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울아트시네마 소식

[관객토론] "서울시의 시네마테크 지원을 촉구합니다"

[관객토론]


서울시의 시네마테크 지원을 촉구합니다

지난 5월 10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매년 열리는 개관기념 행사 대신 관객토론회가 열렸다. 최근 서울시의 지원을 촉구하는 시민청원과 시네마테크 전용관 마련과 관련한 내용들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관객과의 열띤 논의가 한시간 반 정도 진행됐고 이어 켄 로치의 <랜드 앤 프리덤>의 무료 상영이 이어졌다.


김성욱(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디렉터)│올해는 개관기념 행사를 마련하지 못했다. 매년 개관일에 맞춰 개관영화제를 했었는데, 올해는 우리가 처한 상황 자체를 알리는 게 더 좋겠다고 판단했다. 시네마테크의 지원에 대한 문제, 전용관 마련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셨을 텐데, 오늘은 이에 대해 관객에게 보고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아울러 지난달부터 시네마테크 관객운동이 시작됐는데, 이를 진행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먼저 손소영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지원과 전용관 마련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손소영(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사무국장)│올해가 시네마테크 12주년이다. 많은 분들이 시네마테크의 존재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영화를 상영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 어떤 구체적인 어려움이 있는지는 잘 모르더라. 지금 저희가 연 10억 정도 지출을 하는데, 30%는 영진위의 지원금이고 70%를 자체 부담한다. 하지만 우리가 비영리단체이고, 상영하는 영화들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원칙적으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다른 나라들은 정부나 시가 전폭적인 지원을 하거나 직접 운영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간단하게 말해 우리가 300편의 영화를 튼다고 했을 때, 한 편 트는 데 들어가는 돈이 대략 530만 원이다. 그런데 284석이 매진이 되어도 총 티켓 수익은 170만 원이다. 매진이 되어도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적자만 내고 있는 것인데(웃음), 2010년에는 영진위가 공모제를 진행하면서 지원금이 중단됐는데, 다행히 한 기업의 광고를 찍으면서 운영비를 메워왔다. 하지만 그 돈도 이제 거의 다 썼다.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시의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2년 12월에 시네마테크 지원을 포함한 조례 개정안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그 내용 중 하나가 고전예술영화관, 혹은 독립영화관 같은 극장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서울시가 마음만 먹으면 지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후로 서울시에 지원을 제안했지만 서울시는 ‘고민 중이다’는 말만 했었다. 하지만 1년 뒤 결과는, 우리가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왜 시네마테크는 지원에서 밀리는 걸까, 고민하며 그 후로도 계속 서울시를 찾아갔다. 그때마다 돈이 없다는 말을 3년째 들어왔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 홈페이지에 ‘온라인 청원’을 넣었다. 1,000명의 청원을 받으면 시장과의 만남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번 지방선거 때문에 그것도 어려워져 버렸다. 서울시는 공무원이 대략 2년마다 바뀐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담당 공무원을 설득시켜도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버렸다. 문화산업과를 포함한 서울시에서는 영화를 상영하는 문제에 대해 이해가 높지 않다. 그 기본적인 문제를 설득하면서 좀 지치기도 했다. 지원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또 다른 하나는 전용관 건립과 관련한 문제다. 지난해 시장님과의 청책토론회가 있어 전용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공감을 이끌어냈다. 그래서 ‘자문회의’가 만들어져서 전용관 건립 타당성 조사도 거쳤다. 결과는 ‘타당하다’로 나왔다. 거기에 따라서 TF팀이 꾸려져 계속 회의를 하고 있다. 부지는 어디에, 상영관은 몇 개로, 어떤 단체가 들어갈 것인가,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지금으로부터 3~4년 뒤의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웃음). 희망고문 같다.


