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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시네바캉스 서울, 7월 28일~8월 2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

올해로 6회를 맞는 ‘시네바캉스 서울’이 7월28일부터 8월28일까지 한달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데자뷰’란 컨셉으로 기획된 이번 영화제는 ‘클리셰’란 단어를 존재하게 한, 영화사의 위대한 선배감독들의 30여 작품을 소개한다. 이 지면에서 소개하는 작품 이외에도 앨프리드 히치콕의 <현기증> <싸이코> <새>, 오슨 웰스의 <위대한 앰버슨가>와 자크 투르뇌르의 <캣 피플>, 브라이언 드 팔마의 <드레스드 투 킬>과 마이클 만의 <히트> 등이 상영된다. 자세한 상영시간표는 아트시네마 홈페이지(www.cinematheque.seoul.kr)를 참조하시길.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두 얼굴
<마이클 치미노 특별전>
마이클 치미노의 장편영화 7편 중 무려 4편이 ‘특별전’ 형식으로 초대된다. 데뷔작인 <대도적>(1974)을 비롯해 출세작이었던 <디어 헌터>(1978), 이후 유나이티드 아티스츠를 문 닫게 만든 저주받은 걸작 <천국의 문>(1980), 그리고 작품성에 비해 연달아 상업적 실패를 안기며 그를 절망에 빠지게 했던 <이어 오브 드래곤>(1985)이 그 목록이다. 이 작품들은 전혀 다른 스토리의 흐름을 보이지만 분명 관통하는 정서의 코드는 존재한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메시지, 감성을 부각하는 음악 사용, 약간의 연극적 성향과 그를 상쇄시킬 만큼 조화로운 역사적 배경이 그러하다.

치미노가 활동을 하던 당시 미국은 ‘뉴아메리칸 시네마 운동’이 정점에 달했다. 뉴아메리칸 시네마는 우선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폭발적 성장을 가져왔는데, 그와 비견되어 미국영화 특유의 고전적 내러티브를 극대화한 사회비판물 역시 쏟아지게 됐다. 치미노의 경우가 후자에 해당한다. 우리는 그를 통해 존 포드 같은 클래식한 내러티브에서 얻는 광대한 시각적 쾌감을 느낄 수 있고, 샘 페킨파 같은 혁신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뉴아메리칸 시네마의 영광과 굴욕을 동시에 맞볼 수 있는 이번 특별전 구성은 흥미롭다. 치미노가 활짝 연 천국으로의 문을 명쾌하게 정리할 기회다.

시나리오작가로 일하던 때, 치미노는 <더티 해리2>(1973)의 작업을 통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만났다. 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도적>을 통해 치미노는 경쾌한 리듬으로 버디무비를 풀며 ‘천재 감독’이라 명명된다. 두 번째 연출작인 <디어 헌터>는 큰 성공을 거둔다. 이 작품으로 그는 스튜디오의 전폭적 지지를 얻는데, 이는 뒤에 양날의 칼이 된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세 친구의 운명을 다룬 이 영화는 전쟁의 이전과 이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스토리의 마지막에 견고한 감동을 전하는데, 작품의 주제 의식 또한 흠잡을 데 없다. 이후 <천국의 문>이 끔찍할 정도로 실패하며 미국에서의 치미노는 완전히 몰락하지만 오늘날 컬트로 불릴 정도로 매혹적인 이 작품은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아야 묘미가 살 것이다. 백인전쟁의 끔찍함을 광활하게 다룬 이 극에서 연출자의 미장센은 극대화된다. 이후 5년의 공백 뒤 <이어 오브 드래곤>을 통해 그는 재기한다. 물론 이 영화도 상업적으로 성공하진 못하지만 젊은 날의 미키 루크가 아름답게 새겨진 이 작품에는, 차이나타운의 끈적한 공기와 함께 액션신이 묵직하게 담긴다.

칸영화제 상영 버전 그대로
<카를로스> Carlos
올리비에 아사야스/ 330분/ 프랑스, 독일/ 2010년

무려 5시간30분이다. 칸영화제에서 <카를로스>(2010)가 얻은 유명세는 무엇보다 그 긴 상영시간에 있을 거다. 물론 영화의 완성도는 여느 전기영화보다 훌륭하다. 처음 이 작품은 카날플러스의 TV판 ‘3부작 미니시리즈 영화’로 기획되었다. 당시 전체의 길이는 550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버전은 칸영화제 당시의 것과 동일한 330분이다. 혹시 나중에 국내 개봉이 확정된다 하더라도 미국과 독일에서처럼 반으로 편집될 확률이 높아 이 영화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극장으로 달려가길 권한다.

