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페데리코 펠리니의 <다양한 불빛>


<다양한 불빛>(1950)은 로베르트 로셀리니를 비롯한 당대 이탈리아 주요 감독들의 영화에서 조감독 및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펠리니가 처음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젊은 시절 극단생활을 하며 떠돌던 펠리니의 경험이 영화의 기초가 되었다. 알베르토 라투아다와 공동으로 연출한 이 영화는 당시 영화의 저작권을 두고 분쟁이 있었다. 라투아다가 연출자로 먼저 거론되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 속 버라이어티 쇼와 무대의 뒷모습, 그리고 인물들을 희비극적으로 묘사하는 점들은 펠리니의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들이다.

30년 경력의 유랑극단 배우 케코는 유명배우가 되려는 야심을 품은 미모의 젊은 여인 릴리아나의 유혹에 빠져 자신을 헌신적으로 사랑하던 약혼녀 멜리나와 극단을 떠난다. 케코는 릴리아나와 자신이 함께 유명해질 것이라고 믿으면서 릴리아나를 큰 무대에 세우기 위해 극단주들을 만난다. 또한 거리의 예술가들을 모으고 멜리나에게 돈을 빌려서 극단을 만들고 새로운 쇼를 구상하게 된다. 하지만 쇼 연습은 진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친 릴리아나는 자신에게 접근해 온 능력 있는 극단주를 만나서 화려한 쇼무대에서 데뷔한다. 릴리아나가 떠나자 희망을 잃어버린 케코는 다시 예전의 극단으로 돌아오고 멜리나는 그를 다시 받아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성공한 릴리아나가 밀라노행 기차에 오르고 그 맞은편에서 케코가 허름한 삼등열차를 타는 장면이다. 기차에서 케코는 예전에 릴리아나가 자신을 유혹했던 것처럼 자기 앞에 앉은 미모의 젊은 여인에게 배우의 소질이 있다며 유혹하려 한다.


펠리니는 영화 속 인물의 꿈에 대한 동경과 실패, 그리고 여전히 반복되는 초라한 현실을 애잔하고도 희비극적인 느낌으로 담아냈다. 극단의 배우들은 가난하고 심지어 나이도 많으며 끊임없이 길을 걷고 여러 극장을 전전하면서 고달픈 생활을 한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만은 행복하고 화려한 삶을 산다. 그들의 쇼는 ‘다양한 불빛’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며, 버라이어티 극장은 어둠 속에서 대중을 환상적인 세계로 초대하는 공간이다. 춤과 노래, 마술 등 어딘가 어설픈 그들의 쇼, 무대 뒤 허름한 풍경들, 비가 새는 가운데도 코믹하게 등장하는 배우들의 모습 등 영화 곳곳에 인물들에 대한 펠리니의 애정이 묻어있다. 특히, <길>과 <카비리아의 밤>에서 무르익게 되는 펠리니의 동반자 줄리에타 마시나(멜리나 역)의 희비극적인 표정연기가 인상적이다. (김수현)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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