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장철 특별전(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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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장철의 남자들 - 왕우에서 유덕화까지
장철의 남자들을 얘기하자면 왕우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 하얀 옷을 입은 채 피 칠갑을 하고서는 두려움과 자신감이 애매모호하게 뒤섞인 표정으로 칼춤을 벌이던 그의 비장미는 홍콩 무협영화의 전부였다. 완벽하게 짜인 합이라기보다는 어딘가 정제되지 않은 몸짓으로 정말 ‘춤’을 추는 것 같던 그의 율동은 언제나 예상이 불가능했다. 이후 나온 이소룡이 어떤 상황에서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든든함으로 믿음을 줬다면, 왕우는 그 살육의 현장에서 늘 질 것만 같아서 마음을 잔뜩 졸이게 만들었다. 그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 불안감이었다. 그리고 이기고 있건 지고 있건 늘 기진맥진해 보였다. 그런 그를 두고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있는 힘을 다하여 섹스를 해서 사정을 한 다음, 다시 그룹 섹스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
2012.03.05 -
[Review] 비장하고도 허무한 세계 - <심야의 결투>
에서 관객들의 눈을 휘어잡는 것은 은붕(왕우)의 현란한 칼부림이다. 그는 항상 혈혈단신으로 떼 지어 있는 악당 무리들과 맞선다. 다른 장철의 영화들이 그렇듯 피바다가 내내 흐르지만 은붕의 흰 옷에는 피 한 방울 튀지 않는다. 은붕이 카메라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면서 악당들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오솔길 장면에서는 그 무용 같은 액션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진 핸드헬드의 사용은 긴박감을 만들어 관객을 쥐락펴락 한다. 이는 물론 요즈음의 액션 영화만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컬트의 반열에 오른 홍콩판 B영화를 보는 감흥에 빠지기에는 충분하다. 은붕은 압도적인 무공을 앞세워 무표정한 얼굴로 살육을 저지른다. 하지만 그 속에는 금연자(정패패)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꿈틀거리고 있다. 산에서 요양을 취하고 있는 ..
2012.03.05 -
[Information] 장철 특별전: 피바람이 분다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는 3월 6일부터 21일까지 약 보름간 홍콩무협영화의 거장 장철 특별전을 개최한다. 장철 이전의 홍콩영화는 역사극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고 주인공이 여성인 경우가 많았다. 무협영화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은 역사극과 문예영화의 범주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었고 배우들은 ‘우아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철은 과감하게 상반신을 노출한 젊은 남아들을 영화의 전면에 내세웠고, 흐르는 피와 신체 훼손을 그리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배우들은 재빠르고 절도 있는 액션을 보여주었고 장철은 여기에 감정의 과잉을 보태었다. 이 자체만으로도 장르 영화의 팬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장철 영화 속 폭력의 의미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철은..
2012.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