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14. 11:00ㆍ특별전/이스라엘 영화제 - 21세기 주목할 작가 특별전
21세기 이스라엘 영화, 두 번째 황금기를 맞다
이스라엘 영화는 건국 후 첫 10년간 개인을 넘어서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차원적 영화들이 대다수를 이루었다. 이 영화들은 성스러운 땅에서 모든 외세에 맞서 유태인들의 국가를 재건설하는 시오니스트의 에토스를 영광화하는 내용들이었다. 1967년부터 1977년까지 인기 있는 코미디들로 짧은 전성기를 누린 후, 20세기의 마지막 20년간 이스라엘 영화들이 정치적 이슈로 돌아가면서 관객들이 떨어져 나간다. 이스라엘 영화산업은 위험한 침체기에 들어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한 듯 보였다. 다행히도 이러한 기적은 몇 가지 요소의 축적으로 가능해졌다.
1999년, 이스라엘 영화법이 통과되면서 지역의 영화제작을 위한 펀딩이 보장됐고, 2000년에 이스라엘영화위원회가 발족하면서 15개 이상의 영화학교들이 등장했다. 이로써 재정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이스라엘 영화산업의 본질적인 변화를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 지난 10년간 이스라엘 영화는 국내외 모두에서 주목과 갈채를 되찾게 된다.
개인 위에 공동체를 둔 지 어언 50년이 지나면서 이스라엘인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더욱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국가적 분위기의 결과, 이스라엘의 영화인들은 자신들에게 친숙한 개인적이고 내적인 주제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보다 상대적인 주제들을 토론하는 데 복무하는 연단으로만 여겨졌을 뿐이던 영화언어는 이제 개인의 제도적 자유를 사유하게 되었고, 정치적인 이슈는 비정치적인 방식으로 다루어졌다. 판타지나 호러와 같은 다른 장르도 탐색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이스라엘 시오니스트의 에토스로 고려되지 않은 탓에 과거에는 종교가 영화의 소재로 거의 금기시됐던 반면, 21세기에 들어 유태교는 이러한 풍부하고 개방된 환경에서 인기 있는 영화 주제가 되었다. 여성들은 건국 초기 군대에서 싸우고 국가를 이끌어야 했던 남성들에 비해 덜 중요하게 여겨지며 국가를 주제로 한 영화들에서 부차적 역할에 머물렀던 반면, 이제 새로운 이스라엘 시네마에서는 점점 더 중요한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 몇 년간은 젊은 감독들과 함께 활기찬 독립영화들이 등장하면서 산업에서 첫 발자국을 만들어내고 있다.
서울에서 열리는 “이스라엘 영화제” 기간 동안 상영될 7편의 영화들은 모두 이스라엘 시네마가 지난 10년간 걸어온 흥미로운 길을 보여주는 훌륭한 예시가 될 것이다. 이 영화들은 칸, 베를린, 베니스 등을 포함해 전세계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개막작인 <아버지만의 영광 Footnote>은 예루살렘 대학에서 유대교 랍비의 주요 텍스트인 탈무드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지적이면서도 코믹한 비극의 여정이다. <젤리피쉬 Jellyfish>는 대도시인 텔아비브에서 길을 잃은 세 여성에 대한 현대 도시 우화라 할 수 있다. <밴드 비지트 –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 The Band Visit>은 작은 이스라엘 마을에 도착한 아랍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곳에서는 이스라엘인과 아랍인 간 갈등도 없으며 모두가 개인으로서 함께 어울려 지낸다. <매치메이커 Once I was>는 이스라엘에서 살고 있는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데, 감독의 부모의 기억을 기반으로 한다. <노아의 홍수 The Flood>는 새로운 이스라엘 영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재인 이스라엘 ‘가족’의 문제를 그려낸다. <레스터레이션 Restoration> 은 텔아비브의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부성애를 탐구하는 영화다. 마지막으로 <2 나이트 2 Night>는 밤 내내 주차장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커플에 대한 이야기로, 이스라엘 독립영화의 현재를 대표한다.
여러분 모두가 이 영화제를 통해 21세기 이스라엘 영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론 포겔 / 영화평론가, 강연자
번역 / 김숙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론 포겔
- 이스라엘 출신의 영화평론가로 대학과 시네마테크, TV 프로그램 등에서 정기적으로 영화에 대한 강의를 하고 글을 쓴다. 2011년부터 이스라엘에서 열리는 “한국영화페스티발”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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