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22. 14:03ㆍ특별전/엘리아 카잔 특별전
[영화읽기] 엘리아 카잔의 <대하를 삼키는 여인>
엘리아 카잔의 <대하를 삼키는 여인(Wild River)>(1960)은 미국의 이상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광활한 미대륙의 거친 자연을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제어해 나가는 정부(에서 파견된 인물)의 고난이 영화에 역동성을 부여하며, 그런 과정에서 개인들, 집단들 혹은 개인과 집단은 끊임없이 서로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결국 갈등은 해소되어 함께 더 나은 국가를 일구어 나가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 물론 모든 갈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의 내러티브를 이끌고 나가는 주요 인물들은 필연적으로 영화의 말미를 장식하는 아름다운 관계로 나아간다. 이런 전개에서 영화적인 장치로 본토 대륙과 섬,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고 있는 강이라는 공간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대하를 삼킨 여인>에서 자연적 풍경은 서로 간에 대립적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 자연적 풍경 전체는 인간과 서로 대치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미국 정부의 목표이자 이상은 인간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방대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자연을 통제하고 제어하고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류의 발전이며, 그것을 위해서 척(과 미국 정부)은 발전을 위한 대상으로 자연에게 접근한다. 바로 이렇게 인간이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으로서의 자연은 서서히 도시의 풍경에 잠식되어가며 점점 척의 발치에 놓이는 듯하다. 가령 대륙의 공간, 그 도시적 풍경을 담은 프레임 속에 지속적으로 내걸리는 성조기나 노파를 이끌어내는 성조기가 걸린 배는 미국의 거대한 이상이 자연을 하나씩 지배해 가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래서인지 성조기가 새겨진 비행기가 대륙과 강, 그리고 댐을 아래에 둔 채 날고 있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척과 캐롤에게는 해피엔딩이기는 하나 섬뜩하게 다가온다. (최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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