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박찬욱·봉준호·김지운·류승완 감독 대담

올해로 5주년을 맞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맞이해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류승완 감독이 모였다. ‘늘 보는 얼굴들’이라며 서로 식상해하지만 이들만큼 그간 시네마테크에 애정을 쏟아온 감독들도 드물다. 이들은 자신의 추천작 얘기를 시작으로 시네마테크의 ‘지속 가능한 상영’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현재 박찬욱 감독이 대표로 있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은 서울아트시네마의 창립 10주년을 앞두고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건립하고 안정적인 공간 확보, 서울시의 예산 확보, 영화문화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비전을 꿈꾸며 뜻을 같이 하는 모든 영화인들과 함께 ‘서울에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건립하기 위한 추진위원회(시네마테크 건립 추진위)’ 발족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15일(금)에는 이들 외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명세·최동훈·정윤철·윤제균 감독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들과 안성기, 강수연 등의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추진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올해로 5회를 맞는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이 친구들과 이들의 추천영화를 내년에도 만나고픈 마음, 간절하다.

 

# 전설의 친구들이 하나둘 사라지네

 

박찬욱: 에릭 로메르 감독이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오늘 들었는데 정말 충격이다. 정말 우리 시대의 대가들이 하나둘 빠른 속도로 떠나고 있다.

류승완: 얼마 전 영화비평가 로빈 우드도 세상을 떴고, 유독 지난해에 안타까운 죽음이 많았다.

봉준호: 며칠 전 우연히 에릭 로메르의 <겨울 이야기>(1991)를 다시 봤는데, 그 다음날 부고 기사가 나서 깜짝 놀랐다. 건방진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향년 89살이라고 하니 그래도 호상 아닐까. 같은 영화감독으로서는 그처럼 오래 쉼없이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게 무척 부러운 일이다. 올해 우리가 선정한 영화의 감독들 중에서도 곧 떠나갈 분이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참 안타깝다.

김지운: 예전에 만났던 스즈키 세이준 감독도 영화감독의 제1 덕목은 건강이라고 했는데, 그분도 잘 계신지 궁금하다. 베리만, 안토니오니, 이마무라 쇼헤이 다 안타까운 죽음이었는데 정말 이제 몇분 남지 않았다. 진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있다.

봉준호: 마뇰 드 올리베이라 감독은 100살이 넘어 신선처럼 사시는 분이고 오시마 나기사 감독님도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다고 들었다. 그런데 신도 가네토 감독은 거의 100살 되셨는데 정정하시다고 하더라.

박찬욱: 겨울이라 나이 드신 감독님들은 특히 조심하셔야 한다. 빙판길 조심하고 목도리나 모자 꼭 하고. (웃음)

류승완: 감독님도 조심하세요. 괜히 돌아다니지 마시고요. 여름 멋쟁이는 쪄서 죽고 겨울 멋쟁이는 얼어 죽는다는 말이 있어요. (일동 웃음)

박찬욱: 그런 사람들을 경상도에서는 ‘깔롱쟁이’라고 부르더라. 전에 부산에서 <박쥐> 찍을 때 동네에 ‘깔롱쟁이’라는 조그만 옷가게가 있더라고. 송강호도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라며 엄청 웃더라고. ‘깔롱지긴다’고 하던데 약간 껄렁대는 멋쟁이라나. (웃음) 아무튼 시네마테크의 위기에 대해 말하면서 그런 전설의 감독님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도 위기라면 위기다.

 

# 다른 엔딩과 삽입곡의 <열혈남아>다

 

류승완: 이번 나의 추천작은 <열혈남아>인데 홍콩판으로 상영된다. 마지막에 유덕화가 거의 실성한 모습으로 살아남아 장만옥이 사온 귤을 잘 못 까고 하는 그런 장면이 빠져서 엔딩이 다르다. 삽입곡도 차이가 있고. 예전에 대만판으로 상영됐던 걸 사람들이 많이 기억할 텐데.

박찬욱: 왕가위 감독이 좋아하는 버전은 대만판 아닐까? 왠지 그걸 더 좋아할 거 같다.

