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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시네바캉스 서울

[리뷰] 엘렉트라의 소원 - 루키노 비스콘티의 <희미한 곰별자리> [리뷰] 엘렉트라의 소원- 루키노 비스콘티의 (1965)는 그리스 비극 같은 멜로드라마다. 사랑의 이름으로 친족살해와 근친상간의 범죄가 공모되고 의심받는다. 모든 게 사랑의 상처 때문이다. 병든 사랑의 무모한 맹목성에 관한 탁월한 작가인 루키노 비스콘티의 표현력이 여기서도 빛난다. 가족은 핏줄로 엮여 있고, 그 질긴 인연 때문에 고통받는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그리스 비극의 엘렉트라 같은 여성 산드라(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놓여 있다. 산드라는 스위스에서 영국인 남편과 사는 이탈리아 여성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유산으로 물려받은 저택의 뒤뜰 정원을 시 당국에 기부할 예정으로, 오랜만에 ‘이탈리아 여행’에 오른다. 유대인 의사인 아버지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었다. 영화는 산드라 부부가 제네바에서 .. 더보기
[리뷰]누벨바그의 잊혀진 영화 - 세르주 부르기뇽의 <시벨의 일요일> [리뷰]누벨바그의 잊혀진 영화 - 세르주 부르기뇽의 새로운 영화의 등장이란, 그것이 하나의 경향이나 집단을 형성할 때 기성의 것들을 낡은 것으로 대치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 안에서 다른 흐름을 가리기도 한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성공 또한 이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1950년대 말에 새롭게 등장한 누벨바그는 프랑스 영화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그만큼 ‘카이에 뒤 시네마’ 그룹을 제외한 동시대 프랑스 영화의 다른 경향을 간과하게 했다. 세르주 부르기뇽의 은 그런 명백한 사례 중의 하나다. 근 50년간 프랑스에서 잊혀진 이 영화는 2013년에 들어서 누벨바그 작품들의 50주년 기념 상영의 일환처럼 다시 소개되는 기회를 얻었다. 한국의 경우는 저간의 사정이 조금 다르긴 하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 더보기
[리뷰]도시의 빛으로 그린 불안한 심리 - 마이클 만의 <콜래트럴> [리뷰] 도시의 빛으로 그린 불안한 심리 - 마이클 만의 의 주인공들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위태로움을 숨긴 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불안감이 영화의 스타일과 맞물릴 때 의 중요한 특징인 날카로운 긴장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의 방점은 이야기보다는 인물 내면의 불안한 심리에 찍혀 있다. 이때 영화의 스타일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것은 밤의 도시를 가득 채운 차갑고 다양한 색이다. 즉 은 색의 영화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색감을 강조한 영화다.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 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더 인상적이다. 프리즘이 한 가지 빛에서 다양한 색깔을 분리해내듯 밤의 어둠 속에서 흰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이클 만은 필름 카메라와는 다른 광학적 특징을 가.. 더보기
[리뷰]곧 부서질 현실에 대한 예견 - 마이클 만의 <히트> [리뷰] 곧 부서질 현실에 대한 예견- 마이클 만의 는 마이클 만의 기념비적인 갱스터 영화로 남았다. 기념비적이란 말은 단지 마이클 만 영화의 작품군 가운데 각별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 갱스터 영화들 가운데에서도 그러하다는 의미다. 영화는 범죄자들의 장인적인 작업(그래서 에서처럼 작업의 프로세스가 중요하게 부각된다)과 그들의 가정 내 생활의 충돌을 그린다. 이는 알 파치노가 연기하는 경찰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범죄자 맥컬리(로버트 드니로)와 그를 쫓는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는 피의 온도를 같이한다. 영화는 이 둘이 마침내 마주하는 순간(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만남) 이전부터 서로의 열heat의 온도를 감지하게 한다. 가령 첫 번째 총격전 후에 현장에 도착한 알 파치노가 ‘전문가의 솜씨’라며 혀를.. 더보기
[리뷰]잭이 현실을 견디는 방법 - 브라이언 드 팔마의 <필사의 추적> [리뷰] 잭이 현실을 견디는 방법 - 브라이언 드 팔마의 의 악명 높은 마지막 장면은 브라이언 드 팔마의 남자 주인공이 죄의식으로 인해 어떻게 부서지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를 견디는지 잘 보여준다. 과거 경찰과 함께 일했던 잭은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같은 편을 죽음에 몰아넣은 적이 있다. 그는 이때의 죄의식을 극복하지 못했으며, 결국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샐리가 자신의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도 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때 잭이 죄의식을 방어하기 위해 택한 첫 번째 방법은 ‘삼류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 시시한 장르 영화를 “2년에 5편씩” 만드는 것은 단순한 현실 도피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잭의 경우에는 그 현실 도피를 통해 스스로에게 .. 더보기
[리뷰]아메리칸 고다르 - 브라이언 드 팔마의 <하이 맘!> [리뷰] 아메리칸 고다르 - 브라이언 드 팔마의 드 팔마를 히치콕의 적자로 이해하는 이들은 아마도 그의 60년대 초기작들을 보면 의아해 할 것이다. , , 그리고 와 같은 작품들은 히치콕보다는 거의 고다르의 이나 같은 작품들의 영향 아래 있는 일종의 언더그라운드 영화이기 때문이다. 60년대에 고다르의 세례를 조금이라도 받지 않은 작가란 없을 테지만, 할리우드에서 이런 과격한 시도를 대놓고 한 작가는 찾기 쉽지 않다. 60년대 후반, 고다르의 영화가 베트남, 반전, 미제국주의, 맑스, 계급투쟁, 마오주의 등의 용어들을 떠올리게 했다면, 이 모든 것은 마찬가지로 드 팔마의 영화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JFK의 암살과 베트남 전쟁을 거친 드 팔마는 아메리칸 고다르를 꿈꿨던 것이다. 은 이 모든 것의 예증이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