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사나이> 상영 후 신동일 감독과의 시네토크

 

4월 1일 오후 <철의 사나이> 상영 후 김성욱 프로그램디렉터의 진행으로 신동일 감독과의 시네토크가 이어졌다. 폴란드 자유노조의 이야기가 담긴 <철의 사나이>는 1981년 작임에도 현재 한국의 현실과도 많은 접점을 갖고 있었던 작품이다. 다른 세기, 다른 국가의 영화가 현대 한국에 주는 의미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던 시네토크 현장의 일부를 옮겨본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영화평론가): 영화 <철의 사나이>와 관련해서 신동일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겠다. 예전에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신동일 감독이 스무 살에 대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이 영화를 처음 보고 충격을 받고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했다는 이야기를 보고 기억에 남아서 초대하게 됐다. 먼저 이 영화를 어떤 계기로 어떻게 보셨는지 듣고 싶다.

신동일(영화감독): 이 영화를 87년 5월경 작품에 대한 정보도 모르고 봤는데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가 전두환 정권이었고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을 했고, 학생들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때문에 전국이 들끓고 있을 때 마침 한 학교의 극장에서 영화를 봤다. 사회를 잘 모르던 때였지만 영화를 보면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과 전혀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라는 것이 얼마나 현실과 부합되면서 역사와 호흡할 수 있는가 하는 영화의 힘을 느껴서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각오를 했다. 그 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25년이 흘렀다. 꼭 언젠가 필름으로 보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보게 됐다. 다시 봐도 피가 솟는 듯한 감흥을 느꼈다.

 

김성욱: 정치적 현실과 영화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영화라는 것이 현실과 동떨어지고 뒤늦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당대 현실에 직접 개입해서 픽션을 만든다는 것이 놀랍단 생각을 했다. 그런 점이 갖고 있는 긴밀함, 시대와 연착된 느낌이 좋았다. 감독님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다.

신동일: 엔딩크레딧에 보면 엑스라는 당시 필름 무브먼트가 있다. 일종의 영화운동 집단이라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영화에 꿈을 가진, 영화로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긴밀히 연관 돼 있던 것 같다. 당시엔 CG도 발달 되지 않았을 땐데 어떻게 실재하던 인물이 출연할까 싶었는데 그만큼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구분을 하기 힘들 정도로 결합이 잘 돼 있다. 비슷한 사례가 한국에도 있다.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자동차 같은. 이런 사례들을 극영화 식으로 기민하게 만들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지금 봐도 극과 다큐적 현실이 잘 결합된 사례라고 생각한다.

 

김성욱: 현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것에는 영화가 가진 정체성의 특징도 있는 것 같다. 이 영화가 150분간 진행되는 전체적 이야기는 당시에 있었던 자유노조 대한 왜곡된 것을 만들려는 정부에 대항하는 역정보의 형태로 영화가 구축됐다는 생각이 든다.

신동일: 지금 젊은 분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제 나이 또래 분들은 들어보셨을 수도 있다. 주로 자유노조라고 번역 되는 연대노조의 이야긴데 사실 70년대 말 80년대 초에 국내 뉴스에도 많이 나왔다. 맥락이나 내막은 더욱 복잡한데도 공산주의국가에 대항하기 위한 노동자의 운동이라고 반공주의적 시선으로 알려졌다. 나에겐 영화를 보면서 진실을 알아가고 각성되는 과정이 있었다. 잘 몰랐던 폴란드 역사에 대해서 진실을 알게 되는 과정, 광주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알았는데 증언들을 통해 실체를 알게 되는 과정이 훨씬 더 영화를 흥미롭게 했던 것 같다. 숨겨진 것을 하나씩 벗겨내는 과정이 더 영화를 힘 있게 하지 않나 싶다.

 

김성욱: 이 영화에서 강조되는 말이 두 개인 것 같다. 하나는 진실이 가장 강력한 힘이다, 이런 말이 초반에 나왔던 것 같고.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갖는 정치성의 힘들이 있다. 영화감독으로서 이런 식의 사회 문제나 정치문제를 다루게 될 때 어떤 점을 좀 더 주의 깊게 봤는지 궁금하다.