김지운: 홍콩영화를 <영웅본색> 이후와 <열혈남아> 이후로 나눌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영웅본색> 이후 수많은 아류작들을 보면서 질렸고 한동안 홍콩영화를 보지 않았다. 그러다 <열혈남아>부터 다시 홍콩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류승완: 옛날 영화잡지 <로드쇼>에서 ‘숏 바이 숏’으로 유덕화의 포장마차 습격신을 분석해놓은 것을 본 기억이 난다. 형광등으로 확 내려치기까지. 그런데 잡지에서 4개의 유덕화 얼굴 클로즈업으로 기승전결을 나눈다고 했는데 그 클로즈업이 4번보다 더 많이 나왔었다. (웃음) 그리고 영화 포스터 느낌이 너무 좋았다. 장학우가 만자량 밑에서 총을 들이대고 있고 약간 푸른빛이 도는 가운데 유덕화의 클로즈업이 있었다. 당시로서는 그런 색감의 포스터가 처음이었다. 왕가위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열혈남아>이기도 하고.

봉준호: <열혈남아>는 정말 화질 나쁜 비디오로 봤던 기억이 난다.

박찬욱: 나도.

류승완: <열혈남아>는 잠실 호수극장에서 <영웅투혼>(1987)과 동시상영으로 봤다. <영웅투혼>은 주윤발과 등광영이 나온 영화인데 마구간에서 싸우는 장면이 일품이다. 그 장면에 반해서 각 영화를 2번씩 앉은 자리에서 총 4회를 봤다. 그러고 보니 <영웅투혼>은 왕가위가 <열혈남아>로 데뷔하기 직전에 시나리오를 쓴 영화이기도 하다.

김지운: 호수극장에 계신 분이 왕가위 특별전으로 하신 건가? (일동 웃음)

박찬욱: 프로그래머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엄청난 프로그래밍인데? (웃음)

류승완: 등광영은 그 인연으로 나중에 왕가위의 <아비정전>을 제작했다가 망한 사람이다. 생각해보니 내가 학교 땡땡이치고 <아비정전> 개봉 첫날 중앙극장에서 본 장본인이기도 하다. 익히 알려진 대로 대량 환불 사태가 빚어졌던 전설의 영화다. 액션영화를 기대하고 온 아저씨들이 소란을 일으켰는데, 나중에 겨우 기차역에서 좀 싸우니까 “이 씨발놈들이 이제야 싸우네”, “이런 걸 영화라고 틀고 지랄이야” 하면서 정말 난리가 났다. 그 역사의 현장에 내가 있었다. (웃음)
 

김지운
류승완

박찬욱: 그런 영화 중에 <비정성시>도 있었다. 화양극장인가에서 봤는데 그때도 항의사태가 유명했다. 칼로 의자를 찢는 사람도 봤다. (웃음) 제목에서 홍콩 누아르 분위기도 나고 포스터도 마치 삼합회 장례식 같아 보이니까 그런 쪽으로 많이 기대를 했었지.

 

 

# 언젠가 한국영화들로만 추천작을 꼽아보자

류승완: 사실 이번에 시드니 루멧의 <12인의 성난 사람들>(1957)이나 장현수 감독의 <게임의 법칙>(1994)을 하고 싶었다. 아직 90년대라 하면 굉장히 현대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거의 20여년 전이다. 그래서 <게임의 법칙>을 프린트로 본 지금의 20대 관객이 없을 테니 박중훈, 이경영 같은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김지운: 듣고 보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 언젠가 한국영화들로만 추천작을 꼽아서 해도 좋을 것 같다.

봉준호: 박광수의 <그들도 우리처럼>, 장선우의 <우묵배미의 사랑>, 그리고 <파업전야> 전부 1990년 영화라 어느덧 20년 전 영화다. 그렇게 모아봐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들도 우리처럼>을 다시 보고 싶은데 형사로 나온 배우 유퉁의 짧고 굵은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눈 감아! 눈 감아!” 하는 연기는 정말 한국영화 최고의 취조신이었다.

