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시네바캉스 서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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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우리들의 첫사랑에 무엇이 남았나? -야스민 아흐마드의 <묵신>
[리뷰] 우리들의 첫사랑에 무엇이 남았나?-야스민 아흐마드의 말레이시아 영화계의 ‘대모’라 불린 야스민 아흐마드는 단 6편의 청춘송가와도 같은 보석 같은 작품을 남기고 2009년, 51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 그녀의 영화를 다시 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10년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우리 시대의 아시아 영화 특별전’에서 그녀의 유작인 (2009)을 상영했었다. 말레이시아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학예회를 무대로 벌어지는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인데, 아무도 없는 교실에 빛이 들어오고 하나씩 불이 꺼지면서 모든 것이 사라져가는 명멸하는 빛과 시간의 무상함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야스민 아흐마드의 영화는 주로 민족이나 종교의 차이를 넘은 연애를 드라마의 소재로 다뤘는데 도 그런 이야..
2014.07.22 -
[리뷰]문명의 몰락 앞에 선 인간의 모습 - 마르코 페레리의 <바이 바이 몽키>
[리뷰] 문명의 몰락 앞에 선 인간의 모습- 마르코 페레리의 의 마지막 장면. 여자는 남자를 총으로 쏘고 남자는 죽어가며 중얼거린다. 우리의 아이. 우리의 아이.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남자의 입을 빌어 말한 ‘아이’는 아마도 68혁명, 그 실패 이후에 살아가야 할 세대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베르톨루치는 모든 것이 틀려버린 유럽을 향해 폭탄을 투척하는 기분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에서 마르코 페레리 또한 비슷한 근심을 하고 있다. 어쩌면 더 과격하다. 그는 유럽 문명 자체를 근심하고 조롱한다. 유럽 문명은 애초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인간이 문명을 갖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인간이기 위해서 문명을 필요로 했지만, 인간보다 원숭이에 더 가까운 존재다. 라파예..
2014.07.22 -
[리뷰] 엘렉트라의 소원 - 루키노 비스콘티의 <희미한 곰별자리>
[리뷰] 엘렉트라의 소원- 루키노 비스콘티의 (1965)는 그리스 비극 같은 멜로드라마다. 사랑의 이름으로 친족살해와 근친상간의 범죄가 공모되고 의심받는다. 모든 게 사랑의 상처 때문이다. 병든 사랑의 무모한 맹목성에 관한 탁월한 작가인 루키노 비스콘티의 표현력이 여기서도 빛난다. 가족은 핏줄로 엮여 있고, 그 질긴 인연 때문에 고통받는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그리스 비극의 엘렉트라 같은 여성 산드라(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놓여 있다. 산드라는 스위스에서 영국인 남편과 사는 이탈리아 여성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유산으로 물려받은 저택의 뒤뜰 정원을 시 당국에 기부할 예정으로, 오랜만에 ‘이탈리아 여행’에 오른다. 유대인 의사인 아버지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었다. 영화는 산드라 부부가 제네바에서 ..
2014.07.22 -
[리뷰]누벨바그의 잊혀진 영화 - 세르주 부르기뇽의 <시벨의 일요일>
[리뷰]누벨바그의 잊혀진 영화 - 세르주 부르기뇽의 새로운 영화의 등장이란, 그것이 하나의 경향이나 집단을 형성할 때 기성의 것들을 낡은 것으로 대치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 안에서 다른 흐름을 가리기도 한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성공 또한 이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1950년대 말에 새롭게 등장한 누벨바그는 프랑스 영화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그만큼 ‘카이에 뒤 시네마’ 그룹을 제외한 동시대 프랑스 영화의 다른 경향을 간과하게 했다. 세르주 부르기뇽의 은 그런 명백한 사례 중의 하나다. 근 50년간 프랑스에서 잊혀진 이 영화는 2013년에 들어서 누벨바그 작품들의 50주년 기념 상영의 일환처럼 다시 소개되는 기회를 얻었다. 한국의 경우는 저간의 사정이 조금 다르긴 하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
2014.07.22 -
[리뷰]도시의 빛으로 그린 불안한 심리 - 마이클 만의 <콜래트럴>
[리뷰] 도시의 빛으로 그린 불안한 심리 - 마이클 만의 의 주인공들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위태로움을 숨긴 자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불안감이 영화의 스타일과 맞물릴 때 의 중요한 특징인 날카로운 긴장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의 방점은 이야기보다는 인물 내면의 불안한 심리에 찍혀 있다. 이때 영화의 스타일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것은 밤의 도시를 가득 채운 차갑고 다양한 색이다. 즉 은 색의 영화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색감을 강조한 영화다. 이야기의 시간적 배경이 밤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더 인상적이다. 프리즘이 한 가지 빛에서 다양한 색깔을 분리해내듯 밤의 어둠 속에서 흰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을 끌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이클 만은 필름 카메라와는 다른 광학적 특징을 가..
2014.07.22 -
[리뷰]곧 부서질 현실에 대한 예견 - 마이클 만의 <히트>
[리뷰] 곧 부서질 현실에 대한 예견- 마이클 만의 는 마이클 만의 기념비적인 갱스터 영화로 남았다. 기념비적이란 말은 단지 마이클 만 영화의 작품군 가운데 각별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 갱스터 영화들 가운데에서도 그러하다는 의미다. 영화는 범죄자들의 장인적인 작업(그래서 에서처럼 작업의 프로세스가 중요하게 부각된다)과 그들의 가정 내 생활의 충돌을 그린다. 이는 알 파치노가 연기하는 경찰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범죄자 맥컬리(로버트 드니로)와 그를 쫓는 빈센트 한나(알 파치노)는 피의 온도를 같이한다. 영화는 이 둘이 마침내 마주하는 순간(고속도로 휴게소에서의 만남) 이전부터 서로의 열heat의 온도를 감지하게 한다. 가령 첫 번째 총격전 후에 현장에 도착한 알 파치노가 ‘전문가의 솜씨’라며 혀를..
2014.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