신동일: 여기 나온 주인공이 언론인이다. 현재 한국에서도 KBS나 MBC가 파업을 하고 있고 격렬하게 언론문제가 있는데 감독들 개인의 성향은 다르겠지만 당대의 현실을 담고 싶은 욕망이랄지 의욕이 클 것 같다. 물론 다큐멘터리의 영역에선 시의성 있게 접근할 수 있지만 극영화는 극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해서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노동문제나 이런 언론문제에 관한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선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딜레마가 있다. 예산이 많지 않더라도 뜻 맞는 사람들끼리 힘을 모아서 만들고 싶은 의욕이 오늘 영화를 보면서 다시 생겼다.

 

김성욱: 후반부에 가면 이 사람이 보고서 같은 것을 슬쩍 놓고 가려다 체육관에서 몽둥이 들고 샌드백을 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식의 몇 개의 설정이 있는 장면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보시면서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면.

신동일: 25년 전에 볼 때는 못 느꼈는데 다시 보니 영화가 은근히 유머가 있더라. 할머니가 자기 손자에 대해 회상을 할 때 처음엔 이해를 못했지만 요새 폴란드 역사에 대한 책을 읽다가 할머니께서 어떤 계획적 각성이라고 해야 하나, 알아가는 과정. 나 자신도 새로운 것을 깨달을 때의 감동이 전이가 돼서 그 장면에서 울컥하는 감동을 느꼈다. 할머니가 고백을 하실 때.

 

관객1: 안제이 바이다 감독이 영화를 만들고 감옥에 갔다고 들었는데 이 작품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도 받았다. 그 당시에 이 영화가 어떻게 제작이 되고 유통이 됐는지 궁금하다. 제작비는 노조에서 지원을 받았지만 그 이후에 정부의 탄압을 받던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상영이 됐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87년에 이 영화를 보셨다고 들었는데 그 당시에 함께 영화를 보셨던 분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는지 같은 당시의 분위기를 듣고 싶다.

신동일: 안제이 바이다 감독이 가신 건지는 모르겠는데 망명 비슷하게 외국으로 가서 <당통>이나 <아이 원트 유> 같은 영화를 만들고 몇 년 만에 귀국할 정도로, 계엄령이었기 때문에 국내 활동을 못했다. 이 영화가 칸에서 상 받고, 우리나라는 군사정권이었고 87년에서야 간신히 학생들이 볼 수 있었지만 많이 반향을 일으킨 것 같은데 폴란드에서 얼마나 관객이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듣기론 이 전 영화가 <대리석 인간>이라고 주인공 아버지의 이야긴데 폴란드에서 170만명 정도 봤다고 들었다. 엄청난 대중적 호응을 얻은 것으로 봐서 <철의 사나이>도 음으로 양으로 많은 사람이 보지 않았을까싶다. 나는 당시에 혼자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기들과 이야기를 한 기억은 없다. 89년도에 동아리 회장을 할 때 학생들에게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관객2: 자유노조는 CIA의 사주를 받은 파업이고 반공노조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노동입장에서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노동운동가는 아니지만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신동일: 고민을 했던 부분이다. 이 영화를 보고 감독의 꿈을 가지고 몇 편 안되지만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 됐는데 내가 반공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서 감독이 되겠다고 한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하면서 약간 긴장감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그건 아니었구나 확신했다. 당시 경직된 관료주의에 대한 폴란드공산당에 대한 영화일지는 몰라도 반공영화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프롤레타리아, 노동자의 권리나 힘과 어떤 그런 것이 침해 받는다면 어떤 체제라도 싸워야 한다고 봤을 때 여기서 묘사된 것은 CIA나 사회주의와 싸워야하는 노동자들이야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다. 정당히 노동자들이 싸워야할 권리라고 생각했다. 다만 한국에 와서 전달되는 과정에서 그런 식으로 필터가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우려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보이진 않는다.

김성욱: 처음에 말씀 드렸듯 동시대 영화가 갖는 직접적 효과가 있는 것 같고 신동일 감독이 말씀 하셨듯 픽션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거리, 시간이 필요한데 거기에 있는 실체를 정확히 드러내는 부분에는 거리가 충분하진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형식이 왜곡된 정보를 조작하려는 사람이 실체에 접근하려는 형식이 유효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었다.

