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젊음의 음악과 꿈을 찬미하라 - 알란 파커의 <페임>

2013. 1. 18. 16:512013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Review

리뷰

젊음의 음악과 꿈을 찬미하라

- 알란 파커의 <페임>

 

뉴욕에 실존하는 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알란 파커 감독의 <페임>은 예비 예술가들의 꿈과 열정을 그리고 있다. 1980년에 개봉해 흥행을 거둬냈고, 삽입된 음악이 크게 유행했으며, 노래를 부른 아이린 카라가 단숨에 스타가 됐다. 이후 1982년부터 1987년까지 TV 시리즈로 제작되어 사랑받기도 했다. 거기다 할리우드의 끊임없는 자기복제의 유행을 따라 <페임>은 2009년에 영화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페임>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평범한 외모 때문에 연기에 자신이 없는 도리스(모린 티피), 겉으로는 당당한 체하지만 불우한 가정환경과 상처를 지닌 연기 전공자 랄프(베리 밀러), 클래식 음악을 지루해하는 음악 전공자 브루노(리 커레리), 무용으로 입학했지만 노래와 연기에 더 관심 있는 코코(아이린 카라). 뉴욕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맞게 흑인, 백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모여 있고, 또 개성이 강한 학생들이 모인만큼 학교 안에는 다양한 문제가 터져 나온다. <페임>은 그들이 함께, 또 따로 자신들의 인생을 개척해 나아가는 모습을 그린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문제들로 힘겨워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무게를 떨쳐낼 수 있는 찰나적인 순간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과 춤으로 모두가 하나 되는 순간이 바로 그것이다.

 

1930년대에 거의 모든 관습이 세워졌고 황금기를 구가했던 할리우드 뮤지컬은 한 동안 관객들에게 잊힌 장르중의 하나다. 1980년에 등장한 <페임>은 그러나 이전의 관습적인 뮤지컬 영화들과는 좀 달랐고 성공을 거뒀다. 관습적인 뮤지컬 영화들이 유토피아적인 공간으로 이동해 노래와 춤의 향연을 보여줬다면, <페임>은 이야기와 완벽하게 합치된 음악과 춤을 선보인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공상이 아니라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고, 또 춤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동안 식당에서 펼쳐지는 그들만의 공연이나, 그 유명한 아이린 카라의 ‘Fame'에 맞춰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뛰쳐나와 흥겹게 춤추는 장면은, 그 연결에 있어서 단절적인 느낌이나 끊어짐 없이 매끄럽다.

여기에 한판의 음악과 춤으로 마무리하는 뮤지컬 영화의 관습을 이어받아 <페임>졸업공연의 전시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페임>의 엔딩은 그 에너지도 대단하지만 이야기의 맥락에서도 딱 맞아떨어진다. 인물들은 저학년 때는 저학년 나름대로 친구들과 경쟁하며 예술적 창의력이나 외모에 대한 걱정으로 힘들어했고, 또 고학년이 되면 불투명한 장래에 대한 걱정으로 괴로워한다. 관객으로서는 졸업 후에 그들이 스타가 될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상처받고, 성장하고, 다시 좌절하더라도 음악과 꿈을 찬미하는 이들의 축제를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입학을 위한 오디션에서부터 시작해 졸업공연으로 마지막 막이 내린다. 관객도 마찬가지로 저마다 가장 뜨거웠던 순간을 상기하면서 극장을 빠져나올 것이다.

 

글_배동미(시네마테크 관객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