류승완: <그들도 우리처럼>을 보면 조감독이자 단역으로 나와서 박중훈 선배의 스트레이트에 턱이 돌아가는 김성수 감독님을 볼 수 있죠. (웃음)

박찬욱: 나는 <경마장 가는 길>이 가장 보고 싶어.

봉준호: 나도 어려서 잠실에서 살아서 호수극장을 잘 안다. (웃음) <샤키 머신>(1981)을 거기서 봤는데 버트 레이놀스는 물론이고 레이첼 워드가 죽여줬다. 그리고 잠실에 엄마손 극장도 유명했다. 엄마손 백화점 안에 있었는데 좀 꿀꿀한 분위기였다.

류승완: 어, 나도 거기 아는데. 지하 식당가의 음식 냄새가 그대로 들어오는 극장이었다. 그리고 김청기 감독님이 운영하던 그랑프리 극장도 그 근처였다. 거기서 영화를 보면 김청기 감독이 제작한 영화의 O.S.T 카세트테이프를 줬다. 그래서 <바이오맨>도 거기서 봤던 것 같고. 또 나중에 잠실에 롯데월드가 지어지고 롯데시네마를 이두용 감독님이 운영하면서 자신의 영화 <흑설>(1990)을 장기 상영하셨다. 당시의 정두홍이라 할 수 있는 김춘식 선배가 액션을 맡은 영화였다. 그 밖에 신림동 미림극장도 생각나는데, 시네마테크의 위기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런 동네 극장들이 사라진 풍경도 좀 짠하다.

 

 

# 동네 극장들이 사라진 풍경도 좀 짠해

봉준호: 이번에 내가 추천한 작품은 바로 그 <샤키 머신>의 버트 레이놀스가 출연한 <서바이벌 게임>(1972)이다. 전에 KBS 명화극장에서 할 때 봤는데 동성애 장면들이 있어서 엄청나게 잘려서 방영됐다. CIC 비디오로 가지고 있었는데 <변질헤드> 찍을 때 참고하라고 승완이한테 그걸 준 기억이 난다. <변질헤드>가 주인공이 약수터 갔다가 괴물 같은 애들을 만나는 영화니까 숲 장면 연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류승완: 보통 비디오로 카피를 뜨면 스티커에 대충 사인펜으로 제목을 적고 하는데 봉준호 선배는 정말 정성스레 라벨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웃음) 빈틈없이 딱딱 맞게.

봉준호: 그렇게 모아놓은 걸 다 갖다버렸으니 참 아깝다. 아무튼 난 1순위로 하고 싶었던 영화가 바로 <서바이벌 게임>이었고, 다행히 프린트가 수급돼서 바로 할 수 있게 됐다. 2순위는 이마무라 쇼헤이의 <붉은 살의>(1964)였다.

박찬욱: 1천만 감독은 영화를 골라도 한번에 1순위로 바로 다 되는구나. (웃음)

류승완: 되는 놈은 자빠져도 처녀 치마폭으로 쓰러진다더니. (일동 웃음) 요즘 조기 축구하는 형님들 쫓아다니면서 대사 취재하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공 몰고 가다가 공 뺏기면 “야, 장난치다 애 배는 거야” 그러고. (웃음)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진득한 대사들은 정말 따라갈 수가 없다.

김지운: 내 추천작 중에는 세르주 브르기뇽의 <시벨의 일요일>(1962), 아녜스 바르다의 <행복>(1965),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1979) 같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파졸리니의 <마태복음>(1964)이 됐다.

봉준호: 얼마 전 크라이테리언에서 나온 아녜스 바르다 박스 세트를 봤는데 <행복>도 그렇고 색감이 참 잘 나왔더라.

김지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마태복음>을 봤는데 파졸리니의 명성을 얘기로만 듣고 있다가 처음 접하게 된 작품이었다. 백수로 지내던 시절 1년 동안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을 가지고 무작정 파리로 간 건데 정말 별천지 같았다. 1년 내내 파졸리니 영화만 상영하는 극장도 있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파졸리니 그 자신만의 예수를 창조한 건데 유럽에 워낙 팬이 많을뿐더러 서양의 종교, 철학, 사상, 신학을 다 아우르는 그 솜씨를 보면서 당대 최고의 감독이 아닌가 했다. 정말 큰 충격을 준 작품이었다.