김성욱│올해 예산은 이미 지난해에 책정된 것이라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다만, 지방선거 이후 추경예산을 통해서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전용관에 대한 논의는 시네마테크를 포함한 복합상영관에 대한 논의의 형태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이와 관련해서 1안으로 시네마테크 전용관과 독립영화관을 포함한 안, 2안으로 여러 상영 공간이 들어가는 복합관으로 좀 더 큰 규모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최근에는 2안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규모가 커지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따라오고 실현가능성의 문제도 제기된다. 사실 2004년부터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새로 마련하자는 제안을 했는데, 전 세계적으로도 시네마테크의 새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있었다. 파리의 시네마테크, 뉴욕의 아메리칸 링컨센터, 토론토, 등이 새 공간을 마련했다. 우리는 시네마테크의 새 공간을 제안한 것이지만, ‘서울시가 전용관을 건립한다’는 말에는 개념 차이의 혼란이 있다. 서울아트시네마의 이전 논의와 서울시가 새로운 극장을 만드는 것 간의 차이이다.


손소영│사실 회의를 하다보면 허무할 때가 있다. 어떤 성격으로 만들어지든 간에 새로 만들어질 공간에 정작 시네마테크가 들어갈 수 있는지가 확실하지 않다. 사실 처음에는 시네마테크 전용관을 짓는 문제에서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이게 ‘시네마테크 전용관’인지 ‘영화복합센터’인지 성격이 불명확해졌다. 어쨌든 2안, 즉 큰 규모의 ‘복합센터’ 쪽으로 이야기가 모이고 있다. 그래도 시네마테크가 강조하는 건 ‘이전’이다. 프로그래밍과 운영에 대한 독립을 보장받는 건 물론이다. 참고로 대만은 정부가 땅을 사고 기업이 건물을 리노베이션해서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대표로 있는 민간단체에 기증을 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경우를 모범 사례로 제시하면 다들 불가능하다고 말한다(웃음).

김성욱│관객 운동을 하는 친구들과도 이야기를 해보자. 처음에 “정말 할 거냐”라고  물었다(웃음). 쉽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니. 플리마켓도 그렇고 잘 안될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오늘 보니 관객들이 많이 오셨다. 색다른 방식의 관객운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어떻게 이를 결심했는지 궁금하다.


최혁규(관객)│최근에도 정말 할 거냐고 물어보셨다(웃음). 오프라인 관객운동은 오늘이 처음이다. 일단 2010년 이야기부터 시작하고 싶다. 2010년에 영진위가 시네마테크를 ‘공모’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관객이 사겠다!’며 모금 운동을 했다. 관객이 극장에 상주하며 모금도 받고 서명도 받고, 영진위에 항의 방문도 했었다. 올해 시민청원을 하는 걸 보면서 우리도 뭔가를 하자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관객운동’ 식의 거창한 건 아니었다. 문제의식은 새 건물만 짓는다고 하고, 지금 서울아트시네마에 지원을 하지 않는 게 아이러니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서울시에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계속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비 관객’에게도 서울아트시네마를 알리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참고로 “우리 모두는 어느 영화의 관객이었다”란 슬로건은 너무 딱딱하게 관객운동을 하지 말자고 해서 만들었다. <건축학개론>의 카피를 빌려와 이걸 만들었다(웃음).

김경민(관객)│지금 하고 있는 건 트위터나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통한 홍보이다. 그리고 오늘부터는 플리마켓을 시작으로 해서 오프라인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생각이다. 다음 주 토요일(17일)에는 관객 모임이 있다. 다 같이 모여 앉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영화도 같이 찍어보려 하고 있다.


최혁규│지지영상도 받을 계획이다. 이런 것들을 단순히 모으고 끝나는 게 아니라 서울시에 전달하거나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한다. 블로그 보면 지지의 글도 많이 올라왔는데 그것도 작은 책자로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서울시에 보내는 지지 요청 메시지를 다음 주에 집중적으로 해볼 계획이다. 지원을 못 받으면 우리가 영화를 볼 기회도 줄어든다. 그런 맥락에서 대학로나 홍대, 이태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서울아트시네마의 홍보물을 배포하려 한다. 또한 서울시에는 전화도 막 해서 압박을 줄 생각이다(웃음). “시네마테크의 친구가 되어 달라” 같은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관객 1│저는 전용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서울시는 약속한 대로 시설을 개선하는 데 지원을 하면 좋겠다. 서울시가 ‘전용관’을 만들면 지금 서울아트시네마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다. 소위 멀티플렉스 같은 복합상영관 같은 모습으로 가면 다른 곳의 간섭을 받을 것 같다. 나는 이 장소가 영원히 가면 좋겠다.


