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한다는 것은 질문하는 것이다. “만약 00을 한다면…?” “00이 되면 어떨까?” “왜 이렇게 하면 안 되지?”와 같이 세상에 부재하는 것들에 대한 질문은 새로운 차원의 세계를 창조한다. 하나의 작은 질문조차도 관성적인 세계를 두드려 깨워내기 때문이다. 그 세계는 질문을 품지 않고 살아온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질문들을 잃고 살아 왔던가? 사회를 억압하는 힘과 당연한 듯 요구된 부당한 ‘당연함’속에서 우리는 가능한 수많은 질문들을 습관처럼 삭제했다. ‘대학 진학’을 ‘대학 진학?’으로, ‘취업’을 ‘취업?’으로 바꿔보자. 정언명령처럼 주어진 단어에 물음표 하나만 붙여도 달아난 가능성들의 꼬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잃어버린 질문들, ‘현실감각’과 ‘경제력’이라는 명령어로 인해 소거된 상상의 질문들과 다시 접속할 때다. 이 유쾌하고 도발적인 질문들이 우리 곁에 당연하게 존재했지만 더 이상 당연하게 존재할 수 없는 위기의 시네마테크에 새로운 가능성을, 더욱 풍요로운 시네마테크의 미래를 열어줄 것이다.

나의 아름다운 상상 


보다 멋진 우리의 낙원이 될 ‘시네마테크’의 도래를 믿으며 마음껏 질문하자! 질문을 통해 ‘상상의 시네마테크’를 상상에서 현실로 끌고 내려오자!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의 시네마테크를 향한 애정과 상상과 질문이다.

● 만약 서울시가 시네마테크 전용관 설립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며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 서울에 핵심 사업으로써 건물을 건립해준다면?


세계디자인수도(WDC)는 디자인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문화를 풍요롭게 함으로써 시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국제산업디자인단체 총연합회(ICSID) 페터 첵 회장이 창안한 제도이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1년간 디자인수도의 지위를 부여받았고 디자인수도 만들기의 일환으로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하반기에는 시민 누구나 디자이너가 되는 창조적인 디자인도시 서울을 만들어가고자 시민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었고 시민들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속적인 장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이야말로 서울시가 내세우는 서울의 디자인 비전에 매우 적합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영화를 보존하고 다음 세대와 그것을 공유하는 작업을 지속해 온 시네마테크는 영화의 박물관이자 시민들을 위한 중요한 문화공간이며 영화적인 자양분을 공급하는 교육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영화를 매개로 시민들의 상상력이 살아있는 다양한 문화적인 행위와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한 곳이 시네마테크이며 따라서 시네마테크 전용관은 시민들의 상상력이 실현되는 공간으로써 세계디자인수도 서울의 청사진에 일조할 것이다. 또한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은 이미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보유한 파리, 런던, 도쿄, 뉴욕 등의 도시와 같이 예술과 시민의 삶이 연계되는 풍요로운 문화도시를 향한 초석이 될 것이다.


서울시의 지원이 확보된다면, 시네마테크 전용관에 대한 즐겁고 신나는 상상이 끝없이 떠오른다.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정답은 없다. 사람이 갖고 있는 특이한 능력 중 하나는 ‘공간장악능력’이다. 공간만 주어진다면 시네마테크를 찾는 관객들과 함께 매일 변화를 거듭하는 트랜스포머와 같이 멋진 변신공간이 되지 않을까?
 

- 시네마테크 안에 ‘시네카페’가 만들어진다면?


카페는 초기부터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와 정치에 대해 토론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담론을 펼치는 대화의 장이었다. 때로는 위대한 인물이 탄생하고 혁명의 씨앗이 움트는 역사적인 장소였다. 때문에 몇몇 군주들은 카페의 위력을 두려워한 나머지 카페의 번성을 막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하기도 했다. 시네카페 역시 이러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카페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은 서로를 독려하고 영화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낳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1895년 12월 28일 그랑카페에서 영화의 탄생을 목격했던 경이로운 순간을 시네카페에 기대한다면 조금 지나친 것일까? 그렇지만 시네마테크와 시네카페, 그리고 관객의 연대가 만드는 시너지효과는 “∞”라고 믿는다. 
 

- 영화 상영관이 1개가 아니라 ‘3’개라면?


상영관 3개 정도는 뉴욕의 필름포럼을 따라해 보자. 뉴욕 필름포럼은 세 개의 스크린을 운영한다. 한곳은 신작만을, 다른 한곳은 고전영화나 장르영화, 회고전 등을 개최하는 레퍼토리 전용관이다. 마지막 스크린은 관객의 반응이 좋아서 장기 상영하는 작품들에 할애된다. 3개 이상의 상영관이 가능하다면 항상 무료로 대관하는 상영관을 일단 추가하자. 습작이든 단편이든 영화를 만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영화를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상영관의 특징이다. 물론 사전예약은 필수다! 관객이 직접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작품을 상영하는 DIY(do it yourself)관도 재미있겠고, 음악, 미술, 퍼포먼스, 문학, 기술 등 영화와 어울릴법한 혹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영역을 함께 실험하는 실험상영관도 있으면 좋겠다. 영화란 모름지기 관음적인 속성을 갖는 매체이므로, 옆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을 촬영해서 실시간으로 상영하는 상영관은 너무 불온한가? 나는 영화를 볼 때 나와 관객들의 얼굴이 늘 궁금했다. 그리고 초기의 극장처럼 몇 천석 규모의 거대스크린 상영관도!