박찬욱: 나도 요즘 이탈리아영화에 애착이 많다. 그래서 처음 고른 영화가 국내에 <완전범죄>라는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됐던 영화인데, 엘리오 페트리 감독의 범죄영화 <Investigation of a Citizen Above Suspicion>(1970)다. 내가 좋아하는 지안 마리아 블론테가 주인공이고. 비디오는 상태도 안 좋고 번역도 엉망이어서 다시 스크린으로 보고 싶었는데 사정상 안됐다. 그래서 선정한 영화가 니콜라스 뢰그의 <쳐다보지 마라>(1973)다. 4, 5년 전에 런던에 있을 때 재개봉을 해서 본 기억이 있다. 그러다 나중에 중간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니콜라스 뢰그와 함께 식사를 한 적도 있고. 비록 이탈리아영화는 아니지만 이탈리아 베니스가 나오기도 하니까. (웃음)

김지운: 그러고 보니 지금껏 친구들 영화제 하면서 고른 <퍼제션>(1981)이나 <그랜드 뷔페>(1973), 그리고 평소 좋아한다고 말하는 <테넌트>(1976) 같은 작품들의 초현실적인 분위기나 여성 캐릭터들의 모습이 무척 유사한 것 같다.

박찬욱: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퍼제션>과 <쳐다보지 마라>는 내가 볼 수 있는 한계 내의 공포영화라 할 수 있다. 물론 도널드 서덜런드도 베니스에서 그런 촬영을 한 게 놀랍다. 보통 베니스는 관광객이 따뜻할 때 많이 가는데 겨울 베니스를 보여주는 것도 새로운 경험일 것 같았다.

김지운: 베니스 하니까 생각나는 일화가 있는데, 나는 비스콘티의 <베니스의 죽음>(1971)을 파리의 조그만 극장에서 봤는데 초반부에 뒤에서 누군가 문을 뻥 차더니 일군의 펑크족들이 들어왔다. 영화 보는 내내 장난치고 떠들고 계속 소란스러웠는데 나중에 조용해지더니, 끝나고 보니 다들 울고불고 코 풀고 난리가 났더라. 와, 여기는 펑크도 다르구나, 했다. (웃음)

 

 

# 공간의 안정적 확보는커녕 상황은 더 나빠졌다

박찬욱: 당장 급한 게 시네마테크 전용관 문제다. 지금 가장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는 게 부산 시네마테크인데 서울에는 아직 그런 시네마테크가 없다. 인구가 1천만명이 넘는데도.

류승완: 부산은 너무 좋다. 상암동 영상자료원쪽으로 함께 들어갈 수는 없는지. 고전의 복원과 나눔이라는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도 나고 참 좋을 텐데.

김지운: 부산 시네마테크는 내년이나 내후년 부산영상센터가 지어지면 전용상영관뿐만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필름 수장고까지 생긴다니 마냥 부럽기만 하다. 나로서는 이런 시네마테크가 사라진다는 게 무척 절망적이다. 남들처럼 충무로 도제제도를 착실히 밟았다거나, 영화 관련 학교를 수료한 사람이 아니어서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시네마테크에서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네마테크 그 자체로서 많은 시네필들에게 학교 같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면 그 의미가 남다르다.

박찬욱: 옳은 얘기다. 시네마테크에서 만난 한편의 영화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안정적인 공간에 갈증을 느끼는 거다. 먼저 전용관 건립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는 이명세 감독님이 해주시기로 하셨다.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일동 박수)

봉준호: 내 덕분일지도 모른다. 내가 직접 보광동 사무실로 찾아가서 <마더> DVD를 드리고 <개그맨> DVD에 사인을 받으면서 물밑작업을 했다. (일동 웃음)

박찬욱: 중구에서 엄청난 예산을 들여 영화박물관은 물론 영화제작사 등이 입주할 수 있는 ‘시네마 콤플렉스’라는 걸 건립한다고도 했는데, 거기 들어가는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봉준호: 서울충무로영화제와 좀 불편한 동거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방법이 될 것 같긴 하다. 하드웨어만 보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정도의 규모가 될 것 같은데, ‘오묘한 셋방살이’라도 뭐….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기존 공간 중에서는 씨네큐브가 제일 좋아 보인다. 모든 게 완비돼 있으니까. 백두대간이 나가면서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잘 얘기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예전에 시사회 많이 했던 시청 근처의 씨넥스도 생각난다. 시설은 그대로인데 지금은 큰 회의를 하는 공간 정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거기서 <공동경비구역 JSA> <쉬리> <북경반점> 같은 영화를 봤었다.

