 왜 영화아카데미를 없애면 안 되는지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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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아카데미 포럼에서 관객, 패널로부터 거센 항의 받아
2010년 03월 18일 (목) 21:37:51 김수정 ( rubisujeong@mediatoday.co.kr)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이하 영진위)이 18일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  ‘한국영화아카데미 어떻게 할 것인가’ 포럼에서 패널과 관객으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다.

최근 직제 개편, 원장 공석, 교수 계약 기간 축소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영화아카데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날 포럼에서 조 위원장은 “설립 당시 영화아카데미는 영화제작 인력 양성을 위해 존재했는데 지금은 출발 때와 상황이 많이 변했다. 다양한 곳에서 영화관련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그것을 담당하는 영화아카데미의 방향을 검토하고 평가하는 등 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조희문 위원장 “영화아카데미 변화 필요…아직 입장 없다”

조 위원장은 “영화아카데미는 영진위의 사업영역이며, 영진위는 구체적으로 영화아카데미를 어떻게 할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며 “(관계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영진위는 어떤 저의도, 음모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영화아카데미 상황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며 “진행경과를 보면서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 조희문 영진위원장. 이치열 기자@  
 

이용배 교수 “유인촌 장관에 한 업무보고는 괜히 한 거냐”

조 위원장의 말이 끝나자 이날 발제자로 참석했던 이용배 계원조형예술대학교 교수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 교수는 “지난해 11월 조 위원장이 유인촌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영화아카데미는 재교육 쪽으로 가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그럼 장관한테 보고한 것은 괜히 한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조 위원장은 “영화아카데미 잔류 조건이 영화인 재교육 중심이었으며 이는 기획재정부가 요구한 사안이다. 포괄적인 계획일 뿐 정리된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황규덕 명지대 영화과 교수는 “영화아카데미는 영화인 재교육만 하라는 명령하달이 있었느냐”고 물었고, 조 위원장은 “그것은 기획재정부 조건이었고, 기능 개편은 영진위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용배 교수는 “그럼 유인촌 장관에 한 업무보고는 그냥 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냐”고 되물었고, 조 위원장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영진위는 ‘기다려 달라’ ‘다급할 것 없다’고 얘기하는데 정상대로 운영되는 상황이라면 3월 중순이면 내년도 신입생 요강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지금 영화아카데미 직원 누구도 내년에 신입생을 뽑을 수 있을지를 난감해하고 있다”며 “어떻게 이게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학교냐”고 다그쳤다. 조 위원장은 “영화아카데미에는 학교라는 말을 쓰지 마라. 아카데미라고 해달라”고 말했다가 패널과 관객으로부터 “왜 학교가 아니냐”며 강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영화아카데미는 아무 변화가 없다”는 조 위원장의 발언에 정성일 영화평론가는 “학교가 교육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입시요강도 안 나온 상황이라 수요자가 답답해하고 있다. 학교가 멈춰 있다. 전공교수 계약은 1년으로 줄였다. 아무 일도 없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 위원장은 “아직 아무 변화가 없다”고 같은 말을 되풀이했고 패널과 관객들은 “아니다. 변화 있다”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하명중 영화감독이 말을 이었다. “한국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인재가 필요해서 영화아카데미를 만들었다. 이제 26세 어른이 됐고 자식도 수없이 낳았다. 그런데 영진위는 영화아카데미를 호적이 없는 아이 다루듯 한다. 이제 영화아카데미는 영진위보다 더 큰 존재가 됐다. 한국영화를 이끈 주역이다. 주무장관이 돈이 없다며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 뒤에는 영화아카데미와 함께 한 영화인이 있다.”