신동일: 나는 이 영화가 상영이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기쁘면서도 25년 전에 봤을 때 일어자막을 번역한 것이었지만 노동가요 가사가 계속 나오길 바랐다. 다행히 나왔는데 가사의 내용이 작품의 주제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감동적인 가사들이 많이 나왔지만 그것이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었나싶다. 흥미로운 것이 이 노래를 주인공의 부인인 크리스티나 얀다르, 심판이란 영화로 칸느 여우주연상도 받은 배우인데 직접 노래를 부른다. 출연한 배우들도 당시 인민들의 삶을 위해 싸우던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김성욱: 아무래도 이런 영화는 회고적으로만 볼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상영도 있었던 거고. 예전에도 얼핏 광고했지만 재정적 지원을 조금 더 받는다면 대선 전에 정말 틀고 싶은 영화들이 있다. 한 번도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았던 영화들 포함해서 정치사회 문제 다룬 영화들을 상영하고 싶다. 현실과 영화를 어떻게 엮어서 이야기할 것인가 그런 자리가 마련되면 신동일 감독님을 또 자리에 모셔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 인사와 개인적인 근황을 듣고 이 자리를 마치겠다.

신동일: 열심히 준비하는 작품이 있다. 마르크스에게 앵겔스란 굳건한 친구 있었던 것처럼 돈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웃음) <철의 사나이>를 이 시기에 상영한 깊은 뜻을 좀 느꼈고 말씀 하신 것처럼 10월 경 그런 영화들의 상영회가 꼭 개최되길 바란다. 나도 그동안 열심히 만들어서 언젠가 개봉도 했으면 좋겠다.

 

정리: 이정아(관객에디터) | 사진: 최미연(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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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만나다]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

지난 5월 21일 ‘작가를 만나다’ 프로그램으로 <무산일기>이 상영된 후, 영화를 만든 박정범 감독과 강은진, 진용욱 배우, 그리고 신동일 감독이 함께 하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새롭게 개편된 '작가를 만나다' 행사의 일환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만큼이나 묵직하면서도 뜨겁게 진행된 이야기들을 여기에 전한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오늘 '작가를 만나다'는 최대 규모의 패널이 참여하는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그만큼 <무산일기>가 올해 큰 화제가 됐던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가 인간 간의 관계들을 굉장히 날카롭게 다루고 있어서 먹먹한 느낌이 들고 보기에 힘겨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먼저 박정범 감독으로부터 영화를 만든 계기를 듣고 싶다.
박정범(영화감독): 전승철이라는 친구는 대학교 후배다. 2006년에서 2008년까지 위암투병을 하다가 세상을 떴다. 이창동 감독의 <시> 조감독을 하다가 그 친구의 유언과 같은 글을 보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고, 감독님이 시나리오 쓰실 때 4개월 정도 휴가를 주셔서 그 때 이 영화를 촬영하게 됐고, <시> 개봉 후에 이 영화의 후반 작업을 했다.

김성욱:
강은진 씨의 경우 여러 목소리의 다채로운 면모를 들려줬다. 일상적인 소재는 아닌 거 같은데 영화에 참여하면서 어떠셨는지?
강은진(영화배우): 처음에 프로필을 보내서 시놉시스를 받아봤는데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꼭 하고 싶었다. 1, 2차에 걸쳐 오디션을 봤다. 나중에 후일담으로 감독님께 들은 이야기로는, 왠지 교회에 다닐 것 같고 평범하면서 이웃집 교회 누나 같은 면을 보셨다고 한다. (웃음) 개봉도 하고 관객 분들도 만나게 돼서 너무 감사하다. 모호한 인물이고 드러나지 않는 인물이었지만, 감독님이 던져주신 것들에 대해 많이 고민하며 찍었다.

김성욱: 진용욱 씨가 연기한 경철은 승철과의 관계 안에서 모든 갈등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으면서, 어떤 행동들을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진용욱(영화배우): 처음 오디션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데 '아 경철이가 왔구나' 하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영화라기보다는 연극을 하나 출연한 듯한 느낌이었다. 사투리 연습, 경철이 연습을 많이 했다. 좀 더 자본주의를 좋아하고 만끽하는 인물이다.