류승완: 자립 의지만큼이나 시나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니까 유인촌 장관,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 자리를 갖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를 서울에서 해보자고 제안하는 거다. 충분히 수용할 만한 여건이나 저변이 되니까. 방문단을 조직해서 함께 직접 보고 오는 것도 좋은 방법 같다. 아무래도 관심 없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직접 눈으로 보고 그 가치를 느껴보는 것도 중요하다. 모두가 새롭고 다이내믹한 서울을 외치면서 왜 그런 변변한 시네마테크조차 하나 없는지….

봉준호: 내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장 프랑수아 로제를 잘 아니까 그쪽을 뚫어보고, 박찬욱 감독님은 <도끼> 작업을 하시면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원장이기도 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하고 잘 아실 테니 그쪽을 공략하면 뭔가 가능하지 않을까. 거기서 이만희 회고전을 할지도 모른다는데 그럴 때 함께 가는 것도 좋고.

류승완: 그럼 전 여행사를 알아보는 걸로 하죠. (일동 웃음) 프랑스로 가는 저렴한 항공권이 있는지.

김지운: 일단 공모제 문제가 먼저라고 할 수 있는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사실 여러 사업자를 대상으로 공모를 한다는 게 얼핏 민주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문제고. 그렇게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사업자를 공모하기로 결정하면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도 이제 중앙시네마에서 공간을 뺐고 거의 마지막으로 남은 게 여기 서울아트시네마다.

류승완: 다음주쯤 공모 결과 발표가 나온다고 하는데, 다른 데서 갑자기 뭔가 급조해서 만들고 영화진흥위원회가 거길 지목하면 그렇게 돼버리는 건데 참 안타깝다. 이미 잡아놓은 프로그램들은 다 어떻게 되는지도 막막하고. 이렇게 폐업 단계로까지 가면 안되는데.

박찬욱: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맨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아트선재센터에서 쫓겨나면서였는데, 그로부터 5년이 지났는데도 공간의 안정적 확보는커녕 상황은 더 나빠졌다. 10년 채우기도 힘들다.

 

 

# 신작 준비는 잘되고 있는가

박찬욱: 이제 우리 각자의 계획을 얘기하면서 마무리하자. 그나저나 다들 <아바타>는 봤나? 나는 못 봤다.

봉준호: 아직 못 봤다.

김지운: 나도 못 봤다. 보고는 싶은데.

류승완: 나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하고 봤다. 아이맥스 티켓을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냥 아이맥스 효과라도 얻으려고 3D 상영관의 세 번째 줄에 앉아서 봤다. 와이프도 그렇고 너무 좋아하던데 나는 사실 좀 잤다. (웃음) 현재는 열심히 <부당거래>를 준비하고 있고 3월경 크랭크인이 목표다. 승범이랑 같이 하는데 제목이 너무 동글동글하다고 웃기다고 하더라.

봉준호: <설국열차>는 내년 3월 크랭크인이 목표다. 저기 제작자(박찬욱)도 계시는데(웃음), 지금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이다.

김지운: 현재 준비 중인 <아열대의 밤>은 제목을 <악마를 보았다>로 바꿨다. 그게 좀더 세 보이면서 좀더 상업적인 냄새도 나고. 최민식 선배의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걸 느끼고 있다.

박찬욱: <도끼>는 아직 완전히 계약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다. 양쪽에서 계속 검토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 우리 영화도 시네마테크도 올 한해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리: 주성철
(씨네21 기사에서 인용: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1001&article_id=59476)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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