   
  ▲ 한국영화아카데미 어떻게 할 것인가 포럼이 18일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다. 김수정 기자@  
 
황규덕 “영진위 작태, 영화아카데미 박살내려는 것”

이날 ‘공공 영화창작 교육의 한 모델로서,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역사와 성과’라는 주제로 발제한 황규덕 교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화아카데미를 흔드는 모양새”라며 △
제작연구과정 총괄프로듀서 임용요청 묵살 △원장을 부장으로 격하하는 직제개편 △박기용 전 원장 임기만료 후 원장 공석 △교수진 1년 단위 계약 △학생 작품 강제 동원 배급 등을 근거로 들었다. 황 교수는 “지금의 작태는 영화아카데미를 박살내려는 의도”라며 “이대로 가면 영화아카데미 간판을 뜯어내고, 관변 영화인단체 쪽으로 가려는 게 저들의 속셈”이라고 지적했다.

송낙원 교수 “영화아카데미와 한예종 영상원 역할 달라”

송낙원 건국대 영화과 교수는 영화아카데미와 한예종 영상원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공존하고 있으며 소구 대상도 다르다며 이 둘이 통폐합될 경우 문제점을 지적했다. 송 교수는 “영화아카데미 정규과정이 폐지되면
대학원 수준에서 국가의 핵심영화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과정은 오직 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영화과 전문사 과정뿐이며, 이곳 정원은 15명”이라고 지적했다. 사립대학 영화과를 졸업하는 수많은 영화학도가 영화아카데미나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전문사 과정에 진학하려고 하지만 영화아카데미 정규과정이 폐지될 경우 이들 중 일부는 유학을 갈 것이고 다수는 영화를 포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송 교수는 “영진위가 시대가 변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해외 상황을 파악 못했기 때문”이라며 외국은 국가 주도의 영화인 정규교육기관의 예를 들었다. 일본과 홍콩이 10년 이상 영화 침체기를 겪고 있는 것은 인재 양성하는 국가주도의 교육기관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아카데미 문제는 국가가 국가대표를 양성할 것인가의 문제”라며 “오히려 현재
개설된 제작연구과정을 좀 더 확대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미디어오늘 2010년 3월 18일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6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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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1,600여명이 파행행정을 계속하고 있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지난 16일 오후 2시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영화진흥위원회 정상화를 촉구하는 영화인 1천인 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 최현용 사무처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에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김영덕 프로듀서, <발레교습소>의 변영주 감독,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 <경계도시2>의 홍형숙 감독, 전국영화산업노조 최진욱 위원장, <오로라 공주>의 방은진 감독, 그리고 한국영화아카데미비상대책위 이용배 위원장 등이 참여했고, ‘영화인 1천인’ 선언에 참여한 이들의 명단이 공개되었다. 이날 오전 11시까지 집계된 선언 명단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차승재 대표, 봉준호, 임순례, 허진호 감독 등 총 1,681명이었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김영덕 프로듀서는 영화계의 투자환경이 위축되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진흥사업 계획 발표가 계속 미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변영주 감독은 “영화계의 반발이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니며 전적으로 영진위의 행정이 불투명한 데서 온 것”이라며 “단체장이 된지 6개월이나 되었으니 조희문 위원장이 제발 일을 하길 바란다”고 영진위 행정의 불투명함과 무능에 일침을 가했다.



김조광수 대표는 새로운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액트의 후신인 미디어 센터 운영자들의 무능함을 지적하면서 “‘빨리 잘 찍어서 내 영화를 좋은 곳에서 상영하고 싶다‘는 영화인들의 바람을 영진위가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진욱 위원장은 최근 입적한 법정 스님이 남긴 ‘공백과 여백이 실상을 뒷받침한다’는 잠언을 예로 들면서 영화 제작의 주체인 스태프들이 일을 온전히 잘 할 수 있도록 영진위가 현안을 이전과 다른 자세로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선언이 선언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처음에는 실감하지 못하다가 최근 <경계도시2> 영화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최근 영진위의 행태에 대해 가장 근접하게 체감하고 있다는 홍형숙 감독은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을 향해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한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서 방은진 감독과 이용배 위원장도 작금의 사태의 대한 안타까운 심정과 우려를 표했다. 1기 영진위 위원이기도 했던 이용배 위원장은 특히 한국영화아카데미 문제와 관련하여 영진위 측에서 이제야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사태가 여기까지 흘러오도록 무관심을 보여준 영진위의 자세에 유감을 표시했다.