신동일(영화감독):
영화의 첫 장면부터 너무 마음에 와 닿았고, 마지막 끝날 때까지 동지를 만난 느낌에 반가웠다. 한국사회를 내밀하고 사실적으로 다루는 영화를 근래에 본 적이 없어서 너무 반가웠다. 보면 볼수록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여러 층위를 가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장면의 미장센을 정교하게 담으려는 노력이 있다. 나랑 비슷하면서 다르다고 느낀 점은, 내가 인간의 낙천적인 에너지, 유대의 힘에 주목한다면 박 감독님은 악한 면이나 집요한 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김성욱:
탈북자 이야기라는 설정 자체가 예외적이지만, 영화에서 어떤 정도의 보편성을 보여준 것 같다. 하층의 삶을 살아가는 여러 사람들의 보편성을 보여줬고, 어느 정도는 극적인 작법과 서사적인 특징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범: 어떤 목적의식보다는 무언가에 홀린 듯이 무조건 찍어야 된다는 생각이었다. 승철이가 봤을 때 부끄럽지 않게 찍자는 게 목표였다. 관객과의 대화를 하며 좀 더 객관적으로 보면서, 내가 이 영화를 찍을 때 상당히 분노에 차 있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스스로 이기적인 인간이라고 느꼈던 부분들, 승철이를 돌봐주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는 거다. 액션 장면도 정말로 맞았다. 좀 더 균형감 있는 상태였다면 조금은 다른 캐릭터들도 있었을 것이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탈북자 캐릭터도 들어오고. 지금처럼 여러 인물들을 너무 한 쪽으로 몰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상에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 부분은 반성하고 있다. (웃음)

신동일:
애정을 가지는 후배라서 작품에 대해 쓴 소리를 좀 하고 싶었는데 쓴 소리 할 부분을 찾기 힘든 영화다. 인상적인 것은 승철에게 핀잔을 주던 형사를 목사님이 이끌고 가는 장면이다. 감독이 한국 기독교에 대해서 가지는 시선이 매우 미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 컷에서 수경이가 "우리 교회친구 하자"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감동도 받고 인물을 잘 다뤘다는 생각을 했다. 수경이가 이중적이라기보다는 진심을 갖고 다가왔다는 느낌이 있었다. 또한 영화에 의외로 코미디 적 감각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씁쓸한 웃음을 동반한, 드라마적 흐름상 낙관적 기운이 흐르다가 다시 부정적으로 흐르는, 그런 흐름을 타는 유머들이 있더라. 노래방 도우미들과 신나게 성가를 합창하는 장면이라든지, 수경을 집에 바래다주려고 하는데 퇴짜를 받는 부분에서. 오늘 보면서 느낀 건, 성가대에서 승철을 환영하고 승철이 노래를 부르고 카메라가 다가서는 장면에서 영화가 끝났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열린 상상을 부여하는 힘 있는 숏의 종결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박정범: 도빌 영화제 심사위원 중 한 분이 개를 왜 죽였냐고 묻더라. 그래서 역시 프랑스는 애견국가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사실은 영화적 내러티브를 볼 때 성가대에서 끝나는 것이 가장 절묘한 타이밍이 아닌가 생각했다는 말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감독의 의도적 연출이자 관객에 대한 폭력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성가대에서 끝내려고 하기도 했다. 영화적이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찍은 장면이 바로 엔딩이다. 그 개를 바라보는 롱테이크를 찍음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반성문의 종결을 찍은 것이다.

