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작인 <자마>는 청나라 때 양강총독 마신이(馬新貽)가 암살당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한 남자가 법정에 끌려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의 발목에 채워진 수갑과 법정의 사뭇 무거운 분위기로 그가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두려워하거나 당황한 기색 없이 당당하다. 그는 종이와 붓을 요구하고 사건의 진실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9년 전 산 중턱에서 길을 지나가는 상인들을 상대로 도적질을 해서 살아가는 두 남자가 있었다. 의형인 황종(진관태)과 의동생 장문상(강대위)이다. 이들은 어느 날 신기에 가까운 무술 실력을 보이는 마신이(적룡)를 만나고 셋은 다시 의형제를 맺어 산채에서 무리를 지어 함께 살게 된다. 둘째와 셋째와는 달리 마신이는 입신양명의 야망이 있었다. 그는 홀로 산에서 내려와 과거에 급제하고 몇 년이 지나 마침내 큰 자리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산채의 형제들을 불러 함께 대업을 도모하려 한다. 그러나 마신이는 둘째 황종의 부인인 미란과 품은 연정이 점점 커지는 것을 걷잡을 수 없게 된다.


1870년 8월 22일 남경에서 양강총독 마신이가 의형제였던 장문상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청조 때 가장 논쟁적인 사건 중 하나였다. 역사적 연구에 의하면 장문상과 마신이 사이의 개인적인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장문상이 사형을 당한 이후에도 치정과 배신 등 여러 가지 소문과 추측들이 사람들 사이에 난무했다. 이러한 자극적인 소재들이 가미되어 마신이 사건, 자마안(刺馬案)은 후대 사람들에게까지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장철 감독은 1973년에 <자마>를 통해 이 사건을 재구성했고, 2007년에는 진가신 감독이 <명장>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했다.



<자마>는 장철 감독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가장 덜 폭력적인 영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70년대 후반 베놈스 필름(venoms film)으로 불리며 팔다리가 잘리고 피가 흐르는 장면을 극명하게 보여주던 것들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자마>에서 칼싸움과 날아다니는 창은 존재하지만 최소한의 피만을 허용하겠다는 듯 창과 칼에 묻은 피로 적의 죽음과 승리를 암시한다. 오히려 <자마>의 초점은 화려한 무술 장면이 아니라 주인공들 간의 섬세한 감정 연기에 향해 있다. 금지된 감정을 품은 마신이와 미란 사이의 팽팽한 긴장, 장문상이 그들에게 갖는 의심은 나날이 커진다. 일반적인 삼각관계의 구도와 다르게 미란의 남편인 둘째 황종은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그 대신 장문상과 마신이, 미란이라는 삼각 구도의 긴장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영화의 마지막, 홀로 남은 미란은 장문상이 사형당하는 모습을 창문 너머로 지켜본다. 실제로 장문상은 아주 참혹한 방법으로 처형당했다고 전해진다. 산 채로 살점을 잘라내 죽음에 이를 때까지 고통을 받게 하는 사형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가 죽은 뒤에 그의 신체 일부가 마신이의 제단에 바쳐졌다고도 한다. 영화 속에서 장문상을 죽이는 것은 마신이의 수하들이다. 그들은 축제의 한 장면처럼 웃고 떠들며 장문상을 처형한다. 형제들이 서로를 죽이고 또 죽임을 당하는 모든 파국을 지켜본 그녀만이 그의 죽음에 눈물을 흘린다. (손소담: 관객 에디터)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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