참여자들의 발언이 끝난 뒤에는 방은진 감독과 이용배 위원장의 선언문 낭독이 이어졌다. ‘영화인 1천인 선언’은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재공모를 촉구하고 두 공간이 정상화될 때까지 현재의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의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공모제 철회와 지속적인 지원 약속,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4기 영진위 체제가 들어선지 2년이 지났는데도 의무적으로 발표해야 하는 영비법상 중장기 진흥계획, 심지어 올해 사업계획까지 발표되지 않고 비상식적인 파행행정만 일삼고 있는 영진위가 이렇듯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영화인 1천인 선언’에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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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우리들의 시네마테크, 이제는 행동이다"
2010년 3월 2일 화요일  신선자 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  

나는 민간이 운영하는 서울 유일의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를 제집처럼 드나든 지 만 5년차에 이르는 열혈관객(?)이다. 비디오테크 시절부터 시네마테크에서 영화와 조우해온 이들에 비하면 아직 애송이 시네필에 지나지 않지만, 게다가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 그곳에서 본 수많은 영화들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해 놓지도 못하지만 그 공간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십분 짐작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해도 시네마테크에서 영화 보는 행위가 내 삶의 자양분, 양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저 시네마테크에서 영화 보는 행위가 좋아서, 그 시공간의 느낌이 마냥 좋아 자주 찾았던 나에게 시네마테크는 놀이터이자 마음의 위안처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나와 같은 마음을 지닌 관객들, 영화의 친구들을 시네마테크에서는 손쉽게 만난다. 그래서 나는 내 머릿속에서 영화가 망각될지언정 계속 그 행위를 지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쭉 그러하길 바라 마지않는다.

그런데 최근 극장 안팎이 시끄럽다.
조용히 영화를 보며 곱씹어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놈의 공모제 논란 때문이다. 내 삶의 황금 같은 5년이란 시간이 어려 있는 곳인데, 소위 영화를 진흥한다는 영화진흥위원회의 파행적 공모제 강행으로 이곳의 안정성을 보장받기 힘들어졌다. 그리하여 나는 스스로 시네마테크 지키기 운동에 동참을 결의하고, 현재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더불어 지지난해부터 해왔던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웹데일리팀에 결합해 친구들 영화제와 관련한 이러 저러한 소식을 전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그렇게 지내온 한 달 반, 준비기간까지 거의 두 달여의 시간이 이제 막을 내리려 하고 있다.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다단하다. 앞으로의 행보도 명확하지 않다. 몇몇 매체에서는 영진위가 지원자가 없어 자동 유찰되었던 시네마테크 운영자에 선정에 관한 재공모를 한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실상 공식적으로 재공모 일정이 공지되지는 않은 상태다. 한편으론 충무로 영화인들까지 공모 철회를 요구하고 나서며 파장이 커지고 있으니 영진위 스스로 사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지원을 계속하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황도 상상해본다. 진정 그러하길 기대해보지만 사태가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영진위가 그간 행한 모든 일들이 상식적으로 납득 불가능했고 웃지 못할 코미디를 연출했기 때문이리라.

사실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서 나는 그토록 보고팠던 영화, 기다리던 영화를 편히 보지 못했다. 영화를 봐도 피곤했고 안 봐도 피곤했다. 영화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심정적으로나 사회문화적으로나 이곳이 반드시 지켜지길 바라기 때문에 스스로 자원 활동을 했으나 가끔은 이 분위기가 짜증나기도 하고, 내가 도대체 무슨 영광을 보자고 이 짓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도 했다. 결코 후회는 없다. 그리고 안타까운 일이었음에는 틀림없지만 그 와중에도 얻은 것도 많다 생각한다. 끝이 있으면 또 다른 시작이 있는 법이니까. 자원 활동을 하면서 한 줄기 희망을 다시금 느꼈다. 나, 우리, 그리고 시네마테크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잃었고 얻었을까.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면 그간의 상황을 다시금 돌이켜보며 또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하여 한달 반의 시네마테크 자원 활동을 돌아보며 일련의 사태에서 대해 다시금 정리해 보고자 한다. 함께한 시간에 관한 일종의 후기랄까. 뭐 그렇다.