올리비에 아사야스는 ‘자칼’이란 호칭으로 유명한, 전설적 테러리스트 카를로스(암호명)의 일대기를 침착하게 영화에 담아냈다. 냉전기의 상징과도 같은 그를 묘사하며 아사야스는 조급함 대신 관조를, 그리고 ‘차라리’ 명백해지지 않을 것을 선택하기로 한 것처럼 보인다. 세 파트로 묘사되는 카를로스의 캐릭터는 상당히 광적이지만 또한 매우 복합적이라서 결국은 수긍할 수밖에 없는 매력을 지닌다. 범인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비현실적 상황을 그는 록스타처럼 당당하게 헤쳐나가고, 반면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오히려 몽환적 자태로 나르시시스트적 기질을 드러낸다. 주인공을 맡은 에드거 라미네즈는 이 역을 위해 무려 15kg를 살찌웠다. 사진과 비교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카를로스가 된 그를 래리 로흐터는 다음과 같이 평했다. “약간의 악마성과 몽상가적 기질, 그리고 이상주의적 성향과 더불어 암살범으로서의 적의가 묻어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섞어놓은 모순 덩어리의 캐릭터.” 물론 캐릭터도 뛰어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감독의 미장센일 것이다. ‘1975년 비엔나 석유수출기구(OPEC)에서의 인질극’ 시퀀스에서 아사야스의 솜씨는 보기 좋게 드러난다.

거장이 본 유럽의 현재
<필름 소셜리즘> Film Socialsm
장 뤽 고다르/ 102분/ 프랑스/ 2010년


장 뤽 고다르의 최신작, 이 짧은 문구만으로도 이 영화의 가치는 충분히 설명된다. 하지만 여타 영화제를 통해 관객이 전한 것처럼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조금의 준비가 필요할 것 같다. <필름 소셜리즘>은 한마디로 매우 현대적인 작품이다. 총 세 갈래의 흐름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이 영화는, 각각 ‘이것과 같은 것들’,‘신이시여 어디로 가나이까?-우리의 유럽’,‘우리의 휴머니티’란 소제목을 달고 있다.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촬영되었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나열돼 있다.

첫 번째 부분, 이 파트에서 카메라는 지중해를 항해하는 거대한 여객선 안에 있다. 이 부분의 에피소드는 고다르가 지중해를 여행하며 생각한 유럽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담는다. 바캉스를 즐기려는 승객이 각자의 언어로 다양한 화젯거리를 내뱉는데, 이들의 말은 때로는 화면과 매치되고 때로는 분절된다. 굳이 내러티브로 이를 연결할 필요는 없다. 소쿠로프의 <러시아 방주>(2002)처럼 이 영화는 천천히 주제에 접근한다. 이윽고 밤이 되자 두 번째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이는 첫 번째와 다르게 실험적 극영화에 가깝다. 한 소녀와 그녀의 남동생은 자신들의 부모를 마치 재판하듯 닦달하는데, 이들이 집중하는 유년기의 기억에는 ‘자유와 평등, 형제애’가 담긴다. 챕터의 제목처럼 이는 마치 유럽의 과거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영화는 여섯개의 장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영상자료를 펼쳐 보인다. ‘이집트, 팔레스타인, 오데사, 헬라스, 나폴리, 바르셀로나’가 그 배경인데, 그곳엔 각자만의 전설이 있다. 개중에는 진실된 이야기도 있지만 얼토당토않은 거짓 또한 존재한다. 이렇게 세 에피소드가 당도하는 곳에서 고다르는 2010년의 유럽, 세계의 모습을 말하고자 한다.

