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트 블랑슈: 한국영상자료원 컬렉션

1974년에 만들어진 이두용 감독의 <용호대련>은 만주를 배경으로 태권액션영화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이 영화의 전설적인 주인공으로 오디션을 통해 다리가 길고 화려한 발차기를 소유한 차리 셸(한용철)이 발탁되었다. 이두용 감독을 유명하게 만든 이 영화는 그러나 오리지널 네거티브가 테크니스코프(생필름을 절약하기 위해 필름의 한 프레임에 두 장면을 담는 방식)이어서 오랫동안 제대로 상영할 수가 없었던 작품이었다. 2009년 한국영상자료원은 이 영화를 복원해서 2010년 5월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이번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는 시네마테크의 또 다른 친구로 영상자료원을 초대했고, 이두용 감독의 <용호대련>을 포함해 영상자료원이 새롭게 복원한 네 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복원된 영화필름을 함께 보는 즐거움을!


올해로 6번째 열리는 ‘시네마테크 친구들 영화제’를 축하합니다. 서울 아트시네마의 파트너인 한국영상자료원이 ‘시네마테크 친구들 영화제’의 한 섹션으로 그동안 공들여 복원한 한국고전영화 4편을 상영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특별히 이번 영화제가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라는 컨셉이라니, 셀룰로이드 필름 한 조각, 한 조각을 정성스럽게 만지고, 35밀리 영사기에서 한 릴이 다음 릴로 넘어갈 때 내는 그 찰칵 소리에 흥분되어 영화를 보는 필름 아카이브의 한 사람으로 복원 필름을 함께 보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이라는 명칭이 낯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영상자료원은 영화필름들을 수집하여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보관고에 보존하는 일(영화필름은 높은 온도와 습도에서 쉽게 손상됩니다)과 더불어 이 영화필름들을 영사기에 걸 수 있는 프린트를 만들어 서울 아트시네마처럼 극장(시네마테크KOFA)에서 상영하는 일을 합니다. 또 수집된 자료들을 영화박물관에서 주제별로 전시하고 일반인들과 청소년들을 위해 영화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영상자료원이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작업은 우리 영화필름을 발굴하고 손상된 자료들을 복원하여 보존하는 일입니다. 이번에 상영되는 4편의 영화는 이런 수고스러운 작업의 결과물들입니다.


이두용 감독의 <용호대련>은 70년대 생필름을 절약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테크니스코프 방식으로 촬영되었기 때문에 복원되기 까지 몇 년의 시간이 투여되었습니다. 영화를 다운로드해서 보거나 DVD로 보는 데 익숙한 지금의 관객들에게 이런 작업이 별스러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영화는 스토리가 전부인 매체가 아닙니다. 영화는 그 스토리를 담고 있는 매체- 8, 16, 35밀리 필름 혹은 디지털 파일-, 영화를 상영하는 방식 -일반적인 35밀리 영사기로 상영되는 혹은 70mm 영사기로, 혹은 3D 영사로-, 그리고 캄캄한 극장에서 낯선 타인과 함께 보는 그 경험 자체가 중요한 대중매체입니다. 이전에 제가 잠시 있었던 필름 아카이브의 극장에 피터 그린어웨이 감독이 온 적이 있었답니다. 자신의 작품이 영사되는 방식에 대해 그린어웨이가 어찌나 까다롭게 굴었던지 이 극장 영사기사들이 한차례 수난을 겪었답니다. 창작자가 원했던 그 오리지널 방식에 가깝게 영화를 볼 때 영화보기의 즐거움은 더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4편의 복원영화들을 함께 보면서 1960년대로, 혹은 70년대, 80년대로 돌아가 이 영화필름을 온 몸으로 체험했으면 합니다. (오성지: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부)






군중 액션신의 대가...발차기의 쾌감



나팔바지를 화려하게 펄럭이며 미국에서 날아와 최고의 발차기를 선보인 한용철은 “발차기로 악당 귀싸대기를 파바박 때리는 장면”을 원했던 이두용 감독에게 발탁된, 당대 최고의 액션스타 중 한명이다. 당시 나이가 스무살에 불과해 나이들어 보이게 수염도 기르게 했고, 유난히 긴 다리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나팔바지를 입혔으며, 사실 정확하게는 태권도 빨간 띠였던 그를 태권도 7단이라 속여 마케팅을 했다. 이두용 태권액션영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용호대련>은 말끔하게 복원된 상태가 “급조해서 만든 작품”이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프로덕션디자인 등 상당한 수준의 퀄리티를 증명하고 있다. 웨스턴 무대를 연상시키는 만주시장 장면 등은 류승완 감독의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2008)까지 연상시킨다. 전체적으로 마카로니 웨스턴 분위기를 풍기는 가운데 주인공 한용철이 일본과 중국의 두 조직을 오가며 보여주는 모습은 <요짐보>(1961)와도 닮았다. 이두용 감독은 “제작자인 곽정환 사장과 해외시장에도 통할 만한 우리만의 태권도 액션영화를 만들자는 목표하에 첫 번째 작품 <용호대련>을 만들었는데, 처음이다 보니 3배 정도의 제작비를 더 들여 준비기간도 길었고 세트도 공들여 만들었다”고 밝히며 “이후 작품들은 지방 극장들의 요구 등 흥행성에 치우쳐 빨리빨리 영화를 만들다보니 완성도에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었지만, 시리즈를 더해가며 액션 스탭들의 호흡은 더 잘 맞아서 오히려 더 뛰어난 액션장면이 나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주성철, 씨네21 에서) 


챠리 셸의 멋진 발차기를 추억하며

아내를 되찾으려는 챠리 셸의 분노의 왼발은 적의 양쪽 뺨따귀를 열 다섯 방씩 숨 돌릴 새 없이 가격하는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여기까지. 불행하게도 의문의 사나이 권용문에게 오히려 당해 붙잡히는 신세가 되고, 배수천과 그의 졸개들은 상하이 호랑이의 무시무시한 왼발을 아예 못쓰게 만들어버린다. 아하! 왼발을 못쓰게 된 상하이 호랑이가 외다리로 적들을 물리치겠는걸 하는데, 웬걸? 의문의 사나이 권용문은 역시나 독립군이었고 상하이 호랑이에게 조국 독립을 위해 싸우라는 감동에 찬 연설을 하여, 왼발을 못쓰게 된 상하이 호랑이는 내가 다쳤는지 누가 봤어? 하며 시치미 뚝 떼고 조국 독립의 투지 때문인지 두 다리로 멀쩡하게 배수천을 무찌른다. 뭐야? 뭐가 돌아온 외다리란 거야? 두 다리로 잘 싸우는구먼 하는 불만은 잠시 접어두자. ...(중략)  내가 꿈꾸는 DVD 박스 세트가 있다. 그것은 바로 챠리 셸 주연 이두용 감독의 태권 영화 여섯 편이 모두 복원되어 들어있는 초호화 박스 세트다. 챠리 셸의 멋진 발차기가 담긴 아름다 운 흑백의 스틸 사진들과 챠리 셸과 한국 액션 영화에 단골로 출연하던 우락부락한 토종 얼굴의 아저씨들, 이두용 감독의 인터뷰가 담긴 그런 박스 세트는 언제나 만들어질까? 언젠가는 꼭 만들어질 것이다. (오승욱 영화감독, 챠리 셸의 멋진 발차기를 추억하며, 웹진 영화천국에서



Cine-Talk
1월 20일(목) 7시. <용호대련> 상영 후 이두용 감독과의 시네토크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