일단 시네마테크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시네마테크란 Cinéma와 thèque가 결합된 조합어다. 사전적 정의를 보면 영화 관련 자료를 보존하고, 이것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여 그 자료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다. 영화 자료 보관소, 또는 영화 박물관의 공간적 개념이 크지만, 그보다 시네마테크는 극장 형태를 갖추면서 주로 고전 영화 또는 예술 영화를 정기적으로 상영하는 데에 더 큰 중점을 둔다. 시네마테크의 중요한 기능 중 또 하나는 필름 복원 작업이다. 긴 세월을 거치며 훼손된 고전 영화의 필름을 여러 복잡한 과정을 통해 비교적 깔끔하게 복원시키는 일을 담당하기도 한다. 이처럼 시네마테크는 상업적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 더 큰 목적을 두기 때문에 정부 산하의 기관 또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비영리 단체가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 시네마테크는 가치가 있는 옛것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곳이며, 그 작업은 영화문화저변 확대와 교육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지속성을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시네마테크는 공간적 개념도 있지만 일종의 운동적 성격으로 시간성도 지니고 있다. 국가에서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공공적 성격이 강하니 영진위가 시네마테크 운영자를 공모한다는 것이 얼핏 듣기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보다 다양한 영화보기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시네마테크 사업을 더 잘할 수 있는 운영자를 투명한 과정을 거쳐 선정한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못할 것은 없다.

그런데 왜 이리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는 우선 권리주체의 문제, 다시 말해 영진위가 그렇게 진행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인지, 또는 그것이 정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에서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운영하는 곳은 서울아트시네마가 유일하다. 그것은 시네마테크에서 보는 모든 영화가 시작되기 전 나오는 리드필름에도 명확히 명시되어 있다. 서울에서 시네마테크 활동을 펼치며 안정적이진 않아도 근간히 어렵게 전용관을 꾸려온 것은 민간 영역의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가 지속적으로 운영해온 서울아트시네마 뿐이다. 영진위는 자체적으로 시네마테크 사업을 펼친 바도 없으며, 시네마테크에 관한 어떠한 자산도 갖고 있지 않다. 단지 영진위는 약 3, 40%의 지원금을 지원해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영진위는 고작 30% 정도의 지원금이 전용관을 꾸려 나가는데 절대적인 도움을 주는 금액이니만큼 주인행세를 해도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한다. 설상가상으로 영진위는 그간 자신들이 지원해줬던 지원금이 서울아트시네마를 운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종자돈이 되었으니 수익발생까지 고려한다면 거의 90%의 지원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밝혔다. 논리도 근거도 모르겠고 그저 헛웃음이 인다.

일반 기업체의 경영권을 가지려면 적어도 51%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고 하는데, 영진위는 고작 30%에 달하는, 것도 자체 지분 자산이 아니라 보조 지원금을 가지고 주인이라고 말하는 거와 다름없다. 게다가 수익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민간 비영리법인의 활동에 수익성을 운운하고 있다. 투명성을 위해 공모를 강행하는 것이라지만 스스로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는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뭐 정책입안자들이 그것이 원칙이니 그렇게 하겠다면 더 보탤 말은 없다. 작금의 사회는 경우에 따라서 그러한 논리가 통할 수 있는 세상이니.

