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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리치

정신 분열 그 너머, 부인에 의한 신성모독 [영화읽기] 카르멜로 베네의 여러 방면에 재능이 많은 카르멜로 베네는 모국인 이탈리아에서는 영화보다 소설과 연극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도 가장 매혹적이고 특색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그의 다섯 작품을 볼 때, 이러한 현실은 다소 당황스럽게 느껴진다. 물론 영화적 광기라는 베네만의 독특한 특징이 요즘 시대의 관객들에게 얼마나 수용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다소 이해가 가는 면도 없지 않다. 1969년에 만들어진 베네의 두 번째 장편영화 는 그의 전작과 같이 현대 이탈리아에서의 삶에 대한 환각적이고 비선형적인, 궁극적으로는 종말론적인 시선을 보여 준다. 베네의 전작들과는 달리 는 특별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영화 클라이맥스의 난폭한 자동차 사고 장면의 연속은 영화가 만들.. 더보기
"시네필,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는 행동이다" [특별기고] 시네필의 선택: 정성일 평론가의 추천의 변 첫 번째 (상황). 2008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내건 슬로건은 ‘영년(zero year)’이었다. 그건 마치 내게 하는 말 같았다. 제로라는 무효의 선언.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 로셀리니가 영화 제목에 쓴 말. 그런 다음 고다르가 받아서 21세기에 반복했던 제목. 하지만 내게 그 의미는 다른 것이었다. 말 그대로 진공상태. 단지 길을 잃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나는 텅 빈 상태였었고,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시는 것처럼 영화를 보았다. 너무 많이 보아서 어제 본 영화와 오늘 본 영화가 잘 구별되지 않았다. 종종 중간부터 보기도 하였고, 때로는 보다가 지쳐서 자기도 하였다. 나는 2008년 친구영화제에 슬픈 마음을 안고 마츠모토 토시오의 를.. 더보기