● 화폐를 마법의 이중주라고 했다. 돈이란 정말 마법과 같아서 쓰는 자의 쓰임새에 따라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마술이 되기도 하고, 고통과 절망을 부르는 흑마술이 되기도 한다. 시네마테크에 “억 소리 나는 지원금”이라는 마법의 화폐가 간다면?


‘억’ 소리 나는 3억이 생기면 우선 ‘좋은’ 영사기를 마련하자. 35mm 필름, 16mm 필름 모두 더 좋은 환경에서 영사할 수 있고, 속도를 조절해서 초기 영화를 원래 속도인 초당 16프레임으로 영사할 수 있는 영사기말이다. 감독들이 자신의 영화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관람조건과 환경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초기 영화를 원래의 속도로 볼 때야 비로소 그 시대의 리듬과 영화의 리듬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지 않을까? 3대의 특수영사기를 한꺼번에 가동해서 세 방향에서 영사함으로써 화면의 입체감을 살리는 동시에 6.1 채널 사운드 트랙으로 완전한 입체음향을 재현시킨 대형영화 혹은 대형스크린에 3대의 영사기로 동시에 영사해서 파노라마 같은 효과를 주는 시네라마(cinema와panorama의 합성어) 역시 꼭 보고 싶다. 4D 상영관과 IMAX 상영관에 관객이 넘치는 요즘, 너무 소박한 상상인가?

 

‘오~억’ 소리 나는 10억이 지원되면 필름포럼이나 외국의 시네마테크를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퐁피두센터처럼 연회비 5만원만 내면 25세 이하 젊은이들은 일 년 내내 무료로 영화를 관람할 수도 있다. 거의 ‘무료’인만큼 영화를 사랑하는 많은 청춘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것이고 동아리와 세미나 등 주체적인 모임이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리라. 정기적인 무료상영일도 더 연장할 수 있다. 온가족이 관람하면 입장료가 무료인 ‘가족 프리데이’, 영화 주인공과 같은 옷을 입으면 입장료를 받지 않는 ‘코스튬 프리데이’ 등 재기발랄한 무료영화 상영회를 꾸려보자!


‘컥~’ 소리 나는 60억이 주어진다면? 꽤나 놀라운 사실이지만 60억이라는 엄청난 돈이 서울시 모영화제의 한 회 예산이라고 한다. 시네마테크에 60억이 생기면 이는 현재의 서울아트시네마가 매일 영화를 상영하는 것으로 10년의 프로그램을 꾸릴 수도 있다. 일 년에 고작 일주일의 단발성으로 끝나는 사치성 영화 축제가 아니라 매일이 즐거운 영화의 향연이 가능한 것이다. 과거의 영화를 지금 여기에서 다시 본다는 것은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책을 읽는 것과 같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과거가 제일 정확한 예언자’라고 말했다. 시네마테크의 역사는 한국영화의 미래라는 것을 기억하자. 시네마테크를 찾아온 마법의 화폐는 반드시 세상을 아름답게 할 것이다.


눈을 감고 꾸는 꿈은 개꿈이 되기 십상이지만 눈을 크게 뜨고 꾸는 꿈은 염원하던 미래를 오늘로 불러들인다. 발터 벤야민은 영화관을 ‘집단적인 꿈의 집’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눈을 뜨고 꿈꾸는 자이며, 꿈을 현실로 만들 마법사이다. 모두 다함께 열심히 집단적인 꿈을 꾸자! 상상의 시네마테크를 향한 질문이 모두 실현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서울시가 주최한 공모전의 문구를 인용해서, 시네마테크를 향한 무한한 애정이 담긴 나의 기도문을 띄운다.(참고로 나는 서울에서 자취하는 소시민이다) 믿음과 꿈이 현실이 될 시네마테크를 기다리며 그 시네마테크의 문을 두드려 열 날을 믿는다.

 

시민 누구나 디자이너가 되는 창조적인 디자인도시 서울에 나는 살고 있나요?

오늘은, 디자인이 있어 행복한 서울인가요?

시민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나요? 정말요?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주세요.

포장지가 예쁜 선물이 좋은 선물인가요? 포장은 낭비가 되기 쉽죠.

시네마테크에 경제적 지원을 해주세요.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영화라는 기억의 유산에 낭비란 없죠.

서울의 빛이 디자인의 빛이 되었나요? 시네마테크에도 빛을 주세요.

(박순천_관객회원)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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