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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Interview

[인터뷰] “관객이 많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김보년을 만나다

인터뷰

“관객이 많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김보년을 만나다

 

영화가 시작할 때까지 극장 로비에 잠깐 앉아있노라면 서울아트시네마의 스태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곤 한다. 극장을 자주 찾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그들과 그들의 업무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봤을 것이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것일까? 여기서 상영하는 영화들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이 질문을 풀기 위해 프로그램 코디네이터 김보년 씨와의 인터뷰를 가졌다.

 

 

 

 

하는 일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를 부탁한다.

프로그램 팀에서 일하고 있다. 프로그램 소개 리플렛에 상영작들의 줄거리를 쓰고, 한국에서 수급 가능한 작품들의 경우에 국내 배급사들에게 연락을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일과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이 있나?

실수한 일밖에 기억이 안 나서 사람들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웃음). 그래도 말하자면, 사실 영화를 전부 다 보고 줄거리를 쓸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다 보고 쓰는 게 정답이겠지만, 그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상영본이 없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스포일러를 하기도 한다.

 

영화제를 준비하려면 영화를 얼마나 봐야 하는 건가?

프로그램에 있는 영화들을 다 봐야 하는데 영화제 시작 전에 그걸 전부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DVD 출시가 안 된 영화들의 경우는 스크리너가 도착하지 않으면 기존 정보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영화 관련 일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

영화가 재밌고 좋아서 대학교 때 영화 공부를 했다. 졸업 후에 전공을 살리다 보니까 영화 쪽 일을 하게 됐다. 2007년에 영화이론 전공으로 대학에 들어갔고 그때 지방에 살다가 서울에 처음 올라왔다. 입학한 뒤 3월에 서울아트시네마를 처음 찾았는데 당시 프로그램이 “미국 무성영화의 위대한 배우들” 특별전이었다. 릴리언 기쉬, 버스터 키튼 등이 출연했던 초기영화들이 상영됐던 게 기억난다.

 

관객의 입장에서 극장을 찾았을 때와 직원으로서 일을 할 때 느낌이 각각 다를 것 같다.

관객일 땐 그냥 좋아하는 영화를 봤다. 그리고 극장에 관객이 적으면 영화 보기 편안하니까 좋았다. 그런데 지금은 반대다(웃음). 관객이 적으면 안 좋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일을 하니까 좋은 점도 있을 테지만, 반대로 싫은 점이 생기진 않았나.

일을 해서 좋은 점은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는 거다. 싫은 건 볼 시간이 없는 거. 오히려 극장에 앉아서 영화를 보는 건 관객 때보다 줄었다. 그리고 일과 일이 아닌 영화감상, 그러니까 노동과 비노동의 구분이 잘 안 된다. 집에 가서도 영화를 봐야 하고, 글을 써야 하고. 그런데 이건 누구나 다 비슷한 것 같다.

 

프로그램 주제와 구체적인 영화들의 리스트는 어떻게 결정되는 건가?

커다란 틀은 김성욱 선생님이 짜신다. 하고 싶은 거 있냐고 자꾸 물어보신다. 그래서 반영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

 

상영작을 선택할 수 있는 완전한 자유가 주어진다고 했을 때 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완전한 자유는 없는 것 같다. 예산 문제나 프린트 수급 문제 때문에 틀고 싶은 영화를 모두 틀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10편을 틀면 그만큼 못 튼 영화가 10편이 있다고 보면 된다. 운 좋으면 바로 틀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친구들 영화제’가 특히 그렇다. 친구들이 다섯 편씩 추천해도 한 편이 될까 말까 하는 경우가 있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마음대로 잘 안 된다. 그렇다고 지금 트는 영화들이 싫은데 억지로 트는 영화라는 건 아니다. 그래도 항상 갖고 있는 마인드는 이제까지 한국에서 상영된 적이 없었던 영화들을 많이 틀고 싶다는 거.

 

일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질문이 끝나자마자 바로) 관객이 많을 때. 아, 그리고 좋은 영화 틀면 그 자체로도 좋다.

 

이번 친구들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생긴 인상 깊은 일이 있나? .

그런 걸 얘기하면 신비감이 사라지는 것 같다(웃음). 상영하지 못해 아쉬운 영화를 얘기하면 그 영화가 지금 영화보다 더 좋은 것처럼 들린다. 지금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화가 상대적으로 안 좋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아까 국내배급사에 연락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고 했는데, 예전에 수입된 영화들은 반드시 국내 배급사를 통해야 한다는 말인가?

배급권이 국내에 있으면 그렇고, 기간이 지나면 외국으로 다시 돌아가기도 하니까 다 알아봐야 한다. 그래서 배급사에 전화하면 회사가 망했다거나 곤란한 경우가 많다. 우리한테 프린트가 있다고 마음대로 틀었다가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끝까지 찾아내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일과 관련해서 품고 있는 포부가 있다면?

이제 일한지 1년이 지났다. 일단 1년 더 하는 거? (웃음)

 

인터뷰: 송은경 / 관객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