<브리가둔> Brigadoon
빈센트 미넬리/ 108분/ 미국/ 1954년


‘브리가둔’은,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환상 속 마을을 가리키는 단어다. 어느 날 두 미국인이 길을 잃는데, 그들이 고생 끝에 발견한 곳이 브리가둔이다. 놀랍게도 그곳은 18세기 중엽의 어느 지점에서 시간이 멈췄다. 게다가 그들이 도착한 날은 결혼식 준비로 분주한 상황인데, 이같은 동화적 배경에서 진 켈리가 연기한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며 영화는 더욱더 로맨틱해진다. 이 작품은 <2000 매니악>(1964)이라는 호러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이와 비견할 때 <브리가둔>의 독특함은 장르적 특성에서 배가되는 것을 알게 되는데, 같은 소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영화의 색은 달라진다. ‘결혼식과 환상의 마을’이라는 코드를 미넬리는 ‘뮤지컬과 판타지’에서 찾았고, 그 선택은 옳았다.

<피닉스> The Flight of the Phoenix
로버트 알드리치/ 142분/ 미국/ 1965년


1965년작인 이 영화의 오프닝은 TV시리즈 <로스트>의 시작점과 꽤 흡사하다. 드라마의 첫 번째 시즌이 방영되던 2004년, <피닉스>라는 동명의 영화로 이 작품은 리메이크되기도 한다. 그만큼 이 플롯은 상업적인 측면에서 매력적이다. 어느 날 비행기가 사막의 중심부에 불시착하면서 살아남은 이들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공황상태에 빠진다. 어떤 이는 죽고 어떤 이는 남는다. 제임스 스튜어트가 맡은 ‘파일럿’은 이들의 정서적 리더가 되는데, 이후 독일인 ‘비행기 디자이너’가 등장하면서 극은 새로운 전개를 맞게 된다. 사람들이 부서지지 않은 비행기의 몸체를 이용해 ‘피닉스’라는 이름의 경비행기를 제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생각처럼 만만치 않고, 그들은 더욱 곤란해진다. 당시 유명한 스턴트맨이었던 폴 만츠가 피닉스호의 항공장면을 찍다 사망하는데, 이 사건으로 영화는 더 유명해졌다. 2차대전 당시 제임스 스튜어트가 ‘봄바디어’사의 항공기 조종사로 있었던 것과도 그의 배역이 특이하게 맞물린다.

<뮤리엘> Muriel ou Le temps d’un retour
알랭 레네/ 115분/ 프랑스, 이탈리아/ 1963년


때는 1962년이다. 불로뉴쉬르메르에서 고가구상을 운영하는 엘렌은 남편과 사별한 뒤, 알제리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온 아들 베르나르와 함께 산다. 젊은 시절 그녀의 연인이었던 알퐁스가 알제리에서의 삶을 청산하고 프랑스로 귀환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녀가 자신의 집으로 그를 초대한 것이 배경이다. 이렇게 알퐁스는 조카딸이라며 ‘프랑소와즈’란 젊은 아가씨를 대동하고 나타나는데, 그녀는 연기자 지망생이다. 4명의 캐릭터가 모이자 영화는 본궤도에 오른다. <뮤리엘, 혹은 귀환의 시간>(1963)이라는 원제를 지닌 이 작품에서 알랭 레네는 특유의 시간에의 탐구를 주제로 다룬다. ‘뮤리엘’은 베르나르의 기억을 잠식하는, 고문과 전쟁으로 숨진 알제리 소녀의 이름이다. 그녀는 직접 영화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와 인물간 의사소통 불능의 상징으로 승화되어 영화에 기록된다. 프랑스 개봉 당시, 난해한 주제와 스토리의 탓으로 개봉된 지 15일 만에 극장에서 내린 불명예를 기록하고 있다.

<혹성탈출> Planet of the Apes
프랭클린 J. 샤프너/ 112분/ 미국/ 1968년


<혹성탈출>(1968)은 <콰이강의 다리>(1957)의 원작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디스토피아 소설가 피에르 바울러의 SF소설 <원숭이들의 행성>(1963)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할리우드 시리즈는 올해 8월, 그 일곱 번째 작품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68년작 오리지널 카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하다. 스토리의 시작은 2673년 3월이다. 주인공 테일러를 실은 우주선이 18개월간의 항해를 마치고 어느 행성에 불시착하는데, 광속 여행 탓에 실제로 흐른 시간은 2천년이나 지났다. 그곳에서 인간은 원숭이에게 사육되는 동물이고, 말조차 하지 못하는 퇴화된 존재다. 전쟁을 포함한, 인류의 이기적 집단의식 배척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글: 이지현(영화평론가) 제공: 씨네21

*이 글은 영화전문 주간지 씨네21 814호(2011. 7. 27)에 게재된 것입니다.


Posted by seoul art cinema Hul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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