손소영│외국도 영국의 BFI 같은 곳을 보면 관을 늘리고 IMAX관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각 관의 성격은 잘 유지해나가고 있다. 우리도 ‘서울아트시네마’로만 남아 있으면 좋겠지만 장담은 잘 못하겠다. 그리고 나도 지금 이 낙원상가라는 공간이 좋다. 그런데 여기에 오랫동안 있으려면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영사기도 안 좋고 디지털 상영 시스템도 안 좋다. 새로 시스템을 갖추려면 비용만 1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서울시에 계속 얘기하고 있는 중이다.


김성욱│나도 이 공간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건 아니다. 시네마테크가 좀 올드한 건물에 있으면 좋은 건 있다. 새로운 공간에 추억이 쌓이려면 몇십 년이 또 지나야 한다. 하지만, 관객이 이 곳에 와서 할 수 있는 게 영화 보는 거밖에 없다. 시네마테크 공간에서 관객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그런 걸 할 수 없다. 그 문제만 해결된다면 나도 이곳이 좋다고 생각한다. 복합관에 대한 우려는 우리도 공감한다. 그런데 우리의 요구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영화계의 전체적인 요구가 있으니 그걸 조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왜 이 공간을 만드느냐’에 대한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서울시는 시네마테크의 공적 성격에 대해 어떤 판단을 못 내리고 있다. 그 판단을 요구해야 한다. 오늘 자리를 했으니 관객들에게 1-2개 정도의 전용관과 5개관 정도의 큰 규모의 복합관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1,000만 정도의 서울인구가 있으니 큰 규모의 복합관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재정, 운영, 관리의 문제가 복잡해지고 ‘커뮤니티’로서의 성격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관객 2│그냥 내가 상상하는 걸 이야기하고 싶다. 공사만 2, 3년 넘게 걸릴 것이다. 그 과정에서 또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지금 열악한 상황의 시네마테크에 지원을 해야 한다고 본다. 이 공간의 ‘공적 성격’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위험부담을 안고 거창하게 시작해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 아닌가. 가장 기본적으로, 지금 이 공간에 지원을 할 것을 합의하자. 그것도 시장이 누가 되더라도 그 지원이 흔들리지 않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관객 3│시네마테크라는 곳이 시간성을 갖고 있는 곳이다. 예전의 영화를 불러오는 곳이다. 그래서 그 공간의 형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 신청사나 동대문공원의 공간에 우리가 다들 불만을 갖고 있지 않은가. 김중업 건축가가 지은 ‘서 산부인과’ 같은 건물이나 발전소를 고쳐 미술관으로 만드는 등의 그런 경우가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이라면 그렇게 큰돈이 들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옛 공간을 찾아보면 어떨까.


손소영│참고로 서울시가 새로운 건물의 부지 후보를 찾았었다. 정독도서관, 당인리발전소 등등. 그런데 그 ‘후보 건물’들이 다들 여러가지 이유로 적절하지 않아 지금 신축 건물을 짓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이다.

관객 4│영화는 작품 그 자체로서 상영되고, 보존되고, 복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문화가 콘텐츠 그 자체로서 생각되어야 하는데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상품’으로만 보는 것 같다. 복합관으로 가더라도 관별로 그 성격이 특화됐으면 좋겠다. 연극은 ‘오픈런’이란 것이 있다. 영화도 그와 마찬가지로 꾸준히 상영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건 극장에서 규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도 자유롭게 먹고 술도 먹고, 어린이들도 데리고 오고, 담배도 피우고(웃음), 그런 식의 운영도 필요할 것 같다. 그런 공간만 잘 만들어지면 교통 같은 건 좀 불편해도 괜찮을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이 건물을 그냥 인수하고 싶다!


김성욱│간단하게 최근의 상황에 대해 보고를 드렸다. 주변에 좋은 공간이 있으면 제안을 해주어도 좋겠다. 핵심적인 논의들은 이번 선거가 끝난 뒤 진행될 것 같다. 올해는 개관영화제가 열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 내년에는 좋은 영화들과 함께 개관영화제를 꼭 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에도 이런 기회를 만들어보겠다.


정리│김보년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팀

사진│장혜진 자원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