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속에 침투한 일상의 순간들

 

<신참 경찰>(2005)은 제목만 보고 예상할 수 있는 경찰물의 만듦새를 완전히 벗어난다. 경찰의 일상이 중심에 놓이는 까닭에 사건 위주의 동(同)장르가 지향하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액션의 리듬 대신 일상의 지리함이 그 자리를 차지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이 느슨해 보이는 앞서의 전개를 상쇄함으로써 영화가 주는 충격은 상당하다.

앙트완(자릴 레스페르)은 경찰학교 졸업 후 곧바로 파리 발령을 받는다. 사건에 투입된 날을 기다리며 지급받은 총을 애지중지하지만 별다른 사건이 터지지도 않을 뿐더러 신참인 그는 사건이 접수되어도 사무실을 지킬 뿐이다. 한편 상사 캐롤린(나탈리 베이)은 알코올 중독으로 2년간 휴직 끝에 업무에 복귀한다. 마침 센 강변에서 어느 노숙자가 질식된 채 발견되고 러시아 이주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자비에 보부아가 처음 구상한 <신참 경찰>은 지금의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살인범을 쫓는 경찰 이야기가 중심에 놓이는 범죄영화가 원래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경찰서에 출근하며 그들과 함께 일을 보고 술도 마시며 경찰의 일상을 관찰하던 감독에게 처음 구상했던 프로젝트는 현실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라는 점에서 수정이 불가피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범죄영화들은 대개 소설에서 영감을 얻고 기존의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취해 장르화 하는 과정에서 경찰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다.”

즉, '신참 경찰' 앙트완은 감독이 경찰의 일상을 실제로 겪으면서 자신의 심정을 반영해 창조한 캐릭터이고 그럼으로써 관객은 그의 관점에서 영화를 말 그대로 체험하게 된다. 크게 사이렌을 켜고 파리 시내를 활보하며 환호성을 지르는 앙트완처럼 영화에 기대감을 품게 되지만 시체 부검 과정을 보며 코를 막는 그의 모습에서 관객은 조금씩 영화 속 현실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신참 경찰>의 개봉 후 극 중 범죄자가 러시아인인 것을 두고 인종차별이 아니냐며 비판이 제기됐을 때 그에 대한 자비에 보부아의 답변은 간단했다. “그것이 바로 현실이다.”

실제로 자비에 보부아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영화를 만들 당시 파리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90% 이상이 외국인에 의한 것이었다. <신참 경찰>에 환상이 개입된 측면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캐롤린이다. 원래 남자로 설정되었던 캐롤린은 시나리오 완고 막바지에 극적으로 바뀐 여자 캐릭터다. 남자가 대부분인 경찰서의 분위기가 삭막한대다가 감독 또한 주관적인 시선을 최대한 억제하며 건조한 투로 바라다보니 부드러움이 필요했는데 그 역할이 바로 캐롤린인 것이다.

다만 여성의 부드러움으로 영화적인 연출은 개입시키되 캐릭터 자체는 현실 반영이라는 애초 목적은 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졌다. 그런 감독의 의도를 파악한 나탈리 베이는 몇 주 동안 여자 경찰들을 만나 생활했고 그녀의 경험은 시나리오에도 그대로 적용됐다(극 중 캐롤린과 앙트완의 대사는 촬영 직전 즉흥에서 이뤄진 것들이 상당수라고 한다). 결국 <신참 경찰>은 영화의 성격이나 캐릭터의 설정 등 모든 것들이 상반되는 개념의 충돌 속에서 형태를 갖는다. 그렇게 영화라는 판타지를 깨고 장르에 현실을 입힘으로써 사람들이 갖는 경찰영화에 대한 환상을 완전히 깨버리는 것이다.

 

글 / 허남웅(영화 칼럼니스트)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