현 사태의 심각함을 인지할 수 있는 또 다른 지점은 바로 공모를 둘러싼 논의의 과정, 절차상의 문제다.
원칙을 고수한다는 정책입안자가 시네마테크 운영자를 공모한다는데 어떠한 공청회도 거치지 않은 상태다 재작년 국감에서 그저 한 단체에게 왜 그토록 오랫동안 지원을 해주었냐는 지적사항이 제기되어 공모제 전환을 일방적으로 통보했고 시기적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자 1년을 유예한 뒤 올 들어 그 정책을 무리하게 그리고 일방적으로 입안한 것이다. 공평성, 투명성 보장을 위해 공모제를 적용하려면 적어도 그간 서울아트시네마의 운영에 대한 정당한 평가, 어떠한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먼저 밝혀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영진위는 그러한 절차 없이 무작정 실행에 옮겼고 원칙이기에 진행한 것이라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너무도 부당한, 모순덩어리의 처사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귀를 열어두지 않는 곳에 이와 관련한 여러 목소리를 내고 싶지는 않다. 사회문화적 합의는 고사하고 시네마테크 자체, 사업의 성격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떨어진다 생각되니 말이다. 원론적으로만 치자면 지원중단으로 받아들이면 그뿐이다. 현재의 서울아트시네마는 8년간 그렇게 어렵사리 유지돼 왔고, 나를 포함해 많은 관객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자원 활동에 나선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
조희문 영진위 위원장

하지만 문제의 복병은 또 다른 것에 숨겨져 있다. 바로 시네마테크 운영자를 선정하는데 1년 단임제로 한다고 한다는 거다. 어떠한 평가절차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권리도 없는 자가 단지 자본의 논리를 앞세운 돈을 위시하여 공모전환을 논하는 것 자체도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는데, 거기에 더해 시네마테크 운영자를 1년 단임제로 매해 공모를 하겠다고 한다. 물론 연임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과연 이게 말이 되는 얘기인지 도대체 이해불능이다. 문화예술의 영역에서 보존과 복원의 임무를 가장 크게 부여받은 시네마테크를 매해마다 갈아치운다는 심사. 어떻게 그런 발상이 가능한지 진정 납득하기가 힘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이보다 더 재미있는 코미디가 없다”, “요즘 영진위 때문에 개콘이 별로다”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나 싶다. 이는 시네마테크의 의미, 활동의 본질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파악하고 있는 자라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문제인데 소위 영화를 진흥한다는, 영화발전을 위해 무단한 노력을 기울인다는 영진위가 이러한 정책을 내세운다는 게 부끄러울 뿐이다.

나는 단지 일반 관객에 지나지 않는다. 시네마테크의 프로그램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시기에 배치되는지 잘 알지 못하나 먼발치에서 자부심 하나로 시네마테크 운동을 펼쳐온 사람들을 보면서 적어도 하나는 알 수 있었다. ‘금방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구나,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거구나‘라는 거다. 일례로 얼마 전 시네마테크에서 모스필름 회고전을 한 바 있는데 듣기엔 그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는 데만 거의 3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한다. 그런데 1년마다 공모를 한다면 과연 장기프로젝트를, 그동안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남는다.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만약 그것을 가능케 하려면 다음해에도 시네마테크 운영을 계속 할 수 있게 공모에 응해야 하고 그 공모에서 낙찰을 받아야만 한다. 그렇게 되려면 온갖 비상식적인 수순으로 진행되는 이 사회체제 안에서는 또 다른 로비와 부정비리가 난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달리 말하자면 공평성을 위해 공모를 진행한다고 하는데 이는 또 다른 비리의 전당이 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는 거다.

나는 그렇게 운영되는 시네마테크를 찾고 싶은 마음이 없다. 세계 곳곳의 유수의 시네마테크에서는 누벨바그의 거장 에릭 로메르가 타계한 후 앞 다퉈 로메르 회고전을 준비했다. 허나,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우리는 로메르 영화를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다. 지금 여기의 지리멸렬한 현실탓이다. 만약 공모제 논란이 일지 않고 영진위의 지원이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상반기 내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그의 업적을 기리며 회고전을 기획했을지 모른다. 소모적이고 어이없는 공모제 논란으로 나와 같은 관객은 그러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만약 새로운 운영자가 나타나 내가 원하는 그러한 프로그램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난 또 어느 순간 잊어버리고 ‘어 이런 영화를 하네, 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라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애쓸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을 도대체 어떻게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5년 간 제집 드나들 듯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던 것은 그만큼의 시간 동안 쌓아왔던 극장 운영자와 관객간의 암묵적인 지지와 신뢰, 신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신의와 우정을 시네마테크의 파트너를 자처?해온 영진위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진정 안타깝다. 영진위가 사태의 심각성을 빨리 인정하고 부당한 공모를 철회하고 꾸준한 지원을 약속해줬음 좋겠다.