김성욱: 어떤 점에서 저런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유일한 거처가 교회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박정범: 중학교 때까지 교회를 다녔다. 학교 다닐 때 도둑질도 하고 싸움도 하는 나쁜 학생이었는데, 주말에 기도를 하면 사람들이 잘했다고 칭찬하더라. '나는 이렇게 가면을 쓰는데 왜 사람들은 모르지?'라며 이상해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수경 같은 인물들이 이중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다. 종교가 가지는 변하지 않는 가치들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난 속에서 자신을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캐릭터의 통일성에 대한 첫 번째 원칙은 전적으로 악하거나 선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었다. 매 순간 선함과 악함이 충돌하는 것. 승철도 그렇게 생각된다.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와서 남한에서 인생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고 순수하게 소년으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자꾸 구석으로 몰림으로써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김성욱:
수경이라는 캐릭터가 종교성을 가장 많이 내포하는데, 이 인물이 갖고 있는 이중적인 면모들이 있다. 특히 노래방에서 승철에게 잠깐 나오라고 해서 이야기를 할 때가 그러하다.
강은진: 감독님이 수경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시진 않았지만, 이중적이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될까?' 라는 지점도 많았다. 사람이 이중적이라도 해도, 내가 이중적이라고 의식하고 살진 않지 않나. 교회에서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고 세상을 밝게 살아가고 싶은 믿음을 가진 여자다. 현실에서는 아버지가 아프시다는 이유로 도우미가 있는 노래방에서 일을 하는데, 수경이라는 여자가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갈등과 고뇌를 했을까 싶었다. 탈북자라는 상황을 모르는 수경의 입장에서는 승철이 너무 이상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교회에서 승철을 봤을 때는,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아는 사람이 스물 스물 다가와서 놀란 거다. 수경이 신성시하는 성가를 도우미들하고 노래를 하는 걸 이해하지 못한 거다. 그 순간에 수경은 자기 현실에 대한 연민이 커졌을 것이다. 나중에는 이 사람을 교회친구로 받아들임으로써 내 죄의식을 덜고 조금 가볍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거다. 현실을 사는 수경의 입장에서는 그게 진심이었고 솔직한 모습이었다.

김성욱: 연기를 하실 때 굉장히 몰입도가 높았을 것 같다. 영화를 연출하는 사람이 주연을 할 때, 복합적인 문제가 있다. 기타노 다케시 같은 경우는 자기의 인형을 세워놓고 카메라 내부와 외부를 왔다 갔다 했다고 한다. 영화에는 승철이 대부분 등장하지만, 등장하지 않는 몇 장면이 있다. 허슬러 잡지를 보며 티비를 보는 탈북자들의 장면 같은 경우. 전체적인 밸런스가 안 맞는, 빗겨나가서 찍은 듯한 느낌이 든다.
박정범: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개인적인 시점을 따라가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이 몇 번 깨지는 순간들이 있다. 극에서 정보 전달이 필요하거나, 그들의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서 남의 이야기를 빌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장면들이다. 연기를 직접 한 것 때문에 스텝이나 배우 분들에게 매우 죄송하다. 찍고 나서 다시 모니터링을 해야 해서 시간이 두 배로 소요됐다. 직접 연기하면서 장점이 있었다면, 내 외모가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주는 것 같더라. 저 사람도 배우를 하느냐며. 실제 탈북자인지 알았다는 사람도 있고 촬영 중에 졸거나 코를 고는 분도 있었다. 사천교 다리에서 싸우는 장면 찍을 때도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더라. 길거리 장면을 찍을 때 언제나 존재감이 없었다.


김성욱: 올해 굉장히 화제가 많이 됐던 중요한 작품이다. 마지막 말씀들을 듣고 싶다.
진용욱: 많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드린다. 좋은 작품 만든 것도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다른 작품으로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강은진: 연기자로서 아직 가야될 길이 많은 것 같다. 또 다른 자리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뵙게 된다면 참 감사할 것 같다. 많은 대중들이 사랑할 만한 영화는 아닐지 몰라도, 관객 분들이 다른 무언가를 느끼거나 같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신동일: 소중한 신인 작가가 출현했다고 생각한다. 정당한 평가도 받았고 앞으로도 받을 <무산일기>이지만, 나는 이 감독의 차기작이 진심으로 궁금하다. 앞으로 날카로운 시선과 묵직함은 유지하되, 좀 더 유머러스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지닌 작품을 만드시면 좋겠고 기대하고 응원하겠다.
박정범: 이렇게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외국도 나가고 할 줄 몰랐다. 이런 과정이 있는 것은 나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해서 같이하는 분들이게 보답이 되면 좋겠다.

정리: 박영석(관객 에디터) | 사진: 임유정(자원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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