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파탄과 사랑의 붕괴의 지점에서 삶을 회복하기. 존 카사베츠의 실질적 유작인 <사랑의 행로>(1984)는 이런 탐색의 곤경을 보여준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지나 롤랜즈는 택시 운전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발 참을성을 갖고 내 이야기를 들어 주었으면 해요. 왜냐하면 내가 정확하게 지금 어디로 갈 것인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카사베츠는 방향 잃은 인물들의 여정을 흐름으로 포착한다. 무엇보다 그것은 사랑의 흐름이다. 사랑은 존재의 모든 부분을 생기 넘치게 해주는 강렬한 에너지이다.

카사베츠는 인물들이 자기만의 철학을 갖길 원했다. 그 철학이란 어떻게 사랑할지를 아는 것, 어디에서 사랑을 해야 하는가를 아는 것이다. 분노와 적대감, 그리고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꼭 필요한 것이 사랑이다. 그의 영화에서 흐릿한 빛과 어둠, 화면을 불안정하게 파괴하는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들은 에너지와도 같은 사랑의 흔적이자 자취다. 카사베츠는 공간을 점유하는 대상과 인물보다는 그들을 감싸는 힘과 흐름, 그것의 분위기, 존재의 내적 움직임, 순간의 열정을 포착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인물들은 알코올로, 광기로, 사랑의 실패로 쓰러진다. 그들은 모두 영향력 아래에 있다.

카사베츠의 영화는 인물들의 삶이 해체되고 사랑이 붕괴하는 순간을 추적한다. 그들은 쓰러진다. 그러나 이러한 붕괴와 무너짐이 없이는 삶의, 사랑의 회복이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들뢰즈가 지적하듯이 아르토가 “나는 삶을 잃고, 모든 수단을 통해 나의 자리를 되찾으려 하는 사람”이라 말했던 것을 카사베츠는 시도하고 있다. 붕괴의 지점에서 존재가 갱신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사랑의 행로>에서 지나 롤랜즈와 존 카사베츠가 놀라운 방식으로 연기하는 인물들의 상황이다.

지나 롤랜즈는 ‘사랑도 예술인가’라 묻는다. 그녀는 이혼과 양육권의 좌절로 붕괴 직전에 두 개의 꿈을 꾼다. 첫 번째 꿈에서 그녀는 남편과 아이를 살해한다. 다른 하나는 보다 소망스런 것이다. 그녀는 어두운 무대 위에서 남편과 아이를 쳐다보고 오페라의 가수처럼 노래를 부른다. “당신은 내게 약속했지, 나밖에 없을 거라고. 사랑에 대해 난 확신이 없어. 확신이 없어. 난 확신이 없어. 내 자신에 대해,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는지 확신이 없어. 사랑에 대한 확신이 없어. 당신은 내게 약속 했어, 나밖에 없을 거라고.” 그녀는 꿈속에서 남편과 딸을 격렬하게 포옹한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난다. 그녀는 이 꿈으로 용기를 내어 폭풍우 치는 바깥 세계와 마주할 용기를 낸다. 카사베츠의 영화에서 인물들은 꿈의 진실을 획득하려 한다. 그들은 꿈에 사로잡혀 있고 거기서 깨어나지 못한다. 그들에게 꿈과 삶은 하나이자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카사베츠의 독창성은 그런 식으로 불안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환각여행을 완전힌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에 있다.

(by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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