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7. 21:39ㆍ특별전/한 겨울의 클래식
보안관을 죽이고 보안관인척 하고 있는 밤비노와 산적들과 결탁하는 소령의 모습들을 보면 영화는 선과 악이 확실하게 구별되지 않는다. 이러한 가치 전복성은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세계관을 창조한다. 그런 과정에서 이항대립의 구도는 아주 희미한 흔적만 남는다. 그 흔적은 권력층과 농민의 대립관계다. 소령일당과 몰몬교도들은 2000에이커의 땅을 두고 다툰다. 이 땅은 믿음과 연결되어 있다. 물질적인 가치의 싸움만이 아니라 서로의 정신적 가치에 대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소령일당이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몰몬교도들은 비폭력으로 평화를 이루고 이 땅 위에 마을을 세우는 믿음을 지녔다. 그리고 싸움의 승자는 전혀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몰몬교도들이다. 그들은 그곳에 남아 계속 개간을 하게 된다. 싸움에 패한 소령은 네브라스카로 가고 결혼하고 정착하겠다던 튜니티는 다시 방랑을 시작한다. 그렇게 멋진 신세계, 유토피아가 탄생한다. 서부와 같은 환상이 다른 모습으로 탄생한 것이다. 다시 말해 외부의 폭력과 간섭이 없는 세계다. 씨를 뿌리고 개간하여 자급자족하는 세상인 것이다. (정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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