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대의 몰락과 비참을 담아내는 편견 없는 시선 -폴 토마스 앤더슨의 <부기 나이트>

2012. 1. 27. 03:172012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이모션즈(Emotions)의 'Best of my love'가 경쾌하게 울려 퍼지며 영화의 제목 '부기 나이트'가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화면 가득 들어온다. 오프닝 크레딧의 일부이면서 영화 속 클럽이 위치한 동네의 실제 간판이다. 시작과 동시에 흘러나오던 음악은 인물들이 하나 둘 등장하며 인사를 나누고 대화를 나누는데도 볼륨이 줄지 않고 이어진다. 이 흥겨운 노래는 영화 <부기 나이트>의 시작을 알리는 테마곡이자 인물들이 만나는 클럽의 배경음악이다. 영화가 시작됨과 동시에 우리는 파티가 펼쳐지는 낯설고 시끄럽지만 어딘가 신나 보이는 신세계에 툭 던져진다. 그리고 이곳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부기 나이트>(1977)는 <리노의 도박사>(1996)로 데뷔한 폴 토마스 앤더슨의 두 번째 작품이자 시대의 요란을 유난 맞지 않은 시선으로 담아낸 영화다. 영화는 1970년대 말을 배경으로 한다. 클럽에서는 디스코가 유행하고 포르노 영화가 아직 극장에서 상영하던 시대다. 영화 속 인물들은 포르노 산업에 종사하며 호사를 누리지만 바야흐로 1980년대, 비디오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몰락이 시작된다. 인물들은 시기와 맞물려 어쩔 수 없이 변화를 도모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은 헤어지기도 하고 재회하기도 한다. 폴 토마스 앤더슨은 영화 안에서 번영과 쇠락, 만남과 이별 등 일과 관계가 변모하는 과정을 때로운 현란한 롱테이크로 때로는 짧은 쇼트의 연속으로 포착한다. 영화 내내 디스코 클럽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과 포르노 영화, 연이은 파티가 150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늘어질 틈 없이 메우고 있다. 




주인공 더크(마크 월버그)는 큰 물건 덕에 거물급 스타로 거듭나 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누리지만 이 호황은 길지 않다. 시간은 잘도 흘러 1980년대. 새해를 앞두고 모인 파티에서 더크는 처음으로 코카인에 손을 대고, 영화의 주요 스텝인 빌(윌리엄 H.메이시)은 아내를 죽이고 자살해 버리고, 포르노 영화제작자인 잭(버트 레이놀즈)은 비디오의 시대가 왔음을 깨닫는다. 전성기 후의 갑작스런 침체기는 서로간의 갈등과 더크의 긴 방황을 야기한다. 더크가 방황 끝에 돌아간 곳은 부모의 집이 아닌 잭의 집이다. 잭의 집에 모여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던 날처럼, 인물들은 그 장소에서 찾아온 위기를 떨쳐내려 한다. 그들은 일종의 대안적인 공동체처럼 보인다. 폴 토마스 앤더슨은 소란스런 음악과 정신없는 파티마저 세련되고 정제된 영상으로 이 순간을 담아낸다.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관계가 변하는 과정을 편견 없이, 끈기 있게 바라보는 그의 세계관이 잘 반영된 작품이다. (이정아 | 에디터)

1.19(목) 15:30
1.27(금) 16:30
2.12(일) 14:30 상영후 이해영 감독, 배우 신하균 시네토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