다시 원점으로.

이 글 서두에 나는 시네마테크는 지속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주장했다. 그것이 관객의 권리라고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간의 성과에 대한 올곧은 평가가 먼저 수행된 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네마테크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보는 것이다.

아울러 그간 내가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았던 것은 내 마음이 그들이 선보인 수많은 영화들에 매혹됐고, 그러한 프로그램을 선정해 준 운영자에 대한 신뢰,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말을 다시금 전하고 싶다. 그래서 난 오늘도 서울아트시네마에 간다. 영진위의 지원 없이도 서울 유일의 민간 비영리 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가 굳건히 설 수 있길 바라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후원활동을 하고자 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다. 나와 같은 자원봉사자들이 스스로 후원모금 부스를 마련하고 제 시간을 쪼개고 희생해가며 한 달 여 동안 극장에 상주하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렇게 해서 현재까지 모아진 현금 후원금은 약 3천5백만원. 월 자동납부하는 CMS 후원회원의 후원금은 월 3백만원 수준이다. 현재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자를 통해 듣자니 영진위 지원 없이 자립하기 위해 최소 필요한 운영자금은 월 5천만원 수준이라고 하던데, 현재의 후원금으로는 턱없이 모자라고 여전히 앞일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한 가지는 건진 것 같다. 이를 불씨 삼아 시네마테크는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 시네마테크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고, 더 많은 친구들을 얻었다는 것. 그렇게 시네마테크는 이곳을 사랑하는 관객과 함께 봄날을 기다리며 버티고 견디어나가고 있다. 스스로 서기 위해. 지금의 활동이 한층 더 진전되어 시네마테크가 진정한 영화인, 영화애호가의 온전한 집을 갖길 바란다.

그리고 항상 꿈꾼다. 그 역사적인 날이 빨리 오길!
하여 외쳐본다.
이 땅의 시네필들이여! 지금은 관객이 나서 시네마테크를 후원해야 한다고,
영화를 보는 행위만큼이나 중요하고 수반되어야 할 시네필의 윤리가 있다고,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다시금 곱씹어 보자고.
권리를 내세우려면 그에 합당한 의무를 해야 하지 않던가. 이제는 행동이 필요한 때다.


글_신선자 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   

[출처] 무비스트 2010년 3월 2일 (http://www.movist.com/article/read.asp?type=24&type2=2&id=17543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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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가협회, 영화인회의, 영화감독조합, 여성영화인모임 등 영화계 주요 단체들의 모임인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가 최근 불거진 영화계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이하 영화단체연대회의)는 성명을 내어 24일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 지원 사업과 관련한 영화진흥위원회의 공모제 전환과 운용 방침에 우려를 표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영화단체연대회의는 “이미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는 형식적인 공모 절차를 거쳐 (운영자)교체가 완료되었으며, 시네마테크전용관은 공모접수를 마쳤지만 지원자가 없어 유찰된 상태다”고 전제한 뒤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운용자 공모 절차 등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영화단체연대회의는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시네마테크 지원 사업은 말 그대로 ‘지원’사업이다”면서 “공모를 추진하려면, 지원 사업을 더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요건과 계획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했지만 영진위는 단지 공모만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진위가 “독립적인 사업을 병합해 심사한 이유, 심사위원 선정, 심사세칙의 규정력, 심사과정상 논의 경과, 심사결정 과정에서의 위원회의 개입, 제출 서류의 법적 타당성 등 제기된 여러 문제점에 대해 어느 하나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단체연대회의는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 시네마테크는 한국영화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초이자 뼈대”라면서 “영진위는 즉시 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지원 사업과 관련해, 이미 결정된 공모는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고 시네마테크 지원 사업 공모는 즉각 철회한 뒤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원정책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출처] 동아일보 2010년 2월 24일 기사
(http://news.donga.com/Enter/Movie/3/0